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효종 교수 '노무현에게 카인의 형벌'이라는 시론
중앙일보
아벨은 양 치는 자였고 가인은 농사하는 자였더라(<창세기> 4장 2절)박효종 교수가 성경 어디를 인용했는지 몰라도 가인은 농사꾼이었지 사냥꾼이 아니었다. 성경 해석을 왜곡했다면 학자에 따라 달리 해석할 수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가인을 농사꾼이 아닌 사냥꾼을 표현한 것은 학자가 기본 사실도 확인하지 않고 생각없이 쓴 것으로 학자가 할 일이 아니다.
박 교수는 이어 "신은 왜 살인죄를 저지른 카인을 죽음으로 처벌하지 않고 평생을 유랑하도록 명했을까. 아마도 카인의 죄가 일순간의 죽음으로는 기워 갚을 수 없을 만큼 컸기에 일생을 두고 참회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었을까."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검찰 앞에서 '물증을 대라'고 역공을 취하는 노 전 대통령의 태도에서 '동생을 지키는 사람' 운운하며 시치미를 뗀 카인의 모습이 '오버랩'되는 느낌을 받는다"면서 카인과 노무현 전 대통령을 연관시키는 바람에 노 전 대통령은 갑자기 카인이 되어버렸다.
박 교수는 노 전 대통령을 카인이 받았던 형벌을 받아야 하는 이유를 카인이 지은 죄가 너무나 크기 때문에 평생을 참회했으므로 노 전 대통령도 "대통령 재임 시 저지른 죄가 너무나 중대하기에 국민들로부터 쉽게 용서를 받을 수 없게 하기 위함이"라고 했다.
카인이 지은 죄와 노 전 대통령이 지은 죄가 같기에 노 전 대통령도 카인이 평생을 참회했던 것처럼 평생 참회하면서 살아야 한다. 평생 참회해야 하는데 사법처리 해버리면 "일정 기간의 수형생활로 죗값을 다 치렀다고 생각할 수 있으며 충분히 그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더 우려스러운 일은 사법처리가 다 끝난 후 "정치를 재개한다고 선언하면 어떻게 되겠는가. 또 그렇지 않더라도 '산 권력'이 '죽은 권력'을 박해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면서 '순교자'처럼 행세하면 어떻게 될까. 그렇게 되면 대한민국에 큰 낭패"라고 했다.
박 교수는 노 전 대통령 죄는 "얼마 동안 감옥에 간다고 해서 쉽게 용서받을 수 있는 죄가 아니라"고 했다. 그리고 "자신이 지은 죄가 얼마나 큰지 깨달으며 두고두고 죄책감을 느껴야 한다는 의미다. 고백과 참회보다 변명과 궤변으로 일관하는 노 전 대통령이 일정 기간의 수형생활보다 역시 '모르쇠'로 일관함으로써 일생 동안 유랑하는 천형(天刑)에 처해졌던 '카인의 벌'을 받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했다.
이런 주장은 억지다. 카인을 농사꾼이 아니라 사냥꾼으로 만들버린 박 교수가 이제는 카인이 지은 죄와 노 전 대통령이 지은 같다고 만들어 버렸다. 명백한 성경 왜곡이다. 카인이 지은 죄는 단순히 '살인죄'가 아니다. 하나님이 아벨의 제사를 받고 카인의 제사는 받지 않았던 것은 '믿음' 때문이다(히브리서 11:4절).
살인죄보다 더 큰 죄는 카인은 하나님 없는 세상, 하나님을 믿지 않았다. 하나님 없는 세상을 살았기에 그는 동생 아벨까지 죽였다. 최초의 살인자가 된 것이다. 그리고 그는 평생을 참회하면서 살아야 했다.
박 교수 말처럼 평생을 참회한 카인처럼 노 전 대통령이 평생을 참회해야 한다면 노 전 대통령 죄도 하나님을 믿지 않는 죄와 함께 살인죄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이 받고 있는 혐의는 도덕과 대한민국의 법에 기준한 것이지 성경과 상관없다. 카인의 죄와 노 전 대통령 혐의는 전혀 관계없다.
아무리 노 전 대통령을 비판해도 제대로 비판해야 한다. 성경까지 왜곡하면서 비판하는 일은 학자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왜곡도 이런 왜곡이 없다. 억지도 이런 억지가 어디 있나. 노 전 대통령이 평생을 참회해야 할 죄를 지었다고 치자 그럼 이 땅의 자본권력과 언론권력이 저지른 수많은 죄에 대해서 박 교수는 어떻게 말할 것인가?
박 교수가 한 가지 살피지 못한 것이 있는데 하나님은 가인에게도 은혜를 베푸셨다. 가인에게 표를 주어 다른 사람이 가인을 죽이지 못하도록 했다(창세기 4:15절).
박 교수님 제발 노 전 대통령을 비판해도 상식과 사실에 바탕하여 비판합시다. 이런 억지 비판은 삼가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당신이 태어날 때 당신은 울었고, 세상은 기뻐했다. 당신이 죽을 때 세상은 울고 당신은 기쁘게 눈감을 수 있기를.
공유하기
노무현이 싫어도 성경을 왜곡하면서까지 비판하나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