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영어 교육도 우리말부터 잘해야 성공한다

[아가와 책 115] 아나운서 출신 이정숙의 <언어에 강한 아이로 키워라>

등록 2009.05.20 15:41수정 2009.05.20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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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책 <언어에 강한 아이로 키워라>

책 <언어에 강한 아이로 키워라> ⓒ 파프리카

책 <언어에 강한 아이로 키워라> ⓒ 파프리카

아이를 키우면서 만나게 되는 엄마들을 보면 대부분 고민이 한결같다. 며칠 전 동네 놀이터에서 우리 아이와 동갑인 아이를 둔 엄마를 사귀게 되었는데, 대화의 내용이 이렇다.

 

"우리 애는 다섯 살 초반이 되니까 한글을 잘 읽던데, 그 집 애는 어때요?"

"영어 공부는 어떻게 시켜요? 선생님 따로 불러요?"

 

엄마들 얘기를 들어보니, 아주 어릴 때부터 영어를 접하지 않으면 거부감을 느끼기 쉬워 다들 미리 영어를 시켰다고 한다. 선생님을 부르고 문화센터 수업에 다니며 영어를 익히도록 했다는 얘기다.

 

엄마마다 제각기 방법이 다르겠지만, 이명박 정부 이후 몰입 교육 광풍 덕에 아이들 키우는 데에서 '영어 교육'은 중요한 화두가 되었다. 이런 현상이 긍정적이건 부정적이건, 어쨌든 아이 가진 부모들의 영어에 대한 관심은 지대해진 상태다.

 

책 <언어에 강한 아이로 키워라>는 20년 넘게 아이를 키우고 아나운서 생활을 하다가 현재는 커뮤니케이션 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이정숙 원장이 썼다. 이 원장은 책에서 누누이 강조한다. 우리말을 원활히 쓸 줄 아는 아이, 의사소통 능력과 사고력이 발달한 아이가 결국에는 영어도 잘한다고 말이다.

 

저자는 실제 아이 둘을 키우면서 직접 체험한 일들을 에피소드로 전한다. 어린 시절부터 책을 가지고 놀며 글을 익히고 다양한 지식과 감성을 키운 두 아들은 외국 유학 생활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현재 어엿한 직장인이 되었다. 둘 다 언어 능력이 뛰어나 유명한 베스트셀러의 저자이기도 하다.

 

자, 그럼 이 나이 든 엄마의 교육 철학을 한 번 들여다 보자. 저자는 서문에서 허리띠 졸라매고 학원을 몇 개씩이나 보내도 크게 성공하지 못하는 아이들에 대해 지적한다. 돈 안 들이고 언어를 교육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아이가 아주 어렸을 때 뇌 속에 성능 좋은 언어 프로그램을 심어 주는 것.

 

이를 위해서는 엄마의 노력이 필요하다. 태어나기 전부터 엄마가 책을 많이 읽고 평상시에도 아이에게 책 읽는 엄마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면 아이는 저절로 책이 무척 흥미로운 장난감이라고 인식한다.

 

아이에게는 여러 종류의 다양한 책들을 제공한다. 예전 엄마들이 아이를 키울 때는 책 한 권 사주기가 힘들었다. 요즘은 웬만한 도서관에서 모두 아이 책을 빌려 주며 인터넷 등에도 도서 대여점이 널렸으니 돈 없어서 책 구해 주기 어렵다는 얘기는 다 핑계일 뿐이다.

 

책의 첫 장에서 저자는 아기의 뇌가 아직 밑그림이 그려지지 않은 캔버스라고 말한다. 이 위에는 세상의 소음을 듣는 순간부터 밑그림이 그려지는데, 이때부터 자주 들은 말, 본 사물, 접촉한 물건들이 머릿속 밑그림의 자료가 된다. 이처럼 중요한 순간에 엄마가 좋은 말을 많이 들려주고 다채로운 단어가 담긴 책을 읽어준다면 아이의 언어 능력은 저절로 발전할 것이다.

 

특히 아이가 어리다고 단순한 말을 반복하거나 유치한 장난으로 일관한다면 아이의 무궁무진한 능력은 퇴화하고 만다. 비록 어릴지라도 유창하고 바른 우리말로 대화한다면, 아이는 자랄수록 고급 언어를 사용하며 발달된 언어 감각을 보일 것이다.

 

많은 엄마가 어린 자녀하고 놀아주고 싶어도 같이 노는 방법을 모르겠다고 호소하는데, 말을 가지고 놀면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말로 하는 놀이에는 끝말잇기, '리' 자가 들어간 말은, 수수께끼 등처럼 단순한 것들도 있고, 역할놀이와 같이 복잡한 것도 있다. 각각의 연령대에 맞게 흥미를 느낄 수 있는 놀이면 아무것이나 좋다.

 

다섯 살 우리 딸도 요새 말놀이를 무척 좋아하는데, 책에서 소개하는 놀이는 대부분 즐거워하는 듯하다. 특히 한 시간 거리의 할머니 댁을 갈 때면 간판 읽기, 표지판 읽기, 수수께끼 등을 하며 시간을 보내곤 한다.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차 안에서의 시간을 말놀이로 보낼 수 있는 것이다.

 

"서양의 모든 과목은 말 잘하고 글 잘 쓰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전문 식견이 높아도 글이나 말로 타인이 금세 이해하도록 설명하지 못하면 인정받지 못한다. 그 때문에 서양의 부모들은 자식이 어릴 때 뇌 속에 말하기와 쓰기의 기본 프로그램이 완성될 때까지 좋은 책을 많이 읽힌다."

 

책을 쓴 이정숙 님은

대화법 전문가로서 현재 재계의 리더나 정치인 등 많은 이들을 대상으로 프레젠터이션, 비즈니스 협상, 주주총회, 회의, 지시, 보고, 국내외 인터뷰 등에 관한 컨설팅 및 강의를 하고 있다.

KBS 공채 아아나운서로 입사해 20년 동안 일하다가 미국으로 건너가 미시간주립대에서 스피치 이론과 커뮤니케이션 과정을 수료하고 서강대학교 언론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현재는 커뮤니케이션 전문교육기관 대표이사로 언어 및 스피치 관련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저서로는 <성공하는 여자는 대화법이 다르다>, <성공하는 직장인은 대화법이 다르다>, <오바마는 귀가 아닌 가슴을 향해 말한다>, <부모가 자녀를 화나게 한다> 등이 있다.

반면에 우리는 어떤가? 길게 말하고 쓰는 것, 책을 읽고 깊이 있게 생각하여 표현하는 것 등의 교육보다 단답형의 교육에만 치중하는 게 현실이 아니던가.
 
단답형의 교육에 익숙한 아이는 지금 당장 공부를 잘할지 모르지만, 자라서 큰 인재가 되기는 어렵다. 단편적인 사고보다 폭넓은 사고를 키울 수 있도록 말하기, 쓰기 교육이 중요하다.

 

저자는 이런 교육의 한 방법으로 일기 쓰기를 추천한다. 아주 어릴 때는 그림일기 등으로 흥미를 유도하고 자라면서는 독서 노트, 공부 노트 등을 만들어 하루에도 몇 번씩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써 보도록 한다.

 

만약 아이가 쓰기를 싫어한다면, 먼저 아이와 대화를 나누다가 재미있는 순간을 포착해서 "그걸 한 번 써 보면 재미있겠다"고 유도하면 된다.

 

대부분의 아이는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걸 좋아한다. 그러나 어른들의 잣대로 자꾸 평가하려 들면 움츠러들게 마련이다. 일단 아이가 말이나 글로 표현하기 시작하면 귀 기울여 듣고 칭찬해 준다. 부족한 부분은 아주 짧게 이야기 끝에 전해 주어 아이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하면서 북돋아주는 것이 필요하다.

 

"어릴 때는 부모의 한 마디가 천국도 만들고 지옥도 만든다. 부모의 한 마디가 앞길을 환히 비추기도 하고 어둠 속에 잠기게 하는 것이다. 이때 아이들이 듣는 부모의 말은 일생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직 부모 말을 거부하거나 비판할 능력 없이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는 아이들은 부모의 말이 곧 법이고 진리이고 길이라고 믿을 수밖에 없다."

 

아이의 교육에 있어 부모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단 말이다. 아무리 비싼 학원을 보내고 공부를 시키려고 한들, 아이 스스로 공부에 흥미를 느끼지 않는 한 아무 소용이 없다. 아이가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열고 많은 것을 받아들이도록 하기 위해서 부모는 많은 책을 읽도록 도와주고 스스로 생각하게끔 길을 터 주는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2009.05.20 15:41ⓒ 2009 OhmyNews

언어에 강한 아이로 키워라 - 자녀를 글로벌 인재로 기르려면

이정숙 지음,
파프리카(교문사), 2009


#육아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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