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님.
오늘 하루종일 울었습니다. 울면서 글을 쓰고 울면서 당신을 찾아보고 울면서 영상을 보고 울면서 뉴스를 봤습니다. 절대 안 울거라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지만, 그저 멍한 눈으로 당신을 찾으려 노력했지만, 나오는 건 오로지 당신이 떠났다는 이야기 뿐이었습니다.
대통령님
저는 지난 광주경선에서 당신의 연설을 보고 울었습니다. 그게 제가 대통령님의 팬이 된 이유였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그게 아니었다면 저는 당신에 대해서 솔직히 잘 몰랐을 겁니다. 당신의 모습은 너무나도 당당했고, 너무나도 멋졌습니다. 당신의 모습에 나도 당신처럼 살겠다고 다짐하기도 했습니다.
현실이 아무리 나를 속일지라도, 당신이 정당으로 쳐들어가자면 쳐들어갔고, 지켜야 한다 해서 지켰고, 그만 해야 한다 해서 그만했습니다. 그 이유였습니다. 다른 이유라고는 조금도 없었습니다. 당신이 하라고 했기 때문에, 당신이 옳은 길을 가고 있었기 때문에.
그 이유 때문에 그랬습니다.
대통령님.
조금만 더 살아 주시지 그랬습니까. 조금만 더 버텨 주시지 그랬습니까. 그토록 힘드셨습니까. 그토록 원통하시고 부끄러우셨습니까. 그토록, 이 나라가 전부였습니다. 당신은 늘 그랬습니다. 이 나라를 위해 힘들고 고된 길도 가셨고 늘 왕따였으며, 늘 바보 노무현의 모습으로 사셨습니다. 당신은 그랬습니다. 당신은.
국가와 민족을 위한 일이라면, 당신 자식같은 사람들이 있는 곳이라면 사지가 될 지도 모르는 곳에서 눈물을 흘리기도 하셨고, 그들을 안아주셨고 그들을 위해 무엇이든 하셨습니다. 그래서 웁니다. 그래서 가슴이 아픕니다. 그 이유 때문에, 옳고 그름이 문제가 아니라, 당신 가슴이 보여서 웁니다.
언젠가 당신이 하신 말씀. 이 부끄러운 역사를 청산하지 않으면 앞으로 절대 나아갈 수 없다는 그 출마 연설문을 보고 이 '노빠'는, 오열하고 통곡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나라가, 이 민족이. 어쩌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지 몰라 다시 한번 웁니다. 당신같은 사람을 벼랑에서 떨어지게 만든 이 시대와 사회가 서글퍼서 웁니다. 이 시대와 사회가 당신을 살인했다는 것이 부끄러워 웁니다.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 그저 힘 없는 백성이라 아무 말 없이 살아가야 하는 백성이라 미안합니다. 이 사회가 당신을 그렇게 힘든 선택을 하게 만든 그 사회에 아무것도 한 것 없이 그저 울 수밖에 없는 사람이라 미안합니다. 그저 미안합니다. 당신의 곁에 서 있지 못한 것이, 당신을 지킬 수 없어서 보낼 수밖에 없음이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 당신 혼자 짐을 지게 만들어서. 당신 팬이라 자처하면서 당신 혼자만 그 먼 길을 보낼 수 밖에 없음이 미안합니다.
대통령님.
떼 좀 쓰겠습니다. 당신께서는 참 나쁜 사람입니다. 이토록 많은 사람들을 한번에 울려버린 아주 나쁜 사람입니다. 당신의 가슴에서 나오는 이 말을 그 짧은 기사 하나로 알려버리고 온 국민을 통곡하게 만드는 아주 나쁜 사람입니다.
어쩜 그렇게 당신 뒤에서 당신을 믿고 지켜보던 사람들의 눈에서 이리 피눈물이 나오게 하십니까. 당신이 참 이쁘게 살아주시길 기대하던 많은 사람들에게, 이토록 큰 절망을 주십니까. 어쩌면 이렇게 아픔을 주십니까.
마음껏 울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한번 마음껏 울으라고 그러신 건가요?
대통령님.
당신은 참 행복한 사람입니다. 죽어서도 이리 많은 사람들 가슴속에 살아있는 모습으로만 영원히 기억될 것이기 때문에.. 당신의 모습을 기억하고 당신의 정신을 계승하려는 이 많은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당신으로 인해, 이 사회가 조금은 나아진 곳으로 나간다는 그 믿음을 가질 수 있었기 때문에. 당신으로 인해서 이 사회가 조금은 발전했기 때문에.
대통령님.
이제 당신을 놓아드릴 순간이 온 것 같습니다. 뭐라 더 말을 하겠습니까. 그저, 편히 쉬십시요. 이승에서의 이 이기적인 사회가 당신을 타살했지만, 그래도 당신으로 인해 사회는 조금 더 나은 곳으로 발전했고, 당신이 있어서 행복한 사람들이 참 많았습니다. 그 정도면 된 거 아닙니까. 기억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는 것, 기억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는 것. 그것만 가지고 훨훨 떠나십시요.
사랑했습니다.
사랑합니다.
당신은 내 영원한 대한민국 유일무이 대통령이십니다.
당신 때문에 많이 행복했고, 당신 때문에 이 세상이 조금은 좋아졌습니다.
이젠 그 짐 다 내리시고 편히 영면하소서...
덧붙이는 글 | 개인 블로그 thistopia.biz와 동시게재됩니다.
2009.05.23 22:07 | ⓒ 2009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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