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대통령의 일생은 죽음의 삶이었다. 지방출신, 상고졸, 인권변호사, 낙선국회의원, 탄핵대통령, 그야말로 죽음과 함께 더불어 사는 죽음의 노무현이었다. 그는 육체적으로만 죽음을 택한 것이 아니라 삶자체가 죽음이었다. 이제까지 그의 삶은 죽기 위한 연습이었을 것이다. 그의 삶에는 늘 죽음의 그림자가 따라 다녔던 것이다.
노 전대통령은 이미 학력으로서 죽었고, 변호사로서 죽었고, 국회의원으로서 죽었으며, 대통령으로서 죽었다. 마지막으로 자연의 한 조각인 죽음으로 돌아갔다. 죽음은 자연의 한조각이기도 하지만 그의 삶의 한 조각이기도 하였다.
기득권 앞에 그는 살 길을 택하지 않고, 항시 죽는 길을 택했다. 판사라는 기득권을 갖고서도 10개월만에 헌신짝 버리듯 버렸고, 돈 잘버는 조세변호사를 포기하고 인권변호사를 선택했다. 그러다 노동조합에 3자개입으로 구속당하기도 하였다.
노동자들을 위해 투쟁하다가 그는 정치에 입문하게 된다. 부산에서 허삼수를 이기고 당선되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보스 김영삼 전대통령을 따라가지 않고 3당통합에 반대하며 꼬마민주당에 남게 되었다. 그는 기득권 판사, 기득권 변호사를 포기하더니 이번에는 기득권정당을 포기했다. 그는 선거 1번지 종로 보궐선거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지역구를 포기하고 부산까지 내려가 세 차레 고배를 마셨다. 이번에는 기득권 지역구를 포기했다. 이처럼 그의 삶은 계속 던지고 포기하는 죽는 삶이었다.
그러나 기득권을 포기하는 삶이 노사모를 만들었고, 그러한 삶이 그를 대통령으로 만들었다. 정몽준과의 단일화도 그는 사실상 기득권 후보직을 포기한 것이었다. 승부수를 둔다는 것은 질 것을 각오하는 것도 포함되어 있다. 예수께서 살려고 하는 자는 죽고, 죽을려고 하는 자는 산다고 했다.
노무현 전대통령의 삶은 살려고 발버둥쳐서 사는 삶이 아니라 죽음으로서 사는 삶이었다. 그는 한 때는 국회의원직도 내던지고, 대통령직도 내던지려고 했다. 그에게는 국회의원이나 대통령이 중요하지 않았다. 원칙과 지역통합, 탈권위가 국회의원직이나 대통령직보다 더 중요했다.
국회로부터 대통령 탄핵이 결정되었다. 그러나 그의 정치적 사망으로 인해 여당이 과반수이상 압도적으로 당선되어 개혁을 주도해 나갔다. 노무현은 포기하고 던지고, 죽어야 정당이 살았고, 국회가 살았고, 국가가 살았다. 한나라당 김성태 의원은 CBS 김현정 앵커와의 인터뷰에서 노무현 전대통령은 지역종합, 남북긴장완화, 탈권위를 이룩한 대통령으로서 이러한 정신은 이어져야 한다고 했다.
노 전대통령은 이번에는 기득권 직분, 기득권 지역구를 포기한 것이 아니라 기득권적인 자신의 삶을 포기했다. 그는 가족과 지인들을 위해 삶을 포기했을 것이다. 그러한 포기의 삶이 또 한번 국민들의 심금을 울린다. 구차하게 사는 대통령보다 차라리 자신의 도덕률과 원칙이 무너지는 것을 가슴 아파하면서 몸을 죽음으로 던진 진심으로 양심적이기를 원했던 서민 대통령은 다시 우리 가슴속에 살게 되었다.
사람들은 뇌물대통령으로서 그를 기억할 것이 아니라 죽음을 선택함으로 기득권에 대항하고 약자를 위해, 불의에 대항하기 위해, 지역을 통합하기 위해 싸운 한국의 민주화를 한 걸음 앞당긴 대통령으로 기억할 것이다.
이러한 그의 삶은 철저히 주변적인 삶이었다. 그러나 그가 주변으로 갈수록 사람들은 그를 중심으로 몰았던 것이다. 그가 죽음으로 갈수록 사람들은 그를 살려내었다. 전국 도처에서 노무현 대통령 분향소에 인산인해이다. 영국, 미국, 일본, 유럽각지에서 지도자들이 인권운동을 펼친 위대한 대통령이었다는 메세지가 줄을 잇는다. 이는 노무현의 정신을 다시금 살려내려는 운동으로 보이기도 한다. 노무현대통령은 다시 서민들과 세계인들의 가슴중심에 자리잡았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서거에 눈물을 감추지 못한다.
그는 살기위해서 죽은 것이 아니라 우리 가슴속에 영원히 살아남기 위해서 죽은 것이다. 노무현 전대통령은 죽어서 살았던 것이다. 죽음은 그의 삶의 한조각이었으며, 육체적 죽음은 단지 확인에 불과했다. 승부사 노무현전대통령은 죽음의 그림자를 늘 안고 다녔다. 이번에는 그의 몸을 갖고 승부수를 던졌다. 그의 죽음을 통해서 지역통합, 남북화해, 탈권위주의가 다시 살아나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