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후 정세균 민주당 대표가 당원들과 함께 광주 망월동 국립묘지를 참배했다.
이주빈
우울한 5·18, 5·18단체만의 문제인가... 갈등 중재없는 정치권이 더 큰 문제여느 해와는 확연히 다른 5·18주간이다.
17일 밤 광주 금남로에서 열린 5·18전야제에는 1000여 명의 시민이 모였을 뿐이다. 예전 같으면 시민들이 손에 손을 잡고 나와 추모공연을 보거나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술잔을 기울였을 터다. 그러나 5·18항쟁 29주년이 되는 2009년 5월 17일 밤의 금남로는 휑했다.
18일 망월동 묘지에서 열린 5·18민주화운동 29주기 기념식 자리도 휑하기는 마찬가지. 국가보훈처는 2000개의 좌석을 준비했지만 고작 약 1000석을 채웠을 뿐이다. 이명박 대통령도 오지 않았지만 유족들도, 부상자도, 구속자도, 시민들도 참여가 저조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이토록 씁쓸한 5·18주간을 보내고 있는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5월항쟁 근거지였던 옛 전남도청 별관의 철거문제를 두고 오월단체끼리 갈등을 빚고 있다. 급기야 한 단체는 농성 중인 옛 동지를 강제 해산시키겠다며 완장을 차고 옛 도청을 향해 진군하기도 했다.
이후 벌어진 사태는 불을 보듯 뻔했다. 유족회와 부상자회, 구속부상자회 등 5·18 관련 당사자 세 단체로 불리던 이들의 통합 논의는 중단되고 말았다. 또한 해마다 세 단체가 돌아가면서 했던 18일 5·18민주화운동 기념식 순서 중 경과보고를 이번엔 정부 관계자가 대신 보고하는 슬픈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런 오월단체간의 갈등을 바라보는 광주시민들의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대리운전업을 한다는 최아무개(52)씨는 "모진 희생을 한 것은 다 아는 일이지만 만날 즈그들끼리 싸우는데 광주시민들이 예전같이 금남로에 나오고 싶것소"하며 안타깝게 볼멘소리를 한다.
언론들도 5·18단체들 간의 갈등이, 더 정확하게 얘기하면 옛 전남도청 별관 철거문제를 두고 갈라진 5·18단체 간의 갈등이 우울한 5·18 29주기를 만들었다고 질타한다. 이제 5·18단체들은 영락없는 광주 갈등의 장본인이 되고 말았다. 그런데 과연 그런 것인가? 이 모든 분열과 갈등의 책임을 5·18단체들만이 져야 하는가?
광주는, 그리고 전남은 누가 뭐라 해도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광주전남지역 국회의원의 절대 다수가 민주당 소속이며, 광역단체장은 물론 기초단체장, 심지어는 광역의회와 기초의회까지 거의 싹쓸이를 하고 있다.
그렇다면 광주의 최대 현안이었던 옛 전남도청 별관 철거문제와 관련해서 민주당은 그동안 어떤 정치력을 발휘해왔을까. 이 사안은 국책사업인 아시아문화전당 건립사업과 연계되어 시민들이 온통 관심을 가졌던 사안이다.
적어도 이 사안과 관련해 민주당이 그동안 보여준 모습은 추미애 의원의 발언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추 의원은 옛 전남도청을 방문해 5·18유가족들을 만난 자리에서 "당내에서 옛 전남도청에 대한 얘기가 거론되지 않아 별관이 철거되는 줄 몰랐다"며 "5·18유족회 회원들의 분노가 상당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동안 지역 여론은 "적어도 이 지역에서만큼은 제1당인 민주당이 문제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라"고 계속 촉구해왔다. 그러나 박주선 민주당 최고위원이 중재를 시도하다가 실패했을 뿐 민주당이 당의 공식입장을 가지고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려고 나선 적은 없다.
지역현안을 풀고, 갈등과 반목을 조정과 타협을 통해 해소해야할 민주당은 그동안 팔짱을 낀 채 구경만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호남1당'인 민주당의 지역현안에 대한 방관자적 자세와 태도는 비단 이 사안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지역현안 문제 외면하는 '호남1당' 민주당... 정치는 왜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