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고양이 카사5년 전 집 안에서 기를 때 모습
박도
카사를 실내에서 키울 때는 천장의 쥐조차 겁내지 않고 설쳤다. 그럴 때마다 카사란 놈이 '야옹, 야옹' 큰소리치면서 천장을 향해 높이뛰기를 해도 쥐들은 그때뿐, 곧 더 요란스럽게 설쳤다. 보다 못한 아내는 카사를 놀렸다.
"바보야, 쥐도 겁내지 않는 네가 고양이이니?"그럴 때마다 카사는 존심이 몹시 상한 양 고개를 떨어뜨린 채 자리를 피했다. 하기는 천장의 쥐들은 실내에 갇혀 있는 카사가 아무리 자기를 잡으려 해도 잡을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다가 3년 전부터 카사를 바깥에 놓아서 기르자 지난날 쥐도 못 잡는다는 조롱을 보상이라도 하듯 그 녀삭은 거의 날마다 쥐를 잡았다.
이놈은 쥐를 잡으면 '으응, 으응' 소리를 내면서 꼭 우리 내외에게 신고를 했다. 그 소리를 듣고 바깥에 나가면 쥐를 입에 물고 마치 개선장군처럼 으스댔다. 아마 자기도 이제는 당당한 고양이로 제 밥값은 한다는 것을 우리 내외에게 보여주기 위한 시위인가 보다.
이는 마치 아이들이 학교에서 100점 받은 답안지를 들고 부모에게 자랑하는 장면과도 같고, 일본 규슈 구마모토 근교 키쿠치 신사 역사전시관에 전시된 전투 장면 그림에서 일본무사들이 적군의 목을 베어 창에 꽂아 자기네 대장에게 보이면서 전공을 자랑하는 모습과 같아 나는 그때마다 사람이나 동물의 생각이나 행동이 비슷하다고 쓴 웃을 지었다.
"저보고 쥐도 못 잡는 고양이라고 놀렸지요? 보세요, 이렇게 잡아왔잖아요."
그러면 아내나 나는 그에게 다가가 쥐를 잘 잡았다고 칭찬을 해 준다.
"아이고 우리 카사가 이제는 쥐도 잘 잡네."그런 뒤 나는 삽으로 카사가 잡아온 쥐를 뒷산 양지 바른 곳에 묻어주었다. 카사가 실내에서 사는 동안 산골 마을에는 쥐들이 엄청 많았다. 특히 아래채 내 방 벽과 천장은 밤낮으로 쥐들이 '찍 찍'거리며 천장이나 벽을 갉아 몹시 신경을 건드렸다.
하지만 카사를 집 바깥에 놓아기른 뒤부터는 쥐들이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카사란 놈은 용케도 쥐의 냄새를 잘 맡아 내 방 천장까지 기어들어 쥐들을 모조리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