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보강] 20일 저녁 9시 00분
"도심 대규모 집회는 원칙적으로 불허, 불법행위자는 현장검거를 원칙으로 엄정대응, 현장검거치 못한 경우 채증철저, 사후 사법조치 확행"
위의 내용은 한승수 국무총리 주재로 20일 열린 최근 시위 관련 관계부처 장관회의 결정사항 중의 하나다. 국무총리실은 폭력시위를 차단하기 위해 도심 대규모 집회를 원칙적으로 불허하겠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이날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시민사회단체들이 발끈하고 나섰다.
한 총리는 이날 모두발언에서 "지난 16일일 대전 도심에서 벌어진 민주노총과 화물연대 시위에서 '05년 미군기지 이전반대 시위 이후 사라졌던 죽창이 다시 등장하는 등 과격 폭력시위가 나타났다"면서 "특히, 시위과정에서 인명에 위해를 줄 수 있는 죽창을 휘두르며 경찰관에게 무차별 공격을 가한 것은 국법질서를 흔드는 범법행위"라고 강조했다.
한 총리는 또 "지금과 같은 불법파업이나 폭력시위가 반복될 경우 대통령께서 걱정하신 바와 같이 국가브랜드는 크게 훼손시키면서 수출에도 심대한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면서 "이는 결국 경제회생에 대한 온 국민의 희망에도 찬물을 끼얹게 되는 것이며, 종국적으로는 국민 모두에 고통으로 돌아오게 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따라서 한 총리는 "국민경제를 볼모로 한 어떠한 불법 파업이나 폭력시위에 대해서는 국법 질서확립 차원에서 단호히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천명했다.
또 한 총리는 "정부는 이번 죽창시위에 가담한 자에 대해서는 반드시 전원 검거하여 엄정한 사법조치와 함께 민사상 손해배상도 청구할 방침"이라며 "집단 운송거부에 참여하는 화물 차주에 대해서는 각종 정부혜택 중단을 포함하여 운전면허 정지․취소, 화물운송 자격 취소 등 강력한 제재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오후 한국진보연대, 민주노총, 민주노동당 등의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민주주의 수호, 공안탄압 저지 시민사회단체 네트워크' 회원들은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정부의 방침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이들은 특히 정부 방침에 대한 항의 차원에서 '서울 시내 100군데 집회 신고 내기' 운동을 벌이는 한편 23일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 '공안탄압 분쇄, 범민련탄압 규탄, 민주인권 수호 대회'를 열 예정이다.
박석운 진보연대 공동대표는 "정부가 도심 대규모 집회를 봉쇄하겠다고 결정한 것은 조급증과 위기감의 한 표현"이라면서 "반헌법적인 악법은 어겨서 깨뜨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도 이날 <불에 기름 부은 '관계부처 장관회의'>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정부의 이 같은 방침에 강력 반발했다.
민주노총은 성명에서 "감정에 격해 헌법도 무시한 '강경대응' 일변도로 제출된 이번 대책은, 실상 대책이라기보다 '선전포고에 가깝다"면서 "헌법도 무시한 채 집회를 허가제로 운영하겠다는 '불법'을 결의하다니, 세상에 이런 대책 없는 대책이 어디 있단 말인가"라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또 "지금 화물노동자의 처지는 면허취소를 무서워할 수준을 이미 넘어섰으며, 건설노동자의 분노는 정부의 대응보다 훨씬 드높다"면서 "지도부에 체포영장을 발부하고, 집회신고를 모조리 불허하면 다 해결된다는 군사정권식 발상이 아직도 우리나라 장관들을 지배하고 있다는 점은 분노를 넘어 연민까지 느끼게 한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마지막으로 "진정한 '대책'은 정부의 잘못된 노동․경제정책을 바로잡고, 그간의 실정에 대해 고개 숙여 사과하는 것"이라면서 "오늘 발표된 대책을 정부 스스로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박근용 참여연대 사법감시팀장은 "집시법에도 불법이나 폭력 우려가 있을 때 집회를 제한할 수 있다고 정부는 주장하는데 이는 매우 명백한 이유가 있을 때만 가능한 것"이라며 "우리나라 헌법에 도심 대규모 집회를 금지하는 근거는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만약 정부 방침이 관철된다면 집회를 사실상 허가제로 운영하겠다는 것"이라며 "이럴 경우 집회를 금지당한 단체로부터 민형사상의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 김환 기자는 <오마이뉴스> 인턴기자입니다.
2009.05.20 17:41 | ⓒ 2009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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