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태가 4년만에 선보이는 <늑대>는 단연 돋보이는 것이 있다. 표제작 '늑대'를 포함해 6편의 소설이 몽골을 무대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왜 몽골일까? 몽골은 자본주의를 받아들인 지 얼마 되지 않았다. 그에 따라 우리의 과거에도 있었던, 요즘 사람들은 체험하지 못했던 어떤 경험들이 있다. 또한 그곳에는 '남'과 '북'이 작지만, 분명하게 공존하는 자리라는 점, 그로 인해 눈여겨볼 것이 나타난다는 것도 몽골이 소설의 배경이 된 이유로 빼놓을 수 없다.
소설에서 그것은 '목란식당'이라는 이름의 북한식당에서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울란바타르에 있는 그 식당은 남과 북의 대치가 어쨌든간에 꽤 인기가 있다. 그곳에 체류하는 사람들은 물론이고 한국에서 관광 온 사람들이 자주 들르는 곳이기 때문이다. 목란식당의 사람들도 그것을 알기 때문에 나름대로의 서비스를 해준다.
종종 한국인들이 일하는 사람들을 향해서 술에 취해 "김신조 알아요? 실미도는요?"라는 소리를 하지만 "저녁 시간에는 삼십분 정도 접대원 처녀들이 반주기에 맞춰 노래공연을" 해주는 식으로 그곳 사람들은 흥을 돋아줄 줄 알았다. 분단 장사인 셈이지만, 어쨌거나 남과 북이 만나는 자리였다.
소설집의 첫 작품 '목란식당'의 '나'와 '삼촌'이 그곳에 자주 가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더군다나 그곳에는 최근에 유명한 요리사가 왔다고 해서 더욱 찾아가게 된다. 그런데 무슨 일일까. 그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단번에 '박살'난다. 찾아와서는 엉뚱한 소리 내뱉는 남측 사람들 때문이다.
그들은 찾아와 "우리가 먹는 음식은 핵무기를 만드는 데 사용되지 않는다고 합니다"라고 하며 식사를 하다가 요리사가 안 왔다는 사실을 알고 "오, 주여! 이게 저들의 방식입니다"하더니만 "사실을 호도하는 자나 거짓을 두둔하는 자나 다 민족 앞에 죄인입니다"라고 대꾸한다.
음식 잘 먹어 놓고 이 무슨 일인가 싶어 '삼촌'이 "여긴 그저 밥 먹는 식당"이라고 하지만 소용없다. "식당이니까 내 하는 말이오. 성도 여러분, 우리는 오늘 불경한 음식을 먹고 말았습니다"라며 나가 버린다. 소설 속의 말처럼 밥 먹는 식당인데도 그렇다. 남과 북의 갈 길을, 그것을 더 어렵게 하는 어떤 것을 보여주고 있다.
비슷한 이야기는 '남방식물'에서도 볼 수 있다. '목란식당'을 자주 가던 '병섭'에게 이제 북한으로 돌아가야 하는 접대원 처녀가 편지 같은 것을 비밀리에 준다. 병섭은 순간 그것이 탈북을 도와달라는 것으로 판단하고 홀로 어떤 섬뜩함을 느낀다. 동포라고 하면서, 또한 그곳의 인권을 걱정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지만, 막상 그런 일이 닥치자 본능적인 공포를 느낀 것이다.
그래서 병섭은 편지를 안 본다. 아예 보지 않는다. 그것이 잘한 일일까? 만약 접대원 처녀가 그저 인사의 말을 썼을 뿐이라면? 소설의 끝맺음이 의미심장하기만 하다. 남과 북의 이야기를 넘어 몽골에 체류하면서 시를 쓰려고 하는 남자 이야기 '코리언 쏠저'도 의미심장하다. '창대'는 시를 쓰려 했다. 하지만 몇 가지 에피소드들을 통해 그는 시를 쓰기는커녕 몽골사회를 정글처럼 여기고 그들을 '칭기스칸의 군대'로 비유하며 치를 떤다.
그러던 중 자신이 궁지에 몰리자 그는 몸 속에 밴 군사 문화를 되살린다. "칭기스칸의 군대를 닮은 것은 오히려 한국 군대"라고 생각할 정도다. 그로 인해 하는 행동은 어처구니가 없지만, 그는 '코리언 쏠저'답게 추진한다. 그에 대한 몽골인들이 환호하는 데 아이러니한 일이고 그 이면에 담긴 쓴소리가 예사롭지가 않다.
그 외에 몽골을 배경으로 한 소설은 몽골의 어제와 오늘을 살피며 또한 자본으로 인해 파괴되어가는 그들의 삶을 이야기하고 있다. <국경을 넘는 일>을 선보였던 전성태가 이번 소설집에서 국경을 넘어 보고 들은 이야기로 우리 사회를 돌아보게 하는 것이다. 국내를 배경으로 한 소설은 어떤가. 전성태의 소설다운 글맛이 녹아들어 있다. 코믹하면서도 날카롭고, 애틋하면서도 강렬하다. 그 모습은 마치 보름달 아래서 우는 고독한 늑대를 닮은 것 같기도 하다.
늑대 - 제6회 채만식문학상, 제10회 무영문학상 수상작
전성태 지음,
창비,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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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장사하는 목란식당에서 무슨 일이 생긴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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