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키와 난 같은 곳에서 일했었다. 스키장 레스토랑 안에 있는 카페에서. 커피와 핫쵸코 등의 음료와 피자 같은 걸 팔았던 곳. 점심 때만 되면 미친 듯이 외국인이 몰려오는 가게였다. 그렇게 힘든 일을 함께 했던 동료. 게다가 스키장 오픈 전부터 함께 했던 초기 멤버 4명 중 한 명 이기도 하다. 함께 했던 기간도 길었고 일하는 곳도 같았고 기숙사에서도 서로의 방을 오가며 거의 떨어져 있는 시간이 별로 없었다. 이런 사이였음에도 새삼스럽게 니세코에 대해 물어보는 게 쑥스러웠지만 아키는 뭐든지 돕겠다며 나서주었다. 역시나 아키에게도 니세코는 특별하기 때문이라며.(기사 중 ( )속의 말은 글 쓴 본인의 설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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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점프!!!! 눈 녹은 요테이잔(羊蹄山)을 배경으로 점프!
ⓒ 아라이 아키코
▲ 점프!!!! 눈 녹은 요테이잔(羊蹄山)을 배경으로 점프!
ⓒ 아라이 아키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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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세코에 오기 전의 너의 이야기를 들려줘. 자기소개라고 생각해도 좋고.
학교 다닐 땐 진짜 평범한 아이였어. 노는 것, 쇼핑, 음악, 노래방, 연애, 알바, 부활동 등등 뭐든지 단기간에 그만두거나 하는 일은 없었어. 남자친구도 알바도 기본은 3년~하하하
바꿔 말하면 모험을 하지 못하고 뭔가 새로운 일을 하려고 할 땐 너무 고민해서 결정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려. 그래 놓고도 정작 행동에 못 옮길 때도 있고. 아마도 신중파인가 봐.
공부는 영어에만 흥미가 있어서 고등학교도 외국어고등학교 영어 전공으로 들어갔고 장래희망은 영어를 활용해서 일을 하는 거였어.
하지만 더 이상 공부하기 싫어져서 취미였던 제과제빵 쪽으로 진로를 정했어. 하하하
19살에 양과자전문학교 졸업. 양과자공장에 취직. 그리고 5년 반 근무 24살에 퇴사. 그만 둔 이유? 약골이 되어서??? 육체피로와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 폐렴에 걸리기도 했고 병에 걸리기 쉬운 체질로 변해 버렸어. 하하하 그리고 일에 있어서 더 이상의 목표를 잃어버렸고 한계를 느낀 거지.
야마고모리(山篭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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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단어로 번역하려니 딱 떨어지는 말이 없어서 그대로 사용했다. 직역하면 "산에 처박힘, 들어박힘"
스키장이 오픈해서 시즌이 끝날 때 까지의 기간동안 스키장에서 일하는 걸 이렇게 부르고 있었다. 일하는 기간과 일하는 곳은 개인차가 있다. 정식용어인지 알 길도 없고 일하는 곳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도 모르겠으나 한 시즌을 스키장에서 일하며 기숙사에서 살며 회사에서 지급하는 리프트권으로 마음껏 스키, 스노보드를 타는 것을 함축한 표현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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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직장생활을 하면서 수입도 생기고 해서 회사 선배랑 20살에 이와테현의 앗삐 고원에서 스노보드 데뷔를 하게 되었지!! 그러고는 매년 4번 정도 갔었나? 스노보드 너무 재미있었어. 한번쯤은 야마고모리 해보고 싶다고 계속 생각은 했었는데….
일, 환경, 생활, 남자친구......제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생각에 용기가 안 나서 난 할 수 없을 거라고 포기했었어.
그러던 중 5년 사귀던 남자친구랑 결혼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어. 그런데 정말 이대로 괜찮아??? 라며 매일매일 고민하게 되었어….
결혼이야기가 계기가 되어서 인생은 한번 뿐인데 하고 싶은 거 하자고 맘먹었지. 그게 바로 야마고모리였어.
남자친구는 반대했고 이대로 밀어붙이면 헤어지게 된다는 걸 알면서도 하고 싶었어. 역시 너무 하고 싶었었나 봐. 하하하. 이렇게까지 코너에 몰리지 않으면 행동으로 못 옮기나 봐. 난. 그렇게 남자친구와도 헤어졌고 직장도 그만두고 2개월 동안 백수였습니다. 니세코 오기 전까지.
니세코를 선택한 이유? 왜 니세코?
직장생활 할 땐 돈은 있지만 시간이 없어서, 휴가도 못 받고, 홋카이도에서 스노보드 타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그리고 새로운 출발점인 만큼 안 좋은 일이 있어도 쉽게 돌아갈 수 없는 곳으로 하자라고 생각했어. 고민고민해서 처음으로 나 스스로 결정한 일이니까 쉽게 도쿄로 돌아가고 싶진 않았거든. 그래서 머---언 홋카이도로 정했지.
그리고 홋카이도 중에서도 니세코로 결정한 이유는......엄마가 찾아 줬어. 하하하하
회사 그만 두고 한달 반.....전혀 일을 찾지 않는 날 보고 인터넷으로 찾아줬어. 하하하
근데 나도 홋카이도에 있는 스키장 잘 모르기도 하고 토큐(東急)가 큰 회사이기도 해서 일단 이력서를 보내봤어. 하하하하 그랬더니 OK! 이런 단순한 이유였어.
요테이잔(羊蹄山) |
니세코에서 가장 높은 산이자 상징적인 산. 모양이 후지산이랑 닮아서 홋카이도의 후지산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하지만 이 산엔 스키장은 없다. 그래서 아키가 처음에 요테이잔을 보고 저기서 일하는구나 라고 했던 생각이 어림도 없는 소리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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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니세코 와서 요테이잔(羊蹄山) 보고 감동해서 울 뻔했어.
요테이잔 스키장에서, 내가 저 산에서 일하는구나~라고 생각했었어. 하하하하
지금 생각해보면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싶지만. 하하하
니세코에서 뭐가 그렇게 즐거웠어?
스노보드. 하하하. 뭐 그렇게까지 타진 않았지만.....하하하하
하지만 다시 한번 실감했어. 스노보드가 즐겁다는 걸. 하하하
그리고 친구와 함께 했던 모든 것, 그래, 저----------언부!
스노보드는 물론이고 홋카이도 관광, 밥 먹고 이벤트(스키장 주변에 바가 많이 있고 그 곳에선 특히 주말에 이벤트가 많았다)에 가고 기숙사에서 수다 떨고…하하하
일도 다같이 처음 하는 일이니까 일하기 편했지. 눈 돌아갈 정도로 너무 바쁘니까 다들 움직임이 이상해 지는 거야. 그런 것도 너무 재밌었어. 하하하하
추운데도, 눈이 들어오는데도, 덥다면서 창문 활짝 열고서 폴로셔츠(우리가 일했던 카페의 유니폼이 반팔 폴로셔츠였다) 한장만 입고 일했던 것.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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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P 우리가 GP라 불렀던 그녀 ⓒ 정민정
▲ GP 우리가 GP라 불렀던 그녀
ⓒ 정민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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