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짚모자를 쓴 노무현 전 대통령
사람 사는 세상
불가에서는 49재 이전에는 영혼이 이승의 하늘을 헤매고 있다고 하니 제가 컴퓨터의 자판을 두드리는 이 글을 바로 제 곁에서 읽고 계실 테지요.
그래서 저는 편안한 마음으로 친구에게 전하듯 이런저런 얘기들을 떠오르는 대로 들려드리고자 합니다.
얼마 전, 제가 작품 자료를 구하고자 고향에 갔다가 버스를 타고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원주에서 내려 횡성으로, 다시 안흥으로 버스를 타고 귀가하려 했는데, 원주에 도착하고 보니 횡성에서 안흥으로 가는 버스가 이미 끊어진 시간이라 낙담하다가 원주시외버스터미널 앞에서 아주 큰마음 먹고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택시기사는 원주 시내를 벗어나자 차창을 열었습니다. 신록에 젖은 밤공기가 매우 상쾌했습니다. 그런데 그 시각 라디오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검찰소환에 대한 뉴스를 보도하고 있었습니다. 운전기사는 뉴스가 끝나자 라디오를 끄더니 "누가 뭐래도 나는 노무현이가 가장 훌륭한 전직대통령이라고 생각합니다"고 혼잣말처럼 뱉었습니다. 나는 그에게 아는 게 없는 산골노인처럼 그 까닭을 물었습니다.
"대한민국 대통령 가운데 현직에서 물러나 곧장 고향으로 돌아가 밀짚모자를 쓰고 고향사람들과 함께 사는 최초의 전직 대통령이 아닙니까"하면서 그는 별 무식한 산골노인 다 본다는 듯 언성을 높였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다른 전직 대통령 전력을 하나하나 들추었습니다.
그 이야기들을 이 글에다 그대로 옮기지는 않겠습니다. 현대사에 관심이 있는 이들은 대부분 다 아는 사실들인데, 이 글 본래 취지와도 어긋나고, 굳이 그 이야기를 옮기는 것은 돌아가신 분이나 살아계신 분의 명예를 헐게 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