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1년을 맞아 <오마이뉴스> 등에 보낸 배즙.
김태경
지난 4월 22일, 내가 몸담고 있는 '일인배후세력연합 개념찬언니들(이하 개념찬)'에선 몇몇 언론사에 '배즙'을 돌렸다. 지난해 5월부터 활활 타오른 '촛불집회' 지원에 사용하고 남은 후원금으로 준비한 것이었다.
배즙 일로 <오마이뉴스>와 통화를 하면서 '촛불활동'에 대한 글을 써줄 수 없느냐는 요청을 받았다. 사실 그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 활동 소감? 그건 활동을 제대로 해 본 후에나 생기는 거 아닌 가…. 하지만 나보다 훨씬 필력 좋고 활동력 좋은 회원들이 모른 척하고 있는 이때, 나라도 어떻게든 지면을 채울 수밖에.
개념찬 회원 중엔 다른 여러 단체 일과 중복 활동하는 이들도 많다. 하지만 난 이 팀에서만 활동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촛불 때 한 활동도 시민들에게 우비와 핫팩 나눠주기 생수와 먹을거리 돌리기, 쓰레기 분리수거 정도다. 소소하게 전단지도 돌리고 사진전도 했지만, 그런 것은 다들 하는 것이니까.
뭔가를 주도해 본 경험이 없어 그런지 '활동가'란 직함이라든가, 촛불 전과 후의 내가 엄청나게 달라졌을 거란 짐작들이 내겐 많이 낯설다. 난 내가 그렇게 달라졌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으니까. 사실 내가 일상적으로 보고 있는 세상 뒤로 이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을 거라는 걸 모르진 않았다.
'이명박식 상식'이 생긴 후 내가 얻은 것들난 운동권들과 접점이 없을 98학번에, 예체능 전공이다. 그리고 녹색연합 회원이다. 별로 부딪칠 것 같이 보이지 않는 이 세 가지 조건들도 불협화음을 일으킬 때가 생각보다 많다. 내가 만나는 일상들과 내가 아는 진실들은 현실에서 아주 다른 면들을 구성하게 된다.
테이크아웃 컵을 들고 친구들과 나오는 내 머릿속 어딘 가엔 천성산의 도롱뇽을 위해 단식을 계속하셨던 지율스님의 얘기가 들어있다. 내가 남용하는 전기와 가스가 북극 생태계를 쉼 없이 악화시키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난 내복을 입지 못하고, 보일러의 온도를 낮추지 못한다. IMF를 겪었고 정권이 바뀌었다곤 하지만 그때도 천성산엔 터널이 뚫렸고 새만금의 갯벌은 사라졌고 농민들은 집회를 하러 서울로 올라왔다. 알고 있다. 계속 일어났던 일들이다.
다만 놀라운 것은 세상에 다른 '상식'이 생겨났다는 점이다. 서울 한복판에서 무장한 전경이 애 엄마를 밀쳐도 아무 처벌도 받지 않는 게 당연하다든가, 도로로 나와 걸을 땐 최하 200만원 이상의 벌금과 이틀간의 구류를 각오해야 한다든가.
공기업과 국가기관에서 일하는 사람이 정부와 다른 의견을 피력하는 건 있을 수도 없는 일이고, 운이 나쁠 경우엔 사기업에 다니는 사람일지라도 해고나 그 이상의 불이익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헌법이 보장한 적법한 권리도 정부와 다른 의견을 지지하는데 활용하면 권리 자체를 박탈 당할 수도 있다.
국가에 대한 환상 와장창 깨준 촛불... 그리고 1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