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로부터 조쉬의 여자친구 제니퍼, 게리, 구걸하러 온 현지인(뒤에 서 있는 사람), 중간에 앉은 게리 친구, 필자, 조쉬.
문종성
"친구들, 나 왔어!"
어디선가 남루한 옷차림으로 나타나는 한 남자. 컬컬한 목소리에 짧은 곱슬머리, 완전 아저씨가 우리에게로 다가왔다. 다들 서로 소개하고 관계를 만들어 가는데 이것 참 이제 갓 스물 세 살이라니. 하지만 그가 날 보며 더 놀란다.
"네가 진짜 스물 여덟이야? 맙소사! 스물 하나, 둘은 되어 보이는데."
동양인을 어리게 보이는 거야 여기에선 흔한 풍경이다. 그런데 나보다 덩치도 더 커, 외관도 고생이 심한 얼굴이야, 결정적으로 족히 인생 40년은 산 듯 삶을 달관한 여유로운 태도니 괜히 어린 동생인데도 나도 모르게 행동으로 존대하게 된다. 하지만 그를 알아갈수록 나는 여행자 본연의 침착함을 찾아가고 있었다. 나이에 상관없이 우린 친구잖아.
자신을 게리라고 소개한 이 친구. 그런데 알고 보니 한량계에 있어서도 엄청난 내공의 소유자다. 내 지금까지 이렇게 뻔뻔한 채 바람따라 구름따라 가는 인생 처음 봤다. 일정한 연고없이 벨리즈와 키 코커 섬, 옆에 산 페드로 섬을 오가는 그는 만나는 모두가 친구였다. 길을 가다 처음 봐도 친구였다. 단순히 인사치레로 부르는 '아미고(Amigo)'의 경계선이 존재하지 않았다. 처음 만난 사이에서도 거리낌 없이 부탁하고, 또 필요한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그런 친구였다.
그뿐인가? 어찌나 넉살스러운지 여자들 앞에서 엄청난 작업의 진수들을 보여준다. 모든 여자를 부르는 애칭은 동일하다. 아가씨고 아줌마고 '달링'이다. 바에서 한 잔 데킬라에 대화를 나누다 보면 어느 새 게리의 손은 여자들의 어깨와 히프를 아슬아슬하게 매만지고 있었다. 상황만 놓고 보면 두고 볼 수 없는 성추행 감인데 그들 사이에선 전혀 문제가 없나 보다. 고개가 갸웃거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