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의 '분노'

대전지방경찰청장, 40분 기다리게 한 후 "참 나... 여보세요"

등록 2009.05.18 21:25수정 2009.05.18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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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일 오후 3시 30분 경 민주노동당 홍희덕 의원(왼쪽)과 이정희 의원(오른쪽)이 대전지방경찰청에 들어서고 있다.
18일 오후 3시 30분 경 민주노동당 홍희덕 의원(왼쪽)과 이정희 의원(오른쪽)이 대전지방경찰청에 들어서고 있다. 심규상
18일 오후 3시 30분 경 민주노동당 홍희덕 의원(왼쪽)과 이정희 의원(오른쪽)이 대전지방경찰청에 들어서고 있다. ⓒ 심규상

민주노동당의 이정희 의원과 홍희덕 의원이 유태열 대전경찰청장을 면담하러 대전경찰청에 들렀다가 분노했다.

 

두 의원은 지난 16일 전국노동자대회에서 대규모 연행이 일어난 것과 관련 유 청장을 면담하기 위해 18일 오후 3시 30분경 대전경찰청을 방문했다. 하지만 두 의원은 청장면담 여부를 놓고 실랑이를 벌여야 했다. 청장실이 아닌 차장실로 안내된 것.

 

대전경찰청 측은 처음부터 유 청장이 부재중이라 강기중 대전경찰청 차장이 대신 면담에 응하기로 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 의원과 홍 의원 측 보좌관은 "분명히 청장을 면담하겠다고 했고 오후 3시 이후 면담이 가능하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경위 확인을 요구했다.

 

두 의원은 다시 "마냥 기다릴 수 없으니 유 청장이 무슨 일로 나가 있고 언제쯤 귀가 예정인지 알려줄 것"을 요구했다. 10여 분이 지난 뒤 대전경찰청 관계자는 "점심 식사 후 바로 나가셨는데 연락이 되지 않아 어디 가셨는지 모른다"며 "사적인 일로 나갈 수도 있지 않느냐"고 답변했다.

 

이정희 의원이 "근무시간에 사적인 일로 나갈 수도 있다는 게 말이 되느냐, 근무일지에 어디에 갔는지 써놓고 갔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이에 강기중 대전경찰청 차장은 "의원님은 (근무일지에) 써 놓고 여기 오셨느냐"고 맞섰다.

 

강기중 차장 "의원님은 (근무일지에) 써 놓고 여기 오셨느냐"

 

 대전경찰청 강기중 차장(오른쪽)이 홍희덕 의원에게 차장실로 가서 기다릴 것을 요청하고 있다.
대전경찰청 강기중 차장(오른쪽)이 홍희덕 의원에게 차장실로 가서 기다릴 것을 요청하고 있다.심규상
대전경찰청 강기중 차장(오른쪽)이 홍희덕 의원에게 차장실로 가서 기다릴 것을 요청하고 있다. ⓒ 심규상

두 의원은 20여 분을 기다리다 직접 청장실에서 기다리겠다며 오후 4시 5분경 청장 집무실 문을 두드렸지만 굳게 잠겨 있었다. 비서실 관계자가 "집무실 문을 임의로 열 수 없다"며 비서실에서 대기하도록 하면서 논란이 이어졌다. 두 의원은 청장실 문 앞에 선 채로 "한 지역을 책임지는 경찰청장이 한 시간 이상 연락이 안 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문을 열든지 아니면 문 앞에 서서 기다리겠다고 청장께 전해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거듭된 요청에도 청장 비서실장은 "두 의원이 청장실로 들어오시기 전 수행 비서에게 연락을 취해 기다리고 계신다고 했지만 이후 연락이 두절됐다"며 문도 열지도 않고 전화 연결도 하지 않은 채로 15분가량을 버티고 서 있었다. 비서실장이 수행 비서와 전화 연결을 시도한 것은 이날 오후 4시 20분경. 하지만 이때도 전화를 받지 않았고 그 뒤 거듭된 전화에도 연결되지 않았다.

 

유 청장은 두 의원이 청장 집무실 문 앞에서 40여 분을 기다리게 한 후 집무실로 들어섰다. 하지만 세 번째 실랑이가 이어졌다. 대전경찰청이 간담회 내용을 취재할 수 없다며 기자의 출입을 막아서면서 10여 분간 실랑이가 이어진 것.

 

이 때문에 유 청장과의 면담은 오후 5시가 되어서야 이루어졌다. 유 청장은 "엊그제 있었던 시위 현장과 직원들을 둘러보고 오느라고 늦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대화 과정에서도 실랑이는 그치지 않았다.

 

이 의원은 "해산하는 과정에서는 폭력이 없었는데 무리한 진압으로 폭력행위와 무관한 사람까지 닥치는 대로 연행하고 치료도 제대로 받지 못하게 한 것은 문제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권력인 경찰력은 차분히 행사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유 청장이 목소리를 높이며 이 의원을 향해 "참 나… 여보세요"라고 말을 받았다. 이 의원이 "말씀이 지나치다"고 지적하자 유 청장이 곧바로 사과했지만 오래지 않아 이 의원의 언성이 또 높아졌다.

 

 이날 대전지방경찰청장과의 면담은 유 청장의 집무실 문 앞에서 40여분을 기다린 후에서야 이루어졌다.
이날 대전지방경찰청장과의 면담은 유 청장의 집무실 문 앞에서 40여분을 기다린 후에서야 이루어졌다. 심규상
이날 대전지방경찰청장과의 면담은 유 청장의 집무실 문 앞에서 40여분을 기다린 후에서야 이루어졌다. ⓒ 심규상

 

유 청장이 이 의원의 대화 도중 말을 자르며 "담배 좀 피워도 되겠냐"고 물은 것. 이 때문에 유 청장은 이 의원으로부터 "너무 예의가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아야 했다.

 

이날 두 의원은 "청장께서 16일 집회를 이유로 이후 민주노총과 화물연대의 모든 대전 집회를 불허하겠다고 밝힌 것은 감정적 대응으로밖에 볼 수 없고 사려 깊지 못하다"며 "이럴 때일수록 여유있고 차분하게 유연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이에 대해 유 청장은 "합법적인 집회는 보호해야 하는 것이 경찰의 본분이지만 도를 넘어선 폭력행위에 대해서는 용인할 수 없다"며 "하지만 앞으로 최대한 차분하고 유연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두 의원이 대전경찰청에 들러 유 청장으로부터 "차분하고 유연한 대응을 하겠다"는 답변을 이끌어내기까지 2시간여가 소요됐다.

 

유 청장과 40여 분간의 면담을 마치고 나선 이 의원은 "두 의원이 기다리는 것을 알면서도 한 시간여 동안 지방경찰청장이 연락이 두절됐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직무태만이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고 말했다.

2009.05.18 21:25ⓒ 2009 OhmyNews
#대전경찰청장 #화물연대 #이정희 의원 #홍희덕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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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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