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공방? 그건 당연한 일이지

[주장] 이제 책임을 물을 때다

등록 2009.05.28 22:37수정 2009.05.28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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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의 서거를 놓고 한편에서는 "숭고한 죽음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고 한다. 상주를 자처했던 민주당도 노무현 대통령 서거를 놓고 정치공방하지 않겠다고 했고 국민들은 그 뜻에 동의하고 수많은 국민이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고 애도하는 마음으로 보냈다. 벌써 6일이 지났지만 추모의 열기는 아직도 뜨겁다. 그래서 지금까지 힘들게 참고 있었다. 하지만 더 이상은 안 될 것 같다.

노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고 간 정치보복성 수사, 앞뒤가 안 맞는 서거 정황, 추모집회 탄압……. 사람이 죽었고, 경찰 수사는 말할 수 없이 허접했고, 집회시위의 자유를 빼앗겨 추모대회도 할 수 없다. 그것에 대해 누구의 책임인가 묻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닐까?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았으면 한다는 사람들 중 진심으로 애도하는 마음에 그런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치적 이용'이라 부르는 것 자체가 이미 한 수 접고 가는 것이다. 위헌적이고 비상식적이고 비도덕적인 일들에 대해 책임을 묻고 정치공방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닌가. 노 전 대통령이 말했던 것처럼 상식이 통하는 세상이라면 당연히 누군가 책임져야 하는 일이다.

검찰총장 사퇴로 끝날 일 아니다

임채진 검찰총장은 장례 후 사퇴하겠다고 했다. 그것으로 검찰의 책임은 끝나는 것일까? 부인과 아들까지 검찰에 불려가고, 사돈의 통장까지 추적하고 자주 가던 식당도 세무조사로 추징까지했다. 죄가 있는 사람 없는 사람 할 것 없이 일단 해보자는 식으로 막무가내 밀어붙이기 수사는 그 과정에서도 많은 비판을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내사와 정확한 증거를 기반으로 수사하지 않고 확정되지 않은 혐의까지 낱낱이 언론에 퍼트리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거야말로 피의사실공표죄(징역3년 이하, 자격정지 5년 이하) 아닌가? 명명백백 정치검찰의 과잉 수사였고 이명박의 정치보복이었다. 그것이 전직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고 갔다면 검찰 총장의 사퇴면 끝나는 걸까?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 정치검찰의 조직개혁, 각성과 참회가 있어야 한다.

경찰의 초동수사? 초딩수사라 함이 어떨지


타살설이 급속히 퍼지기까지 시민들은 조금씩 안정되어 가고 경건하게 추모행렬을 이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또 다시 충격과 혼란에 빠져들고 말았다. 전직 대통령의 서거를 조사하는 경찰의 수사는 초등학생 수준이었고(초딩들 미안합니다) 그 결과로 더 큰 혼란을 불러 일으켰다.

현장 감식을 통해 혈흔을 비롯해 정황 증거를 찾지도 못했고, 경호원의 무전과 통신기록도 철저히 조사하지 않았다. 노 전 대통령은 망신창이가 된 몸으로 56km를 차로 달려갔다. 헬기 한 대 동원되지 않았다. 이 같은 정황이 타살설을 비롯해 온갖 루머를 만들고 있다. 국민을 혼란으로 몰고 간 죄.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명박산성 부활, 아늑한 명박닭장

서거 당일부터 지금까지 서울시청광장에는 수 십대의 닭장차(전경버스)가 벽을 치고 거대한 닭장을 만들고 있다. 주상용 서울경찰청장은 "분향소를 버스로 둘러싸주니 분향하기에 더욱 아늑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그 안은 아늑한지 모르겠지만 국민들에게 그 차벽은 제2의 명박산성이고 통곡의 벽이다. 고인을 애도하는 마음으로 "정치적 행동을 자제하자"는 시민들의 진심과 달리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그 말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애도의 분위기를 이용해 물타기, 책임회피, 어물쩍 넘어가기를 시도 중이다.

도심 집회에 대한 원칙적 불허. 얼마 전 그들은 우리에게서 집회시위의 자유를 빼앗아 갔다. 그리고 이번 노무현 대통령 서거 추모집회도 그들의 원칙적 불허 앞에 빼앗기고 있다. 몰라서 못하는 것보다 알면서도 행동하지 않는 것이 더 큰 잘못이다.

소요사태? 당신들이 자초한 일

"소요사태가 일어날까 걱정이다"라고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가 말했다. 그리고 "경계해야한다"고도 했다. 마치 일어나서는 안되는 일이 일어날 것처럼 말한다. 하지만 소요사태가 일어나는 원인은 그들이 자초했고 당연한 인과지사다. 정치보복으로 인한 전직 대통령의 서거, 국민의 의문을 해소하지 못한 경찰 수사, 집회의 자유를 빼앗고 귀를 닫아버린 비도덕적 정권, 이 정도면 소요사태가 일어나는 게 당연하다.

그런 상황이 닥치면 또 이렇게 말할 것이다. "국가이미지 훼손됐다", "경제를 살려야지 뭐하는 짓이냐", "전문시위꾼들의 짓이다" 이 말들이 두려워 피한다면 오늘의 아픈 역사는 반복될 것이다.

이제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는 정치 문제로 풀어야 한다. 그것이 상식이고 올바른 길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를 애도하고 추모해야 하지만 애도 추모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전직 대통령 서거의 책임을 물어야 하고 허술한 수사는 징계를 받아야 한다. 광장으로 나가 잃어버린 우리의 자유와 권리를 찾아야 할 때다.

29일 일정

1시 시청광장 故 노무현 대통령 노재
7시 시청광장 국민추모대회
11시 故 노무현 대통령 추모 인터넷 집회(관련글 보기)
#노무현 대통령 서거 #인터넷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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