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규채 사진작 '대숲은 空하다'
라규채
먹구름과 흰구름이 서로 섞이며 이뤄내는 아우라로 우리를 신비로운 교감의 장에 끌어들이기도 한다. 때로는 대숲에 회오리를 만들어내 인간의 원초적인 공포감을 자아내기도 한다.
사진예술의 신비와 진수를 안겨주는 라규채의 사진작품 전시회가 3일부터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 갤러리 이즈(옛 학고재)에서 시작, 9일까지 계속된다.
다섯 번째 개인전으로 'Empiness project'. 부제는 '대숲은 空하다'이다. 전시 작품은 모두 곧고 푸른 대에 바람을 표현한 20점. 배경은 '대나무 고을'로 알려진 담양의 대숲이다.
우리 눈으로는 흔히 보이지 않는 바람을 이용해 대의 아름다움을 카메라 렌즈를 통해 담은 것이 특징. 곧고 푸른 대가 물감을 뿌려 그림을 그린 듯, 안개 속에서 헤매다 숲을 만난 듯, 하얀 여백에 푸르른 흔적이 바람을 불러들여 몽환적이면서 우주적인 기운을 느낄 수 있다.
라씨는 최대한 카메라 셔터 속도를 늦춰 느리게 대상을 관찰하고, 그림을 그리듯 대를 흘려 만든 여백을 통해 우주를 나타냈다. 대의 기둥은 하나지만 바람이 일렁이며 댓잎은 여러 갈래로 나뉘고, 깊은 숲속에 들인 바람은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오로라가 대지를 감싼 듯 기묘한 색채를 그려낸다.
시인 고재종은 서문을 통해 "라규채의 대숲을 테마로 한 사진은 회화로 보면 추상화다"고 단정하면서 "사진예술의 신비로움을 극명하게 느끼게 해주는 라규채의 작품들 앞에서 우리는 입이 딱 벌어지는 어떤 황홀감을 체험하고도 충분히 남는다"고 극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