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가사에서 바라본 팔영산.
전용호
전날 하루 종일 비가 내렸다. 아침 일어나서 하늘을 보니 비는 그쳤는데, 하늘이 흐리다. 오늘(17일) 애들과 함께 고흥 팔영산에 가기로 했는데….
팔영산은 바위산으로 날씨가 좋지 못하면 산행하기에는 부담스럽다. 벌교를 지나 15번 국도를 타고 고흥반도를 달리다가 팔영산 안내판을 보고 빠져 나온다. 얼마 가지 않아 팔영산도립공원을 알려주는 안내판과 함께 주차장에는 관광버스들이 몇 대 보인다.
팔영산(八影山, 608.6m)은 1봉부터 유영(儒影), 성주(聖主), 생황(笙篁), 사자(獅子), 오로(五老), 두류(頭流), 칠성(七星), 적취(積翠)까지 여덟 봉우리가 있는데, 이 팔봉의 그림자가 멀리 한양(서울)까지 드리워져서 팔영산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설마 서울까지 보였을까? 일설에 의하면 금닭이 울고 날이 밝아 오면서 붉은 햇빛이 바다 위로 떠오르면 팔봉이 마치 창파에 떨어진 인판(印版)과 같다 하여 그림자 영(影)자를 붙였다고도 한다.
때죽나무 하얀 꽃이 반겨주는 산길산행을 시작하는 곳은 마치 산사(山寺)로 들어가는 길 같다. 주차장에서 바로 능가사(楞伽寺 ) 천왕문이 보인다. 커다란 느티나무 그늘 아래로 천왕문 지붕이 어깨 추임을 하면서 들어오라고 한다. 능가사로 들어서니 넓은 마당을 지나 대웅전이 웅장하게 자리 잡고 있다. 대웅전 규모와 넓은 절터는 한 때 영화를 보여주는 듯하다. 절은 조용하기만 하다. 조용한 산사. 개도 무료한지 마당에 누워 눈만 마주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