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마 민주주의 투쟁의 상징인 '8888민중항쟁' 아이콘인 민 꼬 나잉. 88년 투쟁당시 '전버마학생연맹' 의장을 역임하다 15년 옥살이를 했고 이후 '88세대학생그룹'을 결성 이른바 2007년 '샤프란혁명'으로 다시 65년형을 선고받고 감옥에 갇혀있다. 시인이자 민주화운동가로 버마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최방식
5·18기념재단은 버마 민주주의의 산증인이자 반독재의 상징인 그의 투쟁의지를 높이 살 뿐 아니라 버마 민주화를 염원하는 취지로 제10회 광주인권상 수상자로 민 꼬 나잉 시인을 선정했다. 시상식은 18일(월) 거행되며, 옥에 갇힌 그를 대신해 가족 한명이 대리 수상을 하게 된다.
버마 민주화를 기원하고 한국과 버마 문화의 교류를 취지로 결성된 버마작가모임은 민 꼬 나잉의 광주인권상 수상을 기념해 '영원한 광주 시인' 김남주 선생 묘역을 참배하고 묘소 앞에서 버마와 한국 관련 시 낭송회를 열게 된 것이다.
이날 낭송될 시는 '손'(민 꼬 나잉), '민 꼬 나잉, 진리의 버팀목'(양 나잉 툰), '이 세상에유'(김남주), '로터리'(임동확) 등이다. 창작시도 발표·낭송 되는 데 박광배·유종순·나해철·박윤일 시인이 참여하며 현지에서 공개·낭송된다. 행사에는 아웅 마잉 스웨 NLD한국지부 의장, 임효림 스님, 김준태 시인 등이 축하차 참여한다.
이승과 저승에서 항쟁의 아이콘
임동확 시인은 묘소 앞에서 김남주 추모시 '로터리 -心經44'를 읊는다.
"그 많은 삶의 곡선들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그처럼 죽어가는 순간에도 전주를 퍼부을 수 있었다니/ ...영원히 정복할 수 없는 관념의 숲속마저 시퍼런 도끼날로 찍어가며/ 한치의 굴곡도 없는 직선의 행로를 긋고자 했으니... /출구가 없는 지난 역사의 시간속을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슬픔 덩어리 같은 한 시인의 죽음이여..."
▲생전의 김남주 시인.
최방식
민 꼬 나잉은 감옥에서 보내온 광주인권상 수상 소감에서 "미얀마 군부의 부정과 국민이 겪고 있는 실상을 공개적이고 공식적으로 알리고 글을 쓰는 등 강인한 정신을 발휘해야만 모두가 바라는 자유·정의·민주를 싹틔울 수 있다"며 "평화적인 방법으로 투쟁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두 번째 낭송될 민 꼬 나잉의 시 '손'은 이렇다.
"참으로 자애로운 자들은 /이웃을 위한/ 아낌없이 베푸는 손을 갖고 있지/ 이웃들이 잘되기만을 바라면서/ 굶주린 자들은 기꺼이 그 손을 잡지/ 그 댓가로/ 배고픈 자들한테 바라는 건/ 아무 것도 없지.../"김남주의 시 '이 세상에유'도 최기순 시인이 낭송한다.
"사슬로 이렇게 나를 묶어놓고/ 자유로울 사람은 없다 이 세상에/ 압제자 말고... /벽으로 이렇게 나를 가둬놓고 /주먹밥으로 이렇게 나를 목메이게 해 놓고/ 배부를 사람은 없다 이 세상에/ 부자들 말고는...""사슬로 이렇게 나를 묶어놓고..."버마 시인 양 나잉 툰이 쓴 시 '민 꼬 나잉, 진리의 버팀목'도 묘역에 울려퍼진다.
"민 꼬 나잉, 진리의 버팀목/그의 정신은 매우 강인하고 결단성 있지/ 그리고 칼끝처럼 아주 날카롭지/ 독재자를 공포로 떨게하고/ 거의 초죽음으로 몰아가지... 비록 쇠창살 안/ 외로운 영창에 갇혀 있어도..."민 꼬 나잉(Min Ko Naing)은 누구? |
민 꼬 나잉은 이른바 '8888항쟁'을 이끌었던 '全버마학생연맹'(All Burma Federation of Student Unions or ABFSU) 전 의장 출신이며, 88세대학생그룹(88 Generation Students Group)의 리더이자 대변인. 3천여 명이 살해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8888항쟁' 때 체포·구금된 그는 16년 형을 받고 15년을 복역하고 출소했다. 하지만 2007년 이른바 '샤프란 혁명'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다시 붙들려 65년형을 선고받고 투옥중이다.
63년 10월 17일생이고 본명이 포 오 툰(Paw Oo Htun)인 그는 1988년 민중항쟁이 일어나던 그 해 '왕을 정복한 자'라는 뜻의 민 꼬 나잉이라는 필명으로 전버마학생연맹 강령에 서명하고 의장이 된 이래 지금까지 필명으로 알려져 왔다. 그는 주로 시와 풍자만화를 통해 정치적 의사를 표명해왔다. '시민불복종'을 통해 학생들과 국민에게 영적인 지도자가 되었다.
8888항쟁 이후 군사정권의 폭압으로 일부는 국경을 넘어 태국으로 이주했고 또 일부는 정글로 숨어들어 무장투쟁을 벌이기 시작했지만 민 꼬 나잉은 어느 쪽으로도 가지 않고 사람들 곁에 남아 민주주의를 위해 싸워 나갔다.
1988년 아시아위크와 인터뷰에서 민 코 낭은 이렇게 말했다.
"저는 절대 죽지 않을 것입니다. 몸은 죽는다 하더라도 저와 같은 많은 사람들이 제 자리를 대신하게 될 것입니다."
8888항쟁으로 옥살이를 시작한 그는 15년 형기를 마치고 2004년 풀려났다. 출소 후 1988년 봉기 때 활동하던 운동가들과 함께 88세대학생그룹을 설립하였다. 88세대의 지도자이자 대변인으로 민 꼬 나잉은 2006년 흰색 복장을 하고 정치 수감자를 방문하는 '하얀 일요일 운동'(White Sunday Campaign), 2007년 버마 정치위기의 평화적 해결을 촉구하는 '범종교 기도 모임'(Multiple Religious Prayer campaign) 등을 벌였다.
군사정권의 탄압에도 그를 포함한 88세대는 유엔과 전세계 언론들과 소통을 해왔다. BBC, 미국의 소리(Voice of America), 버마 민주의 소리(Democratic Voice of Burma)를 통해 평화운동의 메시지를 전달해왔다. 게다가 버마 전역에서 편지를 모으는 '열린마음운동'(Open Heart Campaign)을 통해 군부가 자행하는 학대를 국제사회에 널리 알렸다.
민 꼬 나잉은 2008년 미국 국제민주주의 대통령상, 2005년 미국 용기있는 시민상, 2001년 노르웨이 학생평화상, 2000년 체코 호모 호미니상(Homo Homini Award)을 수상하였다. 이번에 제10회 광주인권상을 받게 됐는데, 아웅산 수지 여사가 주도하고 있는 민족민주동맹(NLD)의 아웅 마잉 스웨(Aung Mying Swe) 의장의 추천을 받았다.
하지만 2007년 이른바 '샤프란혁명'으로 불리는 버마승려항쟁을 촉발한 물가인상에 반대하는 시위를 조직한 혐의로 민 코 나잉은 다시 2007년 8월 21일 밤 기습 체포되었고 65년형을 언도받았다. 2008년 11월 15일 샨(Shan)주 캥퉁(Kengtung) 교도소로 이송돼 수감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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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 시(詩)들 |
손 민 꼬 나잉 시(詩)
참으로 자애로운 자들은 이웃들을 위한 아낌없이 베푸는 손을 갖고 있지, 이웃들이 잘되기만을 바라면서. 굶주린 자들은 기꺼이 그 손을 잡지.
그 댓가로 배고픈 자들한테 바라는 건 아무 것도 없지.
한결같이 너그러운 자들은 이웃들을 위한 아낌없이 베푸는 손을 갖고 있지
오직 이웃들이 잘 되기만을 바라면서.
민꼬나잉, 진리의 버팀목 양 나잉 툰 시(詩)
민 꼬 나잉, 진리의 버팀목 그의 정신은 매우 강인하고 결단성 있지 그리고 칼끝처럼 아주 날카롭지 독재자를 공포로 떨게 하고 거의 초죽음으로 몰아가지.
민 꼬 나잉, 진리의 버팀목 그의 신념과 불굴의 의지는 매우 확고하지 싸우는 공작 깃발 그 자체로 감옥의 벽을 부수고 나와 놀랍고도 우아하게 하늘 높이 날아오르지.
민 꼬 나잉, 진리의 버팀목 비록 쇠창살 안 외로운 영창에 갇혀 있어도, 그의 위대한 노력과 헌신의 이야기는 온세계가 읽거나 들을 수 있지.
민 꼬 나잉, 진리의 버팀목 그렇게도 강인한 신념을, 영웅적인 진리 사랑을 보았는가 그의 고결함과 위엄을 표현할 적당한 말을 찾기 어렵네.
오 민 꼬 나잉, 진리의 버팀목 우리 모두를 이끌어 가는 너의 의기(義氣)는 드높고 용맹하지 미래의 세대들 또한 우리들의 위대한 귀감으로 당신을 확실히 또 영원히 찬양할지니
<김남주 추모시>
로터리-心經 44 임동확 시(詩)
그 많은 삶의 곡선들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그처럼 죽어가는 순간에도 저주를 퍼부을 수 있었다니 그는 정녕 세상을 다 살았다 변명하고 용서받기에 급급한 生前의 모오든 비겁들을, 껍데기들을 새삼 확인시키기라도 하듯이 마지막까지 눈물 한 방울 대신 엄청난 육신의 고통마저 비웃고자 했으니 누가 뭐래도 그는 진정한 강자였다 너무 많은 세상의 여백이나 꽉참을 조롱하듯 영원히 정복할 수 없는 관념의 숲속마저 시퍼런 도끼날로 찍어가며 한치의 굴곡도 없는 직선의 행로를 긋고자 했으니,
별다른 회한도 없이 잘도 회전해가는 세월의 로타리 속에서, 그리고 제 명에 죽지 못한 자들의 부풀어오른 살덩이처럼 흉하게 이그러진, 출구가 없는 지난 역사의 시간 속을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슬픔 덩어리 같은 한 시인의 죽음이여 그러나 곧은 것들을 죽음을 닮아 결코 퇴로가 없음을 미처 알지 못했겠구나 그게 제 스스로가 가장 먼저 상처받는 일인 줄도 꿈에도 생각해보지 않았겠구나
이 세상에 김남주 시(詩)
사슬로 이렇게 나를 묶어놓고 자유로울 사람은 없다 이 세상에 압제자 말고는
벽으로 이렇게 나를 가둬놓고 주먹밥으로 이렇게 나를 목메이게 해 놓고 배부를 사람은 없다 이 세상에 부자들 말고는
아무도 없다 이 세상에 사람을 이렇게 해 놓고 개처럼 묶어 놓고 사람을 이렇게 해 놓고 짐승처럼 가둬 놓고 사람을 이렇게 해 놓고 주먹밥으로 목메이게 해 놓고 잠자리에서 편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압제자 말고 부자들 말고 그럴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천에 하나라도 만에 하나라도 세상에 그럴 사람이 그럴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어디 한 번 나와 봐라
나와서 이 사람을 보아라 사슬 묶인 손으로 주먹밥을 쥐고 있는 이 사람을 보아라 이 사람 앞에서 묶인 팔다리 앞에서 나는 자유다라고 어디 한 번 활보해 봐라 이 사람 앞에서 굶주린 얼굴 앞에서 나는 배부르다라고 어디 한 번 외쳐 봐라
이 사람 앞에서 등을 돌리고 이 사람 앞에서 얼굴을 돌리고 마음 편할 사람 있으면 어디 한 번 있어 봐라
남의 자유 억누르고 자유로울 사람은 없다 이 세상에 남의 밥 앗아먹고 배부를 사람은 없다 이 세상에 압제자 말고 부자들 말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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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인터넷저널에도 올라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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