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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몇년 전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된 친구에게서 전화가 걸려와 오랜만에 수다를 떨었다. 이 친구는 경상도에 사는 친구로 2002년 결혼해 2004년 아이를 낳은 평범한 가정주부다.
이 친구가 나에게 친구 요청을 해 온 때가 2007년 봄쯤으로 당시 인터넷 상에서 떠도는(?) 내 글을 읽고 블로그까지 찾아와 처음 인사를 나누고 친구가 된 사이다. 내게 관심을 보여주게 된 이유는 친구의 신랑 때문.
당시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결혼이나 장애인들의 성문제 등에 관련해 이런 저런 글을 써서 퍼뜨리던 때인지라 지체2급의 장애인과 사는 비장애인 자신에게 무언가 느껴져서인지 내게 궁금증이 많은 친구였다.
아이야, 장애인은 높은 사람이 아니란다
평소 장애인들에 대해서 색안경을 끼고 보지 않는다는 이 친구는 어제 통화에선 현재 일곱 살 난 딸아이에 대해서 한참을 얘기하며 웃음과 울음을 번갈아 가며 수화기를 통해 내게 전해줬다.
친구: 어제는 현지가 유치원서 돌아와 씩씩 대더라!
나: 뭔 일 있었대?
친구: 아니, 지들(친구)끼리 아빠자랑을 하다가 현지가 말문이 막혔던 모양이다.
나: 왜?
친구: 왜 겠나! 다들 지 아빠는 회사 부장이니 과장이니 선생님이니 하며 자랑인데 현지 아빠만 직장(?) 없다 아이가? 그러니 그 어린 게 풀이 죽은 게지.
나: 흠, 그럴 수도 있겠네.
현지 아빠는 얼마 전까지 동네에서 작은 구둣방을 하다가 요즘은 몸이 안 좋아 집에 머물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갑자기 이 친구가 깔깔대며 웃는다.
나: 와 그라는데?
친구: 아니, 이 가시나가 그 와중에도 친구들 앞에서 '우리 아빠는 장애인이다!' 라고 소리쳤다는 거 아이가. 하하하.
나: 하하, 역시 예쁜 현지야.
친구: 그러게. 장애인이 무슨 높은 사람이라도 되는 것처럼 그 어린 게 기 죽기 싫어 그런 말까지 했다는 게 참 마음 아프데이...
나는 뭐라고 위로 해줄 말이 없었고 이 친구와 더욱 씁쓸해 했던 이유는 위 얘기가 몇 해 전 방송에서 나온 얘기여서다. 그렇게 방송에서나 나올 말이 실제로 자신의 딸이 했다는 것에 대해서 정말 친구는 마음 아파했다. 그 얘기를 듣는 나 역시 착잡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고.
그 순수한 마음 변치 말고 자라다오
친구의 그런 일상 얘기를 들어주며 한 시간 정도 통화를 하면서 역시 어린 아이들은 특히 아픈 사람들을 아는 아이들은 또래들에 비해 속도 깊고 더욱 순수한 마음을 가졌다는 것을 느끼게 됐다.
정작 장애인인 이 친구의 남편과는 얼굴 한 번 보지 못했다. 사진 밖에는. 하지만 그렇게 불편한 몸으로 세 식구 생계를 유지하려 애를 쓰다 건강 문제로 집에 머물고 있다니 그의 마음도 말 할 수 없이 복잡하리라 생각한다.
그래도 그의 옆에는 그를 사랑해주는 아내와 아빠의 장애를 친구들에게 자랑하는 철부지 딸이 있어 그의 삶에 큰 버팀목이 있다고 믿는다. 특히 딸아이인 현지는 아빠에게 그렇게 애교를 부린다고 한다. 여섯 살 박이의 작은 손으로 아빠 걷는 거 불편하다고 먼저 손 내미는 아이라니 더 할 말이 없었다.
그런 현지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장애인은 비록 높은 사람은 아니지만 지금 현지가 생각하는 몸이 불편한 아빠처럼 누군가 손 내밀어 함께 해주어야 하는 사람들이니 현지가 어른이 되도 지금 아빠를 생각하는 것처럼 모든 장애인들을 창피한 사람이 아닌 손잡고 같이 살아가는 사람들로 생각해 주면 좋겠다"라는 것이다.
오랜만에 친구와의 통화에서 잠시나마 아이의 순수함에 미소 지울 수 있었던 시간이었으며 그들 가정에도 하루빨리 안정된 삶이 찾아주길 바라는 마음뿐이다.
2009.06.02 10:00 | ⓒ 2009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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