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5월 10일 이명박 대통령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오찬을 겸한 단독 회동을 했다.
청와대 제공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지난 2월 말 비밀리에 단독 회동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비밀리에 만난 사실이 공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두 사람의 회동은 "국민에게 오히려 실망과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1월 5일)며 쟁점법안 처리에 부정적인 견해를 보인 박 전 대표가 "(법안처리)시기를 못 박는 정도는 야당이 받아줘야 한다"(3월 2일)면서 돌연 태도를 바꾸기 직전 이뤄졌다. 이런 배경 탓에 두 사람의 만남을 두고 묘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안가에서 1시간 독대"... 쟁점법안 처리 협조 요청한 듯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이 회동한 사실은 4일 <조선일보>가 여권 관계자의 말을 빌려 "(지난 2월 말) 이 대통령의 제의로 청와대 안가에서 배석자 없이 1시간 가량 만났다"며 "양측에서도 극소수만 그 내용을 알고 있을 정도로 보안에 신경을 썼다"고 보도하면서 알려졌다. 두 사람의 단독회동은 지난해 5월 10일 청와대 오찬 이후 처음이다.
회동에서 이 대통령은 미디어법 등 쟁점법안 처리와 관련해 박 전 대표에게 협조를 요청했으리란 관측이다. 회동 시점이 박 전 대표가 쟁점법안 처리와 관련해 부정적인 견해를 밝히면서 당 안팎의 파장을 불러온 뒤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회동 직후인 3월 2일 박 전 대표가 한나라당 의원들이 농성 중이던 국회 본회의장 앞을 방문해 "한나라당이 그동안 미흡했던 부분에 대해 상당히 많은 양보를 했고 국민의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며 당 지도부를 지지하는 듯한 발언을 해 이와 같은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모른다"... 입 다문 '친박' 회동 사실이 알려지자 친박 쪽은 "모른다", "말할 수 없다"며 입을 다물었다. 다만 한 친박 의원은 "두 분이 만났다면, 대통령이 쟁점법안과 관련해 협조를 당부했을 것"이라며 "그 이상의 얘기가 오갔을 리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비밀리에 만난 사실을 이제와 언론에 흘리는 저의는 무엇이냐"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어쨌든 이 회동으로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 사이의 뿌리깊은 감정의 골이 해소되지는 않았다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지난 경주 재선거를 둘러싸고 이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의원의 '사퇴 압력 파문'이 불거진 당시에 박 전 대표가 "우리 정치의 수치"라며 비판한 것을 보면 그렇다.
이에 앞서 '박연차 게이트' 수사 당시 김무성·허태열 의원 등 친박 중진들의 이름이 거론된 것도 친박 쪽의 심기를 건드렸다. 당시 친박 의원들은 노골적인 불쾌감을 표시한 바 있다.
한 여권 관계자는 "두 사람의 극비 회동에도 불구하고 관계가 회복되기보다는 더욱 악화된 측면이 있어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말했다고 <조선일보>는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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