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대 총학의 섣부른 '분향소 반대 성명'

[주장] 학생 전체 견해 무시하고, 사태 파악도 제대로 안 된 듯

등록 2009.06.01 20:58수정 2009.06.03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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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독교계열의 한동대학교, 특성화교육으로 국제변호사 배출 국내1위를 자랑할 만큼 실력을 갖추고 있다. 총학의 정치성명서로 빛이 퇴색되고 있다.
기독교계열의 한동대학교, 특성화교육으로 국제변호사 배출 국내1위를 자랑할 만큼 실력을 갖추고 있다. 총학의 정치성명서로 빛이 퇴색되고 있다. 한동대학교 홈페이지 갈무리

포항 한동대학교가 총학생회의 '노무현 전 대통령 분향소 설치 반대'로 설왕설래하고 있습니다. 사건은 지난달 28일 일부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교내에 분향소를 설치했고, 이에 대해 총학생회가 다음날인 29일 학사정보홈페이지를 통해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불거졌습니다.

박총명 총학생회장은 반대 성명서에서 ▲ 국민에게 상처를 남기고 국가 위신을 실추시킨 죽음을 미화해서는 안 된다 ▲이념적 성향의 분향소 설치를 반대한다 ▲죽은 자에게 재단을 쌓지말고 하나님께 기도의 향을 올려야 할 때라는 요지의 주장을 폈습니다. 박 총학회장 외에도 36명의 연서가 포함된 이 성명서는 교수들에게도 메일로 보내진 것으로 알려졌고, 분향소와는 별도로 일부 학생들과 나라를 위한 금식기도 운동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오정현 목사 "가슴 뭉클했다" 지지... 일주일 전에는?

한편 이 소식을 전해들은 사랑의 교회 오정현 목사는 31일 예배 설교를 통해 이례적으로 '성명서'를 소개하기도 했는데, 그는 "한국 사회의 어려움을 보면서 하나님께 길을 열어달라고 기도하는 중에 포항에 있는 한동대 총학생회가 발표한 선언문을 읽으며 가슴이 뭉클했다"(사랑의교회 홈페이지 설교방송 일부)고 했습니다. 그는 또 "이런 투명한 젊은이들이 있기 때문에 소망의 끈을 놓지 않고 싶다"고도 했습니다.

그런데 오정현 목사는 지난달 24일,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한 다음 날 같은 시간 설교에서 "나라와 민족 위해 기도 먼저하자. 대통령 서거로 가슴 아프고 안타깝다. 민족 생각하면 왜 고통스런 일이 많은지 충격적인 일들이 많은지 모르겠다. 기도로 민족을 보호하는 길 외에는 다른 길이 없다. 나라가 하나님이 주인되어 이끌어 주시고, 정치, 경제인이 이끄는 게 아니라 주님이 다스린다. 상처받은 사람을 위로해 달라고 기도하자. 안타까운 소식 앞에 마음이 무겁다. 민족의 주인이 주님인 것 기억하게 하자. 전 대통령의 가족을 위로해 달라.(24일 설교방송)"고 하면서 애도의 뜻을 전하기도 했었다.

한동대 총학생회의 분향소 반대 성명을 지지함으로써, 일주일 전에 자신이 했던 그 애도의 표현이 진정성을 잃어버리는 순간이었습니다. 그것도 설교에서 말입니다.

겉으로는 '구국 기도', 속으로는 '정치 선언'


또한 이 성명서를 살펴보면 총학생회의 본심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 발견됩니다. 모두 세 단락으로 나누어 발표한 내용 중 마지막 세 번째 단락에서 이들이 하고싶은 말이 들어있는 듯 합니다.

"3. 하나님의 눈으로 사태를 바라보는 것은 중요합니다. 노무현 대통령 재임기에, 꼭 그분의 잘못이 아니라 할지라도 우리 성도들이 부끄러워하며 회개해야 할 많은 일이 벌어졌습니다. 기독교는 '개독교'가 되어 우리 주님의 권위는 떨어졌으며, 아프간에서의 의롭고 아름다운 순교는 파렴치한 기독교 신자들의 철부지 짓처럼 치부되었으며, 북한과 김정일에 대해 오판하여 끝없는 유화정책으로 김정일을 달래는 것만이 북한문제의 해결책인 것처럼 알려졌습니다.


탈북자들은 유리방랑하면서 냉대를 당했고, 북한의 인권문제는 부당하게 금기시되었습니다. 지금의 북한 핵실험과 미사일 실험이 현 정권의 강경한 대북 태도의 소산이라는 주장이야말로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주장이 아닙니까? 공중파 방송에서 무당과 귀신 부름이 드라마로 오락으로 정당화되었고, 성적 타락과 높은 이혼율, 저출산과 가족의 해체, 자살률의 급증과 우울증의 확산…." (성명서 일부)

그들은 분향소 반대 성명에서 뜬금없이 참여정부의 몇 가지 정책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위의 인용문 중 "아프간에서의 의롭고 아름다운 순교는 파렴치한 기독교인들의 철부지 짓이 됐다"거나, "북한과 김정일에 대해 오판하여 유화정책을 썼다"는 것, 그리고 "지금 북핵실험과 미사일 실험이 현 정권의 강경한 대북태도의 소산이라는 주장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것"이라는 등의 다소 의아한 주장들을 펼치고 있는 것입니다.

이들의 이런 주장은 노무현 정부의 실책이 많으므로 '분향소' 설치는 안된다는 '논점이탈의 오류'를 범하고 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한동대학교의 다른 학생들은 총학의 독단적인 결정에 대해서 비판하고 있기는 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기독교 글로벌 인재를 발굴하기 위한 목적의 한동대가, 이처럼 근시안적인 인식으로 자칫 기독교가 사회로부터 외면당하는 데 일조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입니다.

한동대 총학생회, 뉴라이트와 닮았다

이번 한동대 사태는 기독교계가 노무현에 대해 어떤 인식을 하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노무현의 참여정부 때 사학법 개정 문제는 기독교계와 노 대통령을 갈라놓는 계기가 됐습니다. 사립학교법 개정 저지를 위해 삭발투쟁을 불사했던 한기총 소속의 목사들, 그리고 아프간 사태로 인해 비난의 화살을 맞은 기독교계의 탈출구 등을 노무현 정부의 실책에 얹어가려고 시도했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지난 대선 때는 이명박 장로를 대통령으로  뽑아야 한다며 노골적으로 설교를 이용했고, 교회 예배를 악용했습니다. 거기에다 '뉴라이트' 단체를 통해 지금까지도 노무현 분향 집회를 반대하고, 이명박 정부의 실책 덮기에 혈안이 돼 있는 것입니다.

이번 한동대 총학의 태도는 지금까지 '뉴라이트'가 주장하던 것과 별로 다를 게 없습니다. 즉 이들이 전면에 내세운 주장과, 실제로 추구하려는 이상은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밖으로는 "나라와 민족을 위한 기도"를 외치지만, 속으로는 "이명박 정권의 유지"를 위한 포장에 불과한 것입니다.

뉴라이트나 한동대 총학이나 둘 다 '나라와 민족'을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그들이 진짜 주장하고 싶은 것은 '영원한 한나라당의 집권'입니다. 수구와 보수의 영원한 집권이야말로 이들이 진짜 주장하고 싶은 것입니다. 성명서를 통해서 드러난 한동대 총학생회의 정치적 색채, 그것은 결국 '뉴라이트'이며, 이는 곧 총학생회의 순수성을 상실했다는 증거입니다.

한동대학교 총학생회 성명서 전문
저는 분향소 설치를 분명히 반대합니다!

28일 한동대에 故 노무현 대통령 분향소가 설치되었습니다. 저희 총학생회는 분명히 반대 입장을 표했고 학교에서도 허가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사로이 분향소를 설치하는 것에 대해 우선 유감을 표합니다.

저와 총학생회가 분향소 설치에 대해서 반대 의사를 표명하는 것은 노무현 대통령 서거를 애도하지 않아서가 아닙니다. 저와 많은 학우는 전직 국가원수가 자살로 생을 마감한 것에 대해 '국가적' 비극으로 보고, 지난 월요일부터 3일간 금식하며 기도했습니다. 셋째 날인 지난 수요일, 하루 이상 금식한 100여 명의 학우가 비전광장에 함께 모여 오늘 우리나라가 왜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 애통하며 하나님께 회개하며 그 뜻을 구했습니다.

이것이 제가 하나님을 믿는 사람으로서, 하나님의 대학으로 자타가 말하는 한동대 총학생회장으로서, 무엇보다 목회자의 아들로서 이 국가적 사태 앞에 취할 수 있는 가장 바람직한 태도라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이 글은 매우 큰 논란을 일으킬 것이 분명합니다. 이루 말할 수 없는 악담을 감내해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저를 사랑하시는 하나님과, 값진 신앙을 유산으로 남겨주신 제 부모님 앞에 부끄럽지 않게 정직한 마음으로 이 글을 씁니다.

제 신앙 양심으로써 분명히 표명하는 것은, 한동대 내 故 노무현 대통령 분향소 설치는 옳지 않습니다.

1. 생명을 주관하시는 분은 하나님이심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그분의 관점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이곳은 하나님의 대학입니다. 이곳 거룩한 하나님의 대학에서 이 사실은 결코 가볍게 취급할 것이 아닙니다. 많은 국민들에게 상처를 남기고 국가적 위신을 크게 실추시킨 그분의 명예롭지 못한 방식의 죽음에 대해 어떤 미사여구로도 미화해서는 안 됩니다.

2. 이념적 성향의 분향소 설치는 결코 옳지 않습니다. 다른 어떤 대통령은 아니고, 오직 노무현 대통령만은 분향소를 설치해서 추모해야 한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분명 일정한 이념성향 때문일 것입니다. 건국의 위업을 달성한 분도 거부되고, 가난을 극복하도록 한 분도 거부되며, 그밖에 그 어떤 치적을 가진 대통령도 거부되겠지만 오직 그분만은 '추모하여 마땅할 만큼 위대하다'는 논리가 이념이 아니면 무엇입니까?

3. 하나님의 눈으로 사태를 바라보는 것은 중요합니다. 노무현 대통령 재임기에, 꼭 그분의 잘못이 아니라 할지라도 우리 성도들이 부끄러워하며 회개해야 할 많은 일이 벌어졌습니다. 기독교는 '개독교'가 되어 우리 주님의 권위는 떨어졌으며, 아프간에서의 의롭고 아름다운 순교는 파렴치한 기독교 신자들의 철부지 짓처럼 치부되었으며, 북한과 김정일에 대해 오판하여 끝없는 유화정책으로 김정일을 달래는 것만이 북한문제의 해결책인 것처럼 알려졌습니다. 탈북자들은 유리방랑하면서 냉대를 당했고, 북한의 인권문제는 부당하게 금기시되었습니다.

지금의 북한 핵실험과 미사일 실험이 현 정권의 강경한 대북 태도의 소산이라는 주장이야말로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주장이 아닙니까? 공중파 방송에서 무당과 귀신 부름이 드라마로 오락으로 정당화되었고, 성적 타락과 높은 이혼율, 저출산과 가족의 해체, 자살률의 급증과 우울증의 확산.

오늘 우리가 함께 겪고 있는 이 비극은 어떤 한 자연인의 자살이 아니라 우리의 지도자였고 대한민국의 상징이었던 분의 비극입니다. 그것은 곧 우리나라의 비극입니다. 이때야말로 우리 모두가 하나님 앞에 회개하며 '국가적' 차원의 죄악을 점검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가장 겸허하게 노무현 대통령을 보내드리는 방법은 무엇입니까? 죽은 자 앞에 제단을 쌓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 기도의 향을 올려야 할 때입니다. 겸손하게 무릎 꿇고 청년, 지식인, 무엇보다 한국 교회가 빛과 소금의 역할로 돌아오도록 하나님께 새로운 축복을 비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저와 이 글에 연서하는 학우들 역시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를 애도하며, 이 나라의 슬픔을 함께 애도합니다. 주님, 오셔서 진노의 잔을 거두시고 우리 죄를 사하시옵소서.

한동대학교 14대 총학생회장 박총명

박수* 경영경제학부 김문* 생명과학부 이미* GEA
정서* 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 남윤* 생명과학부 이태* GEA
박정* 국제어문학부 노민* 생명과학부 조은* GEA
이종* 국제어문학부 오현* 생명과학부 하임* GEA
최다* 국제어문학부 신명* 생명과학부 윤영* GEA
김성* 국제어문학부 정민* 생명과학연구소 김유* 글로벌리더십(GLS)
박현* 국제어문학부 김미* 생활관 간사 김형* GLS
성선* 국제어문학부 최은* 상담심리학부 한진* GLS
송영* 기계제어학부 김은* 상담심리학부 황민* GLS
허준* 기계제어학부 김아* 전산전자공학부 김세* GLS
최병* 법학부 주충* 전산전자공학부 이예* GLS
송수* 산업디자인학부 신민* 글로벌에디슨(GEA) 김정* G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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