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서 독립하려는 달 세계 사람들의 투쟁

[리뷰] 로버트 하인라인 <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

등록 2009.05.26 11:21수정 2009.05.26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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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 겉표지

<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 겉표지 ⓒ 황금가지

▲ <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 겉표지 ⓒ 황금가지

음모론의 논란이 있지만, 공식적으로 인간이 달에 착륙한 것은 1969년 7월이다. 미국의 SF 작가 로버트 하인라인의 <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은 1966년 작품이다.

 

아폴로 11호가 달에 도착하기 3년 쯤 전에 하인라인은 이 작품을 발표한 셈이다. 그런데도 <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에서 달의 풍경을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작품을 읽다보면 달 표면에 펼쳐진 위난의 바다, 고요의 바다, 맑음의 바다가 떠오른다.

 

이 황량한 달 표면에 사람이 살 수 있을까? 산소와 물, 전기는 첨단과학을 이용해서 지속적으로 공급한다 하더라도, 가장 커다란 문제는 바로 중력이다.

 

달의 중력은 지구의 1/6 수준이기 때문에, 지구에서 살던 사람이 달의 약한 중력에 적응하기란 쉽지 않다. 며칠 동안의 여행이라면 몰라도, 달에서 평생을 살아야한다면 누구나 꺼릴것이 분명하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에서 달은 일종의 유형지로 사용된다. 작품의 배경은 2075년, 지구의 인구는 어느새 110억으로 늘어났고 북미와 중국은 세계연방의 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많아진 인구 때문에 지구는 식량이 부족하고, 그래서 달을 지구의 식민지로 만들어 버렸다.

 

하지만 자발적으로 달에 가서 살겠다고 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래서 지구연방은 범죄를 저지른 죄수들을 모아서 달로 보낸다. 문제는 이 죄수들이 형기를 모두 마치더라도 다시 지구에 돌아오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들은 달에서 남은 인생을 모두 보내야한다. 달에서 결혼도 할 수 있고 자식도 낳을 수 있지만, 그 자식도 역시 지구로 오지 못한다.

 

달 세계인들도 가급적 지구로 가지 않으려고 한다. 누구든 몇 주 이상 달에 머문 사람이라면 자신의 신체리듬이 변하기 때문이다. 그 상태로 지구에 돌아가면 또 한동안 지구환경에 적응하느라 몸이 고생할 것이다.

 

지구의 식민지이자 식량공급원인 달

 

달 세계에도 좋은 점이 있다. 온갖 바이러스와 병균으로 오염된 지구와는 달리, 달은 더럽혀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달 세계에는 전염병도 없고 공기도 맑아서 사람들이 오랫동안 건강하게 살아간다. 척박한 환경이고 산소와 물도 풍부하지 않지만, 나름대로 참으며 살 만한 장소인 셈이다.

 

여기서도 문제는 사람들 때문에 생겨난다. 지구인들은 달에 도시를 건설하고 지하철을 깔지만, 이것들은 달을 식량공급기지로 만들기 위한 수단이다. 달 세계 사람들이 열심히 일해서 곡물을 재배하고 수확하면, 지구인들은 그것을 헐값에 사간다. 그리고 달 세계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생필품들도 충분히 제공하지 않는다. 간단하게 말해서 달 세계는 지구의 식민지고,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끊임없이 착취당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태로 오랜 세월이 지나왔기 때문에 달 세계 사람들은 별 생각이 없다. 달 세계에는 남자가 200만명, 여자가 100만명 가량이다. 이들은 대부분 맥주를 마시거나 도박을 하며 남은 시간을 보낸다. 여자의 수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남자들은 여자한테 관심이 많다.

 

이렇게 우울한 분위기 속에서도 사회구조의 모순을 지적하고 사람들을 이끄는 지도자들은 나오기 마련이다. 2075년 5월 13일, 달에서 바로 이런 사람들이 모인다. 컴퓨터 기술자인 마누엘은 달 총독부의 요청으로 중앙청사의 메인 컴퓨터를 수리한다. 그리고 도시에서 열리는 비밀집회에 참석한다.

 

총독부의 정책에 항의하는 불법집회에 발을 디딘 것이다. 마누엘은 그곳에서 자신의 인생을 바꾸어놓을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과 대화하면서 혁명을 꿈꾼다. 우리의 의지를 꺾고 그들의 의지를 강제하려는 110억 명의 지구인과 지구의 권력에 대항해서 승리하는 꿈을. 물론 이것은 쉽지 않다. 시간도 오래 걸릴 것이다. 그 다음해가 되도 상관없다. 북미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지 정확히 300년이 지난 2076년에 달 세계도 독립한다. 이것도 꽤나 모양새 좋은 일이 되지 않을까?

 

개성강한 SF 작가가 묘사하는 미래

 

로버트 하인라인은 <로봇>의 작가 아이작 아시모프,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로 유명한 아서 클라크와 함께 3대 SF 작가로 꼽힌다. 로봇의 3원칙을 만들어낸 아이작 아시모프, 유인우주선의 생활을 꼼꼼하게 묘사했던 아서 클라크와는 달리, 하인라인은 미래의 변화된 기술상을 비교적 덜 중요하게 그리고 있다.

 

대신에 그는 인간들의 모습에 관심이 많다. <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도 마찬가지다. 달 세계 사람들은 혁명을 꿈꾸지만, 모든 혁명이 그렇듯이 눈 앞에는 어려운 점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지구에는 수소폭탄도 있고 우주를 누비는 거대한 순양함도 있다. 반면에 달에는 아무 무기도 없다. 하다못해 권총 한 자루도 없다. 그야말로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격이다.

 

혁명에 성공해서 국가를 세워도 마찬가지다. 죄수 출신들이 다수인 이 달에서, 어떤 인재들을 끌어모아서 정부와 내각을 구성할까. 그리고 어떤 정책들을 입안하고 어떻게 세금을 매길까. 반란은 요원하고 문제점들은 사방에 놓여있다. 마누엘의 스승인 한 교수는 마누엘에게 이런 말을 한다.

 

"이해하지 못하는 문제를 접할 때는, 뭐든 좋으니까 이해하는 부분부터 해결하는 거야."

 

혁명도 마찬가지 아닐까. 상대방은 강하고 우리는 맨손에 빈털털이지만, 힘을 모아서 하나씩 해결해 나간다면 성공의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질 것이다. 작품 속 교수의 말처럼, 혁명이란 성공을 기대하는 목표라기보다는 맹목적으로 추구하는 예술에 가깝다.

덧붙이는 글 | <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 로버트 하인라인 지음 / 안정희 옮김. 황금가지 펴냄.

2009.05.26 11:21ⓒ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 로버트 하인라인 지음 / 안정희 옮김. 황금가지 펴냄.

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

로버트 A. 하인라인 지음, 안정희 옮김,
황금가지, 2009


#로버트 하인라인 #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 #SF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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