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계사 벚꽃 십 리 길 가에서
삼남매를 키우면서 지난 세월 동안 자신의 시간을 갖지 못한 아내가 어떻게 하면 좋은 시간을 가질 수 있을까를 몇 번이나 고민하다가 그렇게 가고 싶었던 쌍계사 벚꽃 십리길 여행을 가기로 하였다. 남편과 아이들에게 어쩔 수 없이 구속되어야 하는 가정 주부들에게 자유 시간이란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지만 현실에서는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막내아들이 고교에 입학하면서 학부모 독서 토론 동아리를 만들어 교육청에 공모하였고 그 일환으로 이번 섬진강 벚꽃 구경을 떠나게 되었다.
수영장에서 늘 만나던 얼굴이지만 벚꽃이 이렇게 흐드러지게 핀 봄날에 함께 떠나는 독서 여행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오랜만에 일상의 구속에서 벗어나 아름다운 꽃길을 따라 드라이브를 하는 마음이란 천금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이요, 기쁨이었다. 낯선 부산 생활에서 항상 즐거움과 행복을 주는 선희씨, 명숙씨, 미정씨 세 사람이 아내에게는 세상 그 누구보다 귀중한 친구들이다. 그리고 아내에게 너무 잘 해주어 나도 개인적으로 항상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 이렇게 사진으로 보니 절친한 여고 동창생 같다. 어떤 순간에도 그 마음이 변하지 않고 아내 곁에 함께 해 주었으면 좋겠다.
쌍계사 입구에 있는 대나무 밭에서 독서 삼매경에 빠진 아내
전형적인 가정주부로 삼남매를 키운다고 고생한 아내가 최근 부산 교육청 학부모 자원봉사 교육과정을 이수한 후 좋아하는 독서에 더욱 빠졌다. 이번 학부모 독서 토론 동아리에 공모하면서 학생 심리에 대해 책을 많이 읽고 있다. 이번에는 너무나 편한 일상의 친구들과 봄날 따사로운 햇볕이 떨어지는 쌍계사 대나무 숲 속에서 포즈를 잡았다. 워낙 예쁜 얼굴과 마음씨를 갖고 있어 항상 나를 설레게 만드는 아내가 저렇게 독서 삼매경에 빠진 모습을 보니 저절로 가슴이 뜨거워진다. 20여 년을 넘어 이젠 인생의 동반자로 오랜 기간을 함께 한 아내가 저렇게 깊이 책을 읽는 모습이 그 유명한 쌍계사 경내 대나무 밭에서 아름답게 피어나고 있다. 언제보아도 너무나 아름다운 모습이 영원히 하기를 빌어 본다.
벚꽃나무 앞에서
네 사람 중 귀하지 않은 사람이 있으랴. 아내가 늘 얘기하던 친구들과 이렇게 쌍계사 경내에서 일상 생활 중에 사진을 찍을 기회를 갖다니 너무나 보기 좋았다. 네 사람 모두 개성이 있는데도 쉽게 마음이 통하고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이 있어 이렇게 평일 날에 모든 일상에서 벗어나 먼길을 함께 할 수 있는 순간의 기쁨이 얼마나 컸을까. 그들의 기쁨이 얼굴에 저절로 묻어난다. 오늘 이 순간만이라도 일상의 현실에서 벗어나 마음껏 웃고 마음껏 즐기는 시간이 있어서 저 아름다운 미소들이 쌍계사 경내에 날아다닐 듯하다. 쌍계사 부처님이 그들을 환영해 주어 이렇게 날씨도 아름다운 것인가. 쌍계사에 가득한 벚꽃 앞에서 함께 한 네 사람이 신형 F4로 태어난 날이다. 모두들 예쁘기만 하다. 웃음에서 피어나는 네 사람의 삶의 모습이 오늘은 벚꽃의 향기와 함께 환하게 날아다니고 있다. 이렇게 가득한 벚꽃 향기 속에서 네 사람이 또 다시 함께 하는 시간이 정말 많았으면 좋겠다.
다시 쌍계사 대나무 숲에서
아내 홀로 책을 읽으니 친구들이 샘났는가 보다. 함께 사진을 찍자고 나섰다. 모두들 환한 미소를 머금고 책을 보고 있는데 명숙씨는 보다 적극적인 포즈로 카리스마를 보여준다. 언제나 맑은 미소가 일품인 미정씨는 위에서 책을 보며 세상 일을 잊었노라. 그리고 오늘 특별히 카메라 삼각대를 준비한 선희씨 급하게 달려와 아내의 어깨 위에 기대고 있다. 이 사람들 손끝 하나 머리카락 한 올도 귀하지 않는 것이 없다. 벚꽃 길로 떠난 독서 여행보다 이렇게 어느 자매보다 가깝게 기대어 행복한 봄날을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 새롭다.
최참판 댁에서 선희씨
최참판 댁에서 명숙씨
최참판댁에 들러 마당에 있는 장독대에 올랐다. 일몰 직전에 컨셉을 설정하여 시골 아낙네의 정취를 만들려고 장독을 들어 올렸는데 도시풍이 강한 사람들의 복장이라 어색하지만 웃음을 주는 순간이다. 걱정도 고민도 전혀 없이 장독대를 머리에 이고 마냥 기뻐할 수 있는 것이 두 사람의 진정으로 원하는 컨셉이 아닐까. 남편이나 아이들보다 자신들의 삶을 위해 쓸 수 있는 자유와 시간이 필요했던 것은 아닐까. 너무나 바쁘게 도시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가끔은 이렇게 일상생활에서 벗어난 시간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저렇게 환한 미소는 누가 주는 것도 아니고 오직 자신의 삶에서 우러나야만 하겠지요. 장독대에 서 있지만 그들의 마음은 장독대보다 더욱 둥근 마음이 아니었을까.
섬진강 참게탕을 먹는 기쁨
여행에서 맛보는 최고의 기쁨은 바로 현지 특산물인 섬진강 참게탕을 함께 먹는 순간이다. 이쁜 얼굴에 표정이 조금 일그러져도 맛있는 참게탕을 먹는 이 순간의 기쁨에 비한다면 아무 것도 아니다. 절친한 친구 선희씨, 명숙씨가 참게탕을 놓고 독서 삼매경보다 더 즐거운 마음으로 식사를 하고 있다. 그리고 떠다니는 수다들이 음식 맛을 더욱 풍부하고 진하게 만들었다. 이렇게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 먹는 밥맛은 그 누가 알아줄까.
최참판댁 담 넘어
다음 여행을 기약하며
아쉬운 여행의 끝 무렵에 최참판댁 마루에서 한 컷! 저 멀리 일망무제로 펼쳐진 들판을 배경으로 아쉬움 가득하게 찍은 네 사람이 다음 여행을 기약하였다. 또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열심히 살면서 영원히 그들의 우정을 다짐하여 새로운 여행지로 떠나기로 하였다. 일상사에 돌아가면 숱한 현실이 그들을 붙잡겠지만 오늘처럼 아무런 구속도 없이 무한한 자유를 느끼며 하루를 보낼 수 있는 기회를 맞이하기 위해서 그러한 현실은 달콤하게 받아들일 수 있으리라. 가끔은 어려운 일이 닥쳐도 그들 네 사람이 마음을 모은다면 충분하게 극복할 것이다. 그리고 평소에 많은 행복과 즐거움을 쌓아 둔다면 어려움에 따른 고통도 반감될 것이다. 수많은 날들을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도회지로 돌아가 새로운 일상에 즐겁게 임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아내가 여행을 더욱 많이 했으면 좋겠다
2009.05.12 17:46 | ⓒ 2009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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