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통, 완산동물원 등 작가의 작품을 한 줄 한 줄 읽고 읽노라니, 곧 마음이 동한다. 최명희 선생은 생전 '아름다운 조각품을 볼 때, 그 아름다운 조각품이 태어나기 위해 떨어져나간 돌이나 쇠의 아름답고 숭고한 희생을 우러르며 가슴 아파했고, 흐드러지게 피어 아름다운 동백꽃만큼 그 둥치에 낀 이끼의 생명력을 소중히 여겼다'고 한다.
최명희 문학관은 선생의 이러한 마음에서 시작된다. 그래서 시민과 함께 연구하고 학습하며 감동을 주고받는 도시형 시민밀착형 문학관으로 만들어졌다, '사당'처럼 적막한 곳이 아니라 문학 강연 , 토론회 , 세미나 , 문학기행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생생하게 살아서 뜀박질하는 문학생산의 중심으로 우뚝 서고자 건립되었다고 이곳 관계자는 말했다.
최명희 문학관은 <인간 최명희>,<작가 최명희>, <영원한 최명희>의 세가지 테마로 구성되어 있다. 작가는 이미 고인이 되었지만, 작가와 그의 작품들은 독자들과 후배 문학인들의 마음속에 남아 면면히 숨쉬고 있다. 회고적이거나 박제된 공간이 아니라 생동감이 넘치는 소담스러운 이야기 공간이며, 문학인들의 창작공간으로 이용되고 있다.
"인연이 그런 것이란다. 억지로는 안 되어/아무리 애가 타도 앞당겨 끄집어 올 수 없고/아무리 서둘러서 다른 데로 가려 해도 달아날 수/없고 잉. 지금 너 한 테로 도 누가 먼 길 오고/있을 것이다. 와서는, 다리 아프다고/주저 앉겄지. 물 한 모금 달라고."(최명희의 '혼불'중에서)
언어는 정신의 지문(指紋) 나의 넋이 찍히는 그 무늬를 어찌 함부로 할 수 있겠는가. "말에는 정령이 붙어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말이 씨가 된다고도 하지요. 생각해보면 저는 소설이라는 이야기 속에 말의 씨를 뿌리는 사람인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씨를 뿌려야 할까, 그것은 항상 매혹과 고통으로 저를 사로잡고 있었습니다. 언어는 정신의 지문이고 모국어는 모국의 혼이기 때문에 저는 제가 오랜 세월 써오고 있는 소설 '혼불' 에다가 시대의 물살에 떠내려가는 쭉정이가 아니라 진정한 불빛 같은 알맹이를 담고 있는 말의 씨를 삼고 싶었습니다."(1998년, 8회 호암상 수상소감 중에서)
'혼'은 얼, 정신이다. '한국 혼을 일깨우는 문학사 기념비'로 평가되는 '혼불'은 작가가 17년이라는 긴 시간을 두고 5부로 완성한 대하소설이다. '혼불'은 억눌린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의 꺼진 '혼불'을 환하게 지펴 올리는 작품으로 우리 한국인들이 면면히 가꾸어 온 세시 풍속, 관혼상제, 음식, 노래 등의 민속학, 인류학적 기록들을 상세하게 구성하여 문학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최명희 작가는 1947년 전주시 화원동(현, 풍남동)에서 출생, 전주한옥마을과 완산동, 다가동, 금암동에서 학창시절을 보냈다. 풍남초, 전주사범 병설중, 기전여고, 전북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1972∼81년 전주 기전여고와 서울 보성여고에서 국어교사로 재직했다.
198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쓰러지는 빛〉이 당선되어 등단하였고, 이듬해 동아일보 창간 60주년 기념 장편소설 공모전에서 '혼불'(제1부)이 당선되어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 이후 1988∼1995년 월간 《신동아》에 '혼불'제2∼5부를 연재했으며, 1996년 12월 제1∼5부를 전10권으로 묶어 완간하였다.
'혼불'은 일제강점기인 1930~40년대 전라북도 남원의 한 유서 깊은 가문 '매안 이씨' 문중에서 무너져가는 종가(宗家)를 지키는 종부(宗婦) 3대와, 이씨 문중의 땅을 부치며 살아가는 상민마을 '거멍굴' 사람들의 삶을 그린 소설이다. 근대사의 격랑 속에서도 전통적 삶의 방식을 지켜나간 양반사회의 기품, 평민과 천민의 고난과 애환이 생생하게 묘사하였으며, 소설의 무대를 만주로 넓혀 그곳 조선 사람들의 비극적 삶과 강탈당한 민족혼의 회복을 염원하는 모습 등을 담았다.
또한 호남지방의 혼례와 상례의식, 정월대보름 등의 전래풍속을 세밀하게 그리고, 남원지역의 방언을 풍부하게 구사하여 민속학·국어학·역사학·판소리 분야 학자들의 주목을 끌기도 하였다.
1997년 전북대학교에서 명예문학박사 학위를 받았고, 같은 해 사회 각계의 인사들이 모여 '작가 최명희와 '혼불'을 사랑하는 사람들 모임'을 결성하기도 하였다. 제11회 단재문학상(1997), 제15회 여성동아대상(1998), 호암상 예술상(1998) 등을 수상하였다.
대하소설 '혼불'을 통해 한국인의 역사와 정신을 생생하게 표현함으로써 한국문학의 수준을 한 차원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몌별(袂別)》 《만종(晩鐘)》 《정옥이》 《주소》 등의 단편도 썼지만, '혼불'에 쓰기 시작한 이후로는 다른 작품을 쓰지 않았다. 1998년 난소암으로 사망하였다. <전주시민의 장>으로 장례 후 모교인 전북대학교 부지 건지산 중턱에 안장됐다.
조선시대 양반가를 복원한 '한옥생활체험관'
한국의 전통 건축양식으로 지은 한옥은 지역과 기후에 맞게 난방을 위한 온돌과 냉방을 위한 마루가 균형 있게 결합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조선시대 양반가를 복원한 전주 한옥생활체험관은 전주시에서 건설하여 2001. 11월 개관, (사)전통문화사랑모임에 위탁을 주어 운영하고 있다.
방 9개와 샤워실, 식당, 화장실, 대청마루, 체험장 등을 갖추고 있다. 요금은 2인 1실 기준 방 크기와 화장실 유무에 따라 6만원에서 12만원(특실)까지 있다. 집은 옛날 양반집 ㄷ자형으로 안채와 사랑채로 구분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