▲바람의 화원 포스터와 포스터 촬영지였던 돌다리의 모습이 보인다.
돌다리는 현존하는 돌다리 중에 가장 오래된 것이라고 한다.
해당제작자/김재현
청암정에는 재미난 이야기가 전해내려 온다. 지을 당시에는 연못 없이 바위 위에 정자를 지었는데, 정자를 지은 해부터 가물기 시작했다고 한다. 애가 타던 마을 사람들은 도사를 모셔 그 이유를 물어봤다. 도사 왈, 거북은 원래 물의 동물인데 그런 거북 위에 정자를 짓고 군불을 때니 거북이 노했다는 것이다. 마을 사람들은 부랴부랴 거북 주위에 연못을 파 물을 채웠고, 그제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마냥 아름다워보이는 정자에 군불을 때다니. 이런 궁금증은 청암정의 주인이자, 안동 권씨의 종손 권용철 선생의 설명으로 눈 녹듯 사라진다. 봉화는 가장 추운 겨울을 나는 지역 중 하나이다. 청암정도 여흥을 즐기기 위한 공간이 아니고 후학을 양성하는 '학교'였다. 학생들이 공부를 하기 위해선 사방이 트인 정자는 적절하지 않다. 그럼에도 청암정은 삼면이 틔어 있는 정자이기 때문에 군불을 땔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설명을 듣고 청암정을 바라보니 확실히 일반 정자와 다른 모양새를 띠고 있다. 하지만 '학교'를 이렇게 아름답게 짓다니, 옛 선조들의 미학과 철학을 본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나저나 청암정 학도들은 공부할 기분이 났을는지 모르겠다. 연못을 가로지르는 돌다리만 건너도 선계(仙界)로 들어가는 기분인데, 청암정 학도들은 계절이 바뀔 때마다 마음이 싱숭생숭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드니 저절로 웃음이 난다.
옛 선비들의 기숙학교, 석천정사닭실마을 옆 석천계곡을 따라 들어가면 또 하나의 정자가 있다. 바로 석천정사이다. 권용철 선생님의 말씀으로는 엄밀히 따지자면 '정사'는 우리가 생각하는 정자와는 다른 것이라고 한다. 청암정이 통학학교였다면, 석천정사는 일종의 '기숙학교'라는 설명이다. 마을에서 나와 석천계곡으로 나있는 오솔길을 들어가고 얼마 되지 않아 물 흐르는 소리가 시원하게 들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