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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타이거즈는 북한군? KBS 유튜브 영상에 '발칵'

야구리뷰 채널에서 '기아 대 롯데' 6.25전쟁 비유... "공영방송이 지역혐오 조장"

등록 2024.07.03 14:17수정 2024.07.03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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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가 운영하는 야구 리뷰 유튜브 채널 '야구잡썰'의 지난 1일 영상 갈무리. 6월 25일 진행된 기아타이거즈-롯데자이언츠 경기를 다루던 중 화면에 온라인 커뮤니티발 6.25 전쟁 상황도를 삽입했다. 북한군 점령 지역엔 기아타이거즈의 로고가 들어가 있다. ⓒ '야구잡썰' 갈무리

 
KBS 유튜브 채널이 프로야구팀 기아타이거즈를 북한군에 비유해 "공영방송이 지역 혐오를 조장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실제 온라인에선 이 영상으로 인해 기아타이거즈의 연고지인 광주·전라 지역을 폄하하는 댓글이 잇따랐다. 논란이 일자 제작진은 사과문을 올리고 문제의 영상을 편집했지만, 사과문 내용도 적절치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KBS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야구잡썰'은 지난 1일 기아타이거즈와 롯데자이언츠의 6월 25일 경기를 다루며 기아타이거즈를 북한군으로 비유했다. 당시 4회초까지 14대1로 앞서던 기아타이거즈가 이후 대량 실점으로 15대15로 경기를 마무리하자 이를 6.25전쟁의 북한군으로 묘사한 것이다. 

출연진 중 한 명인 KBS 스포츠국 정현호 PD는 "6.25 전쟁을 연상케 하는 전개"라고 말했고, 화면 하단에는 "기아-롯데 화요일 경기 일명 6.25 대첩"이라는 자막과 함께 북한군 대신 기아타이거즈 로고, 국군 대신 롯데자이언츠 로고를 삽입한 이미지가 들어갔다.

뿐만 아니라 해당 영상에는 한국프로야구(KBO) 리그를 "정병(정신병) 리그"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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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가 운영하는 야구 리뷰 유튜브 채널 '야구잡썰'의 지난 1일 영상 갈무리. 6월 25일 진행된 기아타이거즈-롯데자이언츠 경기를 다루던 중 화면에 "기아-롯데 화요일 경기 일명 6.25 대첩"이라는 자막을 삽입했다. ⓒ KBS 유튜브 채널 <야구잡썰> 갈무리


"KBS 달고 하는 방송, 이게 맞나"

영상 공개 후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지적이 나오자 야구잡썰은 유튜브 커뮤니티에 사과문을 게재했다. 하지만 사과문에는 지역 폄하·혐오 조장에 대한 내용은 빠진 채 용어 사용과 관련된 내용만 담겼고, 그마저도 이후 수정된 사과문에선 축소됐다. 

제작진은 최초 올린 사과문에서 "오늘 방송에 적절치 않은 내용과 이미지를 사용한 점 사과드린다"라며 "'6.25 대첩'이라는 용어와 6.25전쟁 상황도를 나타낸 이미지를 비유해 사용한 점, '정병 리그'라는 표현을 사용한 점"을 언급했다.

이어 "내용이 분명 적절치 않았음에도 이를 숙고하지 못했다. 녹화 현장에서도, 편집 과정에서도 실수를 범하였음에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며 "해당 영상은 삭제 처리 후 문제가 된 부분을 편집하여 재업로드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제작진은 다음날인 2일 오후 5시께 영상을 다시 올리며 사과문을 대폭 축소해 수정했다. 바뀐 사과문에는 "금일 업로드된 영상에 야구를 대첩에 비유하는 적절하지 않은 이미지와 발언이 있었다. 특정 팀이 오해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기에 삭제 후 재업로드했다. 앞으로 더 신경쓰는 방송이 되겠다"는 내용이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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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가 운영하는 야구 리뷰 유튜브 채널 '야구잡썰'이 지난 1일 사과문(왼쪽)을 올린 후 다음날인 2일 오후 5시께 이를 수정(오른쪽)했는데 그 내용이 대폭 축소돼있다. ⓒ KBS 유튜브 채널 <야구잡썰> 갈무리

 
시청자들은 부적절한 영상뿐만 아니라 사과문을 축소한 제작진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사과문에는 "사과문이 갑자기 간소해졌다", "뭘 잘못했는지에 대한 부분이 대폭 축소되었는데 이게 사과문 맞는가", "프로그램 폐지하라"는 등의 댓글이 이어졌다.

한 누리꾼은 X(옛 트위터)에 "결국에는 제대로 된 사과 없이 슬그머니 2부 영상 올리셨네"라면서 "사과문 같지도 않은 사과문에는 여전히 지역 비하 댓글이 올라온다. 아무리 유튜브 방송이어도 KBS 달고 (방송)하면서 이게 맞는 거냐"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누리꾼 역시 문제가 된 영상의 원본을 공유하며 "PD 진짜 정신 나갔나? 자기가 먼저 (6.25전쟁에 비유하는) 이야기를 꺼내고 친절하게 그 짤(커뮤니티에 올라온 이미지)까지 삽입해 놓았네. 어이가 없어서 녹화 따왔다"고 했다. 이 누리꾼의 글은 37만 회 이상 조회되고 1200회 이상 공유됐다.

"지역 혐오 문제 안다면 차마 떠올릴 수 없을 비유"

광주전남언론학회장인 김균수 전남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3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해당 영상이 사회 통합이라는 공적 책무를 갖는 공영방송에서 만들어진 콘텐츠라는 점에서 눈과 귀를 의심케 한다"며 "뿌리 깊은 전라도 지역 혐오와 낙인효과에 대한 문제점을 인식했다면 차마 떠올릴 수 없을 비유"라고 지적했다.

이어 "KBS 구성원의 혐오 발언 논란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에서 공영방송의 구조적 문제점이 더욱 악화하고 있는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오마이뉴스>는 KBS의 입장을 듣기 위해 전화·문자로 질의했으나 현재(3일 오후 2시)까지 답을 들을 수 없었다. 
 

기아타이거즈가 북한군? KBS 유튜브 채널 '발칵' #shorts ⓒ 박수림, 소중한

#KBS #야구잡썰 #공영방송 #기아타이거즈 #롯데자이언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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