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민지가 된 달, 지구 상대로 독립을 꿈꾸다!

로버트 A. 하인라인의 <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

등록 2009.04.30 09:09수정 2009.04.30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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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겉표지

<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겉표지 ⓒ 황금가지

아서 C. 클라크, 아이작 아시모프와 더불어 'SF 3대 거장'으로 불리는 로버트 A. 하인라인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이 출간됐다. 이 소설은 독특한 상상력이 눈에 띈다. SF소설이 상상력을 자랑한다고 하지만, <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은 수준이 다르다. 미래 사회의 어느 날, 지구의 식민지가 된 '달 세계'가 독립 혁명을 일으킨다는 것인데 더 말해 무엇하랴.

소설의 배경은 2075년, 달은 지구에 광물과 농산물 등을 공급하는 식민지로 전락했다. 지구는 더 효과적으로 수탈하기 위해 총독을 파견해 달 세계를 감시한다. 이런 상황에서, 달 세계에 사는 사람들의 불만은 고조된다. 가뜩이나 척박한 환경이고 자원이 풍부하지 못한데 지구가 요구하는 것은 끝이 없으니 죽을 맛이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그랬던 것 아니다. 달 세계의 중앙 컴퓨터 수리를 맡은 마누엘은 그런 사정에서 벗어나있다. 총독을 상대로 돈을 벌고 중앙 컴퓨터 '마이크'와 친구가 돼 생활이 여유롭다. 하지만 우연히 참가한 정부 비판 집회를 계기로 그의 인생이 바뀐다. 몇몇 동지들과 함께, 또한 중앙 컴퓨터 마이크의 합류 하에, 그 옛날 미국이 그랬듯 자유를 위해서 독립 혁명을 일으키기로 한 것이다.

쉬운 일은 아니다. 달은 지구에 비해 아주 작다. 더군다나 식민지인 그곳에는 변변한 우주선도 없다. 전쟁 한 번 제대로 할 능력도 없다. 마누엘과 동지들이 믿는 것은 컴퓨터의 도움뿐이다. 하지만 고작 그것으로 독립을 얻을 수 있을까? 자원이 고갈돼 달이 없으면 안 되는 지구인들이 그것을 쉽게 허락할까? 혁명은 시작되고, 지구와 달 사이에서는 팽팽한 긴장감이 생겨나서 소설은 점점 흥미로워진다. 저자의 대표작이 본격적인 막을 여는 것이다.

줄거리를 보면 알 수 있지만, <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은 놀라운 상상력을 발휘하고 있다. 조금은 선정적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럼에도 달과 지구의 관계를 이런 식으로 발전시킨 상상력은 그 분야에서 독보적으로 눈에 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이 소설이 저자의 대표작이 될 수는 없다. 다른 것이 필요하다. 다른 작품들까지 살펴보면 알겠지만, 이 소설의 상상력은 'SF 3대 거장'들의 작품들에 견줘보면 그렇게까지 놀라운 것은 아니니 다른 것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그건 무엇인가?

<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이 그만의 개성을 자랑하는 건 독립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담론들과 인간의 행동들이 인류의 어느 역사를 절묘하게 '축약'하고 있다는 것이다. 달 세계가 독립하려고 할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 저자는 미국의 독립 혁명 등을 언급하면서 '독립 혁명'을 다각도로 살펴보고 있다. 그것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무엇을 위한 것인지, 독립 후에는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을 진지하게 살펴보는데 그 장면들 사이사이에서 인류의 고민과 선택 등이 자연스럽게 보인다.

인간의 어리석음이 군데군데서 보이는 것은 어떤가. 저자는 과거의 영광을 잊고 달을 수탈하고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말도 안 되는 논리를 펼치다가 기어코 무력을 사용하는 인간의 모습을 그리며 어떤 것을 비판하고 있다. 말 그대로, 과거의 영광과 대의를 잊은 자들의 '몹쓸' 행태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것을 날카롭게 담아낸 것도 이 소설을 빛나게 하는 요인이다.


아쉬운 것이 없는 건 아니다. 소설의 '기술'적인 면은 순수문학에 비하면 허점이 자주 보인다. 하지만 전체적인 즐거움에 비하면 그 정도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 작품은 상상력과 그것을 풀어나가는 세부적인 이야기가 상호작용을 일으켜 소설의 힘을 묵직하게 만든다. 저자의 명성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물론이고 저자가 누군지 모르던 사람들까지 매료시킬 만큼, 그 힘이 놀랍다. SF소설의 다른 면모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

로버트 A. 하인라인 지음, 안정희 옮김,
황금가지, 2009


#SF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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