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맘광장에서 우리에게 말을 걸었던 여학생 중 한 명이다. 우리 큰 애 나이가 14살이고, 이 여학생은 16살이니까 두 살밖에 차이나지 않는데도 마치 아가씨와 어린 애의 차이처럼 나이차가 많아 보이는 게 신기하다
김은주
애들과 함께 좀 전에 봤던 그 날라리 같던 젊은 남자에 대해서 얘기하면서 걷다보니 어느새 이맘광장에 도착했습니다. 광장은 조금 한산했습니다. 몇 사람이 보이긴 했지만 천안문 광장 다음으로 넓은 이맘 광장의 넓은 잔디밭을 채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했지요. 겨울이라 광장은 조금 쓸쓸하고 황량한 느낌조차 들었습니다.
손님을 기다리는 마차를 끌고 있는 말은 추워보였습니다. 광장에는 마차가 몇 대 서 있었는데 돈을 받고 광장을 한 바퀴 도는 모양입니다. 애들에게 타지 않겠냐고 했더니 추워서 싫다고 했습니다.
비록 지금은 황량하고 사람도 없고 쓸쓸한 광장이지만 봄이 되고 여름이 되면 사람들이 몰려나와 소풍을 즐기는 곳입니다. 이란 사람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연못도 있습니다. 물론 수영장 스타일 연못인데 이맘광장의 규모에 걸맞게 굉장히 컸고, 겨울이지만 물이 채워져 있었습니다.
이맘광장으로 내리는 따뜻한 햇볕이 좋았습니다. 이스파한이 이란의 중부에 있어 테헤란 보다는 따뜻했지만 그래도 겨울인지라 바람에 찬기가 느껴졌습니다. 그러니 따뜻한 햇볕은 마냥 좋았습니다. 그래서 햇볕을 쬐며 광장 잔디밭에 풍경을 감상했습니다.
이란에서뿐 아니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스크 중 하나라는 이맘 모스크는 이맘 광장 서남쪽에 위치해 있고, 알리카푸 궁전은 이맘광장 서쪽에, 쉐이크 로폴라 모스크는 동쪽에, 그리고 이스파한 최대 시장인 보졸그 바자르의 유명한 벽화가 그려진 출입문은 북쪽에 있습니다. 이 모든 유적지가 다 이맘광장을 중심으로 배치돼 있기에 우리는 잔디밭에 앉아서도 이스파한의 명소를 다 감상할 수가 있었습니다.
오래되고 여전히 아름다운 건물에 취해 15세기를 헤매고 있을 때 아침처럼 또 현대의 이란인이 끼어들었습니다. 이번에는 여학생들입니다.
여학생들은 외국인인 우릴 보자 다가왔습니다. 나도 영어 못하지만 여학생들도 거의 단어를 나열하는 수준인데 단어도 아는 게 몇 개 안됐습니다. 그 몇 개의 단어로 어느 나라에서 왔느냐, 이름이 뭐냐, 나이가 몇 살이냐, 하고 나니까 할 말이 다 떨어졌습니다. 그래서 사진을 함께 찍고 서로 얼굴만 쳐다보면서 헤헤 웃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여학생들이 우리한테 관심 있는 건 아닌 것 같았습니다. 우리와 얘기하면서도 계속 주위를 두리번거렸습니다. 마침내 찾은 모양입니다. 두리번거리던 한 명이 다른 한 명에게 귀엣말을 하고, 또 다른 한 명에게도 귀엣말을 하고, 자기들끼리 키득키득 웃으면서 좋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