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치마에 천에 대고 구호를 적었다. 어버이날, 할머니들은 카네이션 대신 구호 적힌 앞치마를 두르고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이주빈
할머니들은 이 업체가 "공장등록을 한 후 공장을 가동하라"는 담양군의 당부부터 무시했다고 분노하고 있다. 실제로 이 업체는 현재 업종추가에 따른 사업계획에 대한 승인이 나 있을 뿐이지 공장가동 승인이 난 상태는 아니다. 즉 공장을 돌려서는 안되는데 불법적으로 공장을 가동하고 있는 것이다.
이재숙 담양군 무정면 쇄석기불법설치반대 대책위원장은 "불법가동을 하더라도 벌금 100만원 정도만 내면 되니 업체에겐 아무 부담이 없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담양군은 또 이 업체에게 "사업시행 시 발생되는 오염원(비산먼지, 소음, 진동 등)에 대한 저감방안 계획을 반드시 수립하고 시행하여 공사 및 운영 시 발생되는 오염원으로 인해 주변환경에 미치는 환경상의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나 이 업체는 마치 콧방귀를 뀌듯 대책을 세우기는커녕 우선 불법가동부터 하고 있다. 오죽했으면 할머니들이 "공장 짓기 전에 한다는 사전환경영향 평가를 공장을 실컷 돌리고 난후에 하니 이게 '사후환경영향평가'지 '사전 평가'냐"며 힐난하고 있을 정도다.
군이 제시한 사업계획승인 조건엔 ▲주민들과의 충분한 협의 ▲민원발생시 공사중지 등이 포함돼 있지만 업체는 아랑곳하지 않고 돌려서는 안되는 공장기계를 계속 돌리고 있다. 그래서 할머니들은 "담양군이 훤하게 보이는 업체의 불법을 눈감아주면서까지 사업계획 승인을 해줬기 때문에 업체가 더욱 불법적으로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고 의혹과 원망의 눈초리를 담양군에 보내고 있다.
참다 못한 할머니들은 감사원에 공익 감사청구를 해둔 상태다. 업체가 불법적으로 공장을 가동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담양군이 이를 사실상 눈감아주고 되레 사업계획까지 승인해 준 점은 부당하다는 이유에서다.
김채선(71) 할머니는 "어버이날이라고 자식들이 여기 1인 시위하는 데로 찾아온다고 연락이 왔다"며 수줍게 웃는다. 김 할머니가 "자식들이 나 보고 '나이 들어서 데모 하시느라 애 쓴다'며 오히려 걱정을 한다"면서 "다른 데서는 자식들이 데모하는 것 때문에 부모가 걱정하는데 무정면에서는 거꾸로 부모들이 데모하니까 자식들이 걱정을 하고 있다"고 말하자 주변에서 맞장구 웃음이 터진다.
할머니들은 군청 앞 1인 시위를 계속 이어갈 생각이다. 할머니들과 함께 군청 앞에 나온 정필환(78) 할아버지는 "한 사람의 돈 벌이 때문에 2천명의 무정면 주민이 고통을 당해야 하나"며 "문제가 끝날 때까지 데모를 댕길(다닐) 것"이라고 말한다.
현재 무정면 할머니들과 주민들, 대책위 관계자 등 50여 명은 공장을 불법가동한 업체로부터 고발을 당한 상태다. 업무방해 및 일반교통을 방해했다는 혐의다. 할머니들을 고발한 이 업체의 대표자는 지난 4월 30일에 산림훼손 등의 혐의로 검찰로부터 징역 1년에 벌금 5백만원을 구형받은 상태다.
한편 할머니들의 1인 시위와 관련 담양군 관계자는 "주민들이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는 것은 안타깝지만 현행법상 업체의 공장 업종추가 사업계획을 승인해주지 않을 근거가 없다"며 "업체가 불법가동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군이 법적으로 제재할 수 있는 것은 과태료 처분뿐"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