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년 된 '미국의 자존심' 제너럴모터스(GM)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1일 GM은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한국의 법정관리 신청과 같다. 이어 GM은 일부 우량 계열사를 중심으로 '뉴GM'을 꾸렸고, 지분 60%를 미국 정부에 넘기기로 했다.
사실상 국유화된 새로운 GM이 탄생한 것이다. 관심을 모은 GM대우도 여기에 포함됐다. 일단 살아남은 것이다. 그렇다고 미국 정부로부터 자금 지원 등을 받는 것은 아니다. GM대우 스스로 수익을 창출하고,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
따라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GM대우와 한국 정부 사이에 자금지원을 놓고 치열한 줄다리기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GM대우가 살아남은 이유는 GM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상 때문이다. GM대우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강하다. 작년에 국내에선 11만7000대를 팔았지만, 해외에선 76만5000대를 팔았다. 또 완성차는 아니지만, 반제품 형태로 수출한 물량도 102만3000대나 된다.
GM대우 관계자는 "완성차와 반제품 물량까지 다 합할 경우 전 세계 GM에서 파는 차량의 25%를 GM대우가 맡고 있다고 봐도 된다"고 말했다.
또 GM대우는 GM을 상징하는 브랜드인 '시보레'로 매년 차량 40만대를 공급하고 있다. GM으로선 GM대우가 단순한 해외사업장이 아니라 주력계열사인 셈이다.
이 때문에 사실상 국유화된 '뉴GM'에 GM대우의 한국 내 모든 공장(부평·군산·창원·보령)과 GM대우의 자회사인 베트남 생산법인 '비담코'가 들어간 것이다. 게다가 GM의 한국판매법인인 GM코리아, 시보레 유럽판매 법인 등도 모두 뉴GM에 편입됐다.
마이클 그리말디 GM대우 사장이 2일 기자간담회에서 "모기업인 GM의 파산보호 신청에도 불구하고 GM대우는 뉴GM의 일원으로 정상적인 영업을 계속할 것"이라며 "(GM대우는) 뉴GM에서 경차 및 소형차 개발기지가 되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GM대우의 독자생존은 어떻게?... 산업은행과 유동성 지원 협상 본격화
그렇다면 GM대우는 미국 정부의 지원 없이 어떻게 독자 생존해 나갈 수 있을까. 뉴GM에 편입됐다고 하더라도, GM의 모든 해외사업장은 독자적으로 수익을 내거나, 외부대출을 통해 자금을 확보해야만 한다.
그리말디 사장은 2일 "GM의 모든 해외사업부는 자체적으로 수익을 만들고, 자금을 확보하기로 미국 정부와 합의했다"며 "GM대우도 스스로 수익을 낼 것이며, 자금 대출 문제는 한국정부와 앞으로 건설적으로 논의를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현재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GM대우로선 뉴GM에 편입된 이상, 산업은행과 자금지원 협상을 조속히 마무리하는 것이 과제다. 산업은행은 GM대우 지분의 28%(GM은 72%)를 가지고 있는 2대 주주다.
GM대우가 지난 2월초 산은에 1조원가량의 자금 지원을 요청했지만, 산은은 미국 정부의 GM 처리방향 등을 보고 지원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다.
그리말디 사장은 "현재 일시적으로 유동성 위험을 겪고 있지만, 이번 뉴GM 편입으로 산업은행과 벌이는 협상이 앞으로 60~90일 사이에 마무리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앞으로 수익을 개선하고, 비용절감 등을 통해 투자 자금을 조달할 예정"이라며 "향후 중소형차 개발 등을 위해서라도 한국 시설에 대한 투자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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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M대우 매각 계획 없다" GM대우의 마이클 그리말디 GM대우 사장은 2일 오전 서울 밀레니엄 힐튼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GM대우를 매각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 김윤상
▲ "GM대우 매각 계획 없다" GM대우의 마이클 그리말디 GM대우 사장은 2일 오전 서울 밀레니엄 힐튼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GM대우를 매각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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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말디 GM대우 사장 "회사매각도, 구조조정도 없다"
그리말디 사장의 말에는, 지금 당장은 GM파산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지만 뉴GM의 소형차와 친환경차 시장 강화 전략으로 GM대우의 입지가 더욱 커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깔려 있다.
또 GM대우의 1만여 명에 달하는 생산직원을 비롯해 수백여개의 연관 중소업체의 생존 문제가 걸려있는 만큼, 한국정부가 지원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말디 사장이 이날 회견에서 "GM이 GM대우를 매각할 계획이 전혀 없다"고 말한 것이나, "그동안 정규직 인력을 줄인 사례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며 향후 구조조정 계획도 없다고 강조한 것도 한국정부에 보내는 일종의 메시지인 셈이다.
이어서 그는 "그동안 중지됐던 신차개발 프로그램들도 모두 재개됐다"면서 "첫 번째로 올해 안에 마티즈 후속모델이 출시되며, 향후 2년 안에 새로운 모델들이 나오면서 GM대우는 뉴GM에서 중소형차 개발기지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하지만 GM대우가 뉴GM에 편입됐다 하더라도, 당장 GM 브랜드 이미지 추락에 따른 판매·생산 감소 등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또 향후 산업은행의 자금지원 여부도, GM대우에서 얼마나 성의있는 자세를 보이는지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그동안 산은은 ▲ GM의 GM대우 지분 일부를 산은쪽에 매각할 것과 ▲ GM의 기술을 받아 GM대우가 하이브리드 차량을 만들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이에 대해 그리말디 사장은 "구체적으로 밝힐 사안이 아니다"라며 입을 굳게 다물었다.
이와 함께 파산보호 신청 기간 동안 본사와 관련된 채무와 채권이 동결되기 때문에 GM대우로선 그동안 외상으로 잡혀 있던 매출을 회수하기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GM대우가 본사와 해외법인에서 받아야 할 외상 매출금액은 지난 3월말 기준으로 2조340억 원 정도로 알려져 있다. 대개 파산보호 신청 절차는 짧게는 한 달에서 길게는 석 달까지 걸린다.
거대 공룡 GM의 몰락으로 새로 태어난 GM과 GM대우가 정글 같은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치열한 전쟁을 이제 막 시작한 셈이다.
2009.06.02 16:07 | ⓒ 2009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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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살아남은 GM대우 "매각도, 구조조정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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