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은 조용하고 한가롭기만 하다.
전용호
큰 도로에서 마을로 이어지는 작은 골목길로 들어선다. 큰 길로 다녀도 되지만 굳이 구불거리는 골목을 따라 걷는다. 집들 사이로 작은 텃밭에는 고추며 가지들이 자란다. 콩 잎이 땅을 덮어가고, 옥수수 큰 잎은 하늘로 팔을 펼쳐가고 있다. 담장너머로 자두가 여물어가고 비파가 익어간다.
골목길로 들어서면 아침마다 마주치는 할아버지가 한분이 있다. 한쪽 다리를 심하게 절면서 지팡이에 의지한 채 밭으로 일 나가시는 할아버지. 불편한 몸에 행동이 느리다 보니, 서로 마주치면 멋쩍게 미소를 지으신다. 그래서 언제부턴가는 인사를 하게 되었다.
오늘도 그 집 앞을 지나간다. 그 할아버지 집 대문 양쪽에는 붉은 가위표가 그려졌다. 며칠 동안 보이지 않더니….
바로 뜯겨지는 집낮에 다시 마을을 찾았다. 집은 이미 창틀과 대문들이 뜯겨졌다. 열심히 담장 앞을 쓸고 있는 분이 계셔서 물었다. "혹시 사시던 분들은?" "아마 보상 받고 나갔을 거요?" "그럼 철거하시는 분이세요?" "고철이나 있나 보려고 왔는데…" 나이 드신 아저씨는 곧 철거될 집이지만 창틀을 뜯어내면서 떨어진 유리조각을 쓸어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