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안하는 교장이 수당 받는 게 맞나?"

방과후 수업료 '관리수당' 전용... 울산지검, 전교조 교사 기소 논란

등록 2009.05.11 12:00수정 2009.05.1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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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충수업 관리수당 부활이 부당하다"며 목소리를 높인 울산 지역의 전교조 소속 교사 3명이 지난 4일 검찰에 약식 기소됐다. 교육계의 고질적인 병폐에 대해 문제제기한 것이 그렇게 잘못된 일이었을까?  

 

사건의 발단은 지난해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8년이 시작되자 울산지역 일선 고등학교들이 학력 향상을 이유로 방과후 보충수업을 하면서 지난 2003년부터 전면 금지된 학교장 등에 대한 '보충수업 관리수당'을 전국에서 유일하게 부활했다.

 

학교장 보충수업 관리수당은 지난 2003년 전교조 등이 "수업에 전혀 참여하지 않는 학교 관리자들 간의 나눠먹기"라는 거센 항의에 부딪혀 전면 금지돼 왔다. 이 때문에 전교조 울산지부는 일선 학교의 이같은 움직임에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하지만 전교조의 반발에도 울산시교육청은 "학생 수강료의 7% 범위 내에서 학교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쳐 관리비를 편성할 수 있도록" 지침을 내리면서 사실상 방과후 학교 관리수당을 허용했다.

 

이후 각 학교에서 교장 등 관리자에게 보충수업 관리수업 수당을 지급하자 전교조는 각 학교의 편법 사례를 수집해 2008년 10월 27일 이를 공개했다.

 

울산의 보충수업 관리수당 부활... 맞고소로 비화

 

 학교장 등에 대한 보충수업 관리수당에 대한 문제점을 발표하고 있는 2008년 전교조 울산지부 집행부. 이 문제는 학부모들과 맞고소로 이어졌다.
학교장 등에 대한 보충수업 관리수당에 대한 문제점을 발표하고 있는 2008년 전교조 울산지부 집행부. 이 문제는 학부모들과 맞고소로 이어졌다. 박석철
학교장 등에 대한 보충수업 관리수당에 대한 문제점을 발표하고 있는 2008년 전교조 울산지부 집행부. 이 문제는 학부모들과 맞고소로 이어졌다. ⓒ 박석철

전교조는 당시 기자회견을 통해 ▲ D고교는 교무회의에서 의견 제출 교사 중 26명이 반대하고 17명이 찬성했지만 교장이 이를 무시하고 관리수당 지급안을 학교운영위원에 상정, 학교운영위원회는 이를 통과시켰고, 이에 항의한 학교 교원위원 3명이 학교운영위원직을 사퇴했고 ▲ J여고는 교무회의에서 40명의 교사가 반대하고 15명이 찬성해 부결되자 학교장이 학교운영위원 중 학부모위원 3인을 발의자로 내세워 이 안건을 상정, 표결처리하면서 역시 이에 항의하는 교원위원 2명이 학교운영위원직을 사퇴한 것으로 밝혀졌다는 등의 사례를 공개했다.

 

전교조가 문제 삼은 것은 현행 초중등교육법 및 학교회계규칙. 이에 따르면 학교회계 예결산안은 학교장이 학교운영위원회에 제출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관리수당은 추가경정예산안이므로 학교장만이 안건을 발의할 수 있다는 것. 하지만 J여고의 경우 학교장 대신 학부모위원이 안건을 발의하게 했다는 것이다.

 

그러자 또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J여고 일부 학부모들이 "전교조가 학교운영위원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경찰에 고소했고, 전교조도 무고 등으로 맞고소하면서 관리수당 문제가 법정 다툼으로 비화된 것. .

 

J여고 학교운영위원장과 학부모위원 등 이 학교 학부모 5명은 지난해 12월 2일 전교조 울산지부장 등 간부 2명과 전교조 교사 2명 등 4명을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명예훼손 혐의로, 다른 교사 1명은 수업중에 학생들을 선동해 학부모의 교육권과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했다며 울산지검에 진정서를 냈다.

 

학부모들은 고소 사유로 "학교운영위원회가 2008년 10월 27일 정당한 방법으로 교장의 방과후학교 관리 수당 지급 문제를 상정해 심의했는데도 전교조와 소속 교사들은 학부모 운영위원들이 불법을 저질렀다며 외부적으로 알리고 기자회견을 해 명예를 훼손됐다"고 밝혔다.

 

또한 한 교사에 대해 "학생들에게 '교장의 수당 지급 문제를 반대하는 기사가 실린 신문을 보라'는 등 수업중 아무런 상관이 없는 발언을 해 학생들을 혼란에 빠뜨렸다"며 "학생 선동 여부를 조사해 범법 사실이 드러나면 이 교사를 처벌해 달라"고 진정했다.

 

그러자 전교조 울산지부도 "학부모들의 주장은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다"라면서 맞고소를 해 조사가 진행돼 왔다.

 

그렇다면 여러 학교 중 왜 J여고 학부모들만 전교조를 고소했을까?

 

이에 대해 학부모측은 "우리 학교의 사례가 심하게 왜곡 당했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당시 전교조 울산지부장이 이 학교 교사 출신이라 전교조와 J여고간 감정싸움이 심했다는 것이 울산 교육계의 일반적인 분석이다.

 

J여고는 전교조 울산지부 전 집행부 간부이자 이 학교 교사가 올해 전교조 임기가 끝난 후 학교에 복귀한 뒤 학생에게 커피 심부름을 시켰다는 이유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 일은 울산시교육청 신문고에 누군가 글을 올리면서 불거졌고, 울산교육계는 이를 J여고 학부모와 전교조간 갈등의 연장선으로 보고 있다.

 

검찰, 전교조 교사만 벌금 약식기소

 

학부모들이 고소한 날로부터 5개월 뒤인 5월 4일, 이 사건을 맡은 울산지방검찰청 공안부는 전교조 울산지부 간부 2명 등 3명의 교사를 벌금 100만~300만원에 약식기소하고 학부모들은 무혐의 처리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당시 이들과 함께 고소를 당했던 해당 고등학교의 전교조 소속 교사 2명은 무혐의 처리하고, 해당 학교 학부모들은 무혐의 또는 죄 없음으로 처리했다.

 

전교조 울산지부는 검찰의 결정 후 5월 7일 낸 논평에서 "전교조 활동을 사사건건 부당하게 탄압하는 검찰의 직권남용 행태를 규탄한다"면서 "전교조만 개입되면 무조건 공안사건인가"고 항의했다.

 

약식기소는 기소당한 당사자가 이를 인정하면 재판 없이 해당 벌금을 물면 끝나지만, 불복하면 정식재판을 청구해 시시비비를 법정에서 가릴 수 있다.

 

그렇다면 벌금형으로 약식 기소된 당사자는 어떤 심정일까. 이들은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고, 정식 재판을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무혐의를 받은 학부측은 "당연한 일"이라면서 "이제 이 문제가 더 이상 거론되지 않기를 원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에 약식 기소된 3명의 교사는 전교조울산지부 전 집행부 간부 두 명과 현 집행부 간부 1명이다. 교사와 학부모측 입장을 들었다.

 

해당 교사 "부당한 관리수당 바로 잡자는 게 문제의 핵심"

 

김경명(가명·울산A중 교사· 전 전교조 울산지부 간부)

 

-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궁금하다.

"본질은 학교내 대표적인 부조리로 폐지됐던 관리수당이 일방적으로 부활된 것을 바로 잡자는 것이다. 2008년 3월부터 울산교육청이 전국에서 유일하게 수업을 담당하지 않는 교장, 교감, 행정실장 등의 관리자에게 관리업무비라는 명목으로 부당한 수당을 지급할 수 있게 허용하면서 문제가 시작됐다. 

 

그 가운데 J여고는 2008년 10월 중순경 교무회의에서 관리수당 지급건이 부결돼 학교운영위원회에 안건을 상정할 명분이 없어지자, 학교측에서 안건을 작성해주고 학부모들이 학교장을 대신해 운영위원회에 안건 발의를 하고 통과시켰다. 당시 나를 포함한 전교조 울산지부는 이러한 행위가 예산안은 학교장만 발의할 수 있다는 학교회계규칙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우리는 시정을 촉구하면서 부당한 관리수당의 폐지를 촉구했다. 그러자 보수적 성향의 학부모 5명이 전교조 울산지부 간부와 해당학교 교사들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고, 전교조 울산지부는 고소인 5명을 전교조의 명예를 훼손하고 해당학교 교사들을 무고한 혐의로 맞고발 한 것이다.

 

- 울산에서만 왜 관리수당이 부활됐나?  

"지난 2007년 12월 19일 대선과 함게 치르진 울산교육감 재선거에서 당선된 김상만 울산교육감은 공약인 학력향상의 핵심인 입시경쟁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학교장들에게 당근책으로 관리수당을 부활한 것이 가장 중요한 문제다. 학교내 대표적인 부조리로 2003년부터 폐지되었던 관리수당을 교육주체들의 의견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강행한 울산교육청, 김상만 울산교육감이 이 같은 불신과 갈등을 조장한 원인 제공자다. 또한 일부 비뚤어진 학부모들의 학교장에 대한 과잉 충성이 두 번째 문제다."

 

- 검찰의 결정이 어떤 점이 문제라고 보나.

"최초로 조사한 경찰이 쌍방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것으로 알고 있는 데, 검찰이 전교조 울산지부 간부에 대해서만 책임을 묻고 있다. 이는 정치검찰이 기소권을 악용해 전교조 탄압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검찰은 일부 해당교사들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했다. 그렇다면 역으로 이들을 고소한 학부모들에 대해서는 무고혐의로 기소해야 하지 않나?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다."

 

- 앞으로 계획은.

"검찰의 부당한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 전교조 울산지부가 고발한 사건에 대해서는 재심을 청구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기소된 사건에 대해서는 정식재판을 청구해 진실을 밝히겠다."

 

학부모측 "미워서 고소한 것 아니다"

 

이번 사건의 당사자로 이 학교 학부모 중 한 명인 이명곤(가명)씨는 검찰의 처리에 대해 "당연한 결과"라면서 "우리 학부모들은 죄가 없는 데 어떻게 유죄가 되겠냐"고 밝혔다.

 

그는 "당시 전교조 교사들이 '학교운영위원회가 학교장의 들러리며 거수기 역할을 한 것'처럼 대외에 알려 그들을 고소한 것"이라면서 "당시 본교 전교조 교사들만의 차원이 아닌 전교조 울산지부 차원의 시나리오라고 여겼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이제 사건이 종료되고 더 이상 학교가 언급되는 것은 교육상 좋지 않으므로 사태가 일단락 됐으면 한다"면서 "해당 전교조 교사들이 개인적으로 미워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한편 문제의 발단인 관리수당의 중심에 있는 J여고 학교장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취했으나 그는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다.

덧붙이는 글 비슷한 기사가 <시사울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학교장 관리수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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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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