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 '카림' 역할은 이주노동자영화제의 집행위원장이자 방글라데시 출신의 미디어 활동가인 마붑 알엄 펄럽이 맡았다.
반두비제작위원회
이어 카밀이 이혼을 당했다고 하는 부분에 대해 나간과 짠드라가 한마디씩 했다. 나간은 "돈 안 보내면 (집에서) 보내 달라고 말을 해요. 안 보내면 힘들지만 그래도 참아요. 도망 안 가요"라며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을 지었다. 망명 신청자로서 정기적으로 송금할 수 없는 그의 처지를 이해할 수 있는 말이었다.
그러자 짠드라는 "돈 보내주면 다 써 버려서 안 보내는 사람 많아요. 그냥 돈 모아서 갈 때 갖고 갈 수도 있고, 돈 못 보낼 수도 있는 거지. 혼자 힘든 거 아니잖아요. 방글라데시 여자랑 인도네시아 여자가 많이 다른가 봐요"라고 말했다. 이어 도니에게 농을 건네는 짠드라.
"돈 보내면 바람나는 여자 있어요. 돈 안 보내면 그런 일 없어요. 하하." 역시 사람은 경험에 비추어 생각하게 마련인가 보다. 감독의 의도와는 전혀 다르게 다른 이들 역시 임금체불과 그로 인해 송금을 못하는 현실 등에 대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눈치였다.
한편 산업연수생으로 입국하였다가 직장 동료와 결혼하여 살고 있는 아완은 영화를 보며 몹시 불편했던 것 같았다. 아완은 결혼 후 체류자격 변경을 받기까지 출입국과 주위 많은 한국인들로부터 체류를 목적으로 한국인과 결혼한 것이 아닌가 하는 질문을 늘 받아왔었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아완은 자신보다 더 마음 상해 하는 부인에게 미안해했다.
"여자가 집안 환경이 안 좋으니까 남자를 이용하는 것 같아요.""다르게 생각할 수도 있을 텐데. 여자가 (주인공인) 카밀을 도와주려고 월급 안 준 사장 집에도 찾아가고 하는 걸 보면.""그 여자 애는 모든 걸 하고 싶은 대로 하잖아요."아완은 영화가 불편했음을 굳이 감추지 않았는데, 그는 사람들이 자신의 결혼 과정과는 여러모로 다른 영화 속 이야기를 통해 색안경을 끼고 자신을 보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는 듯했다. 이러한 속내는 그의 한국인 아내 역시 비슷했다. 그녀는 영화를 보고 한 시간 동안 고민했다면서 메일로 의견을 보내왔다.
"어떻게 말씀드려야 할지…. 감상이 아니라 어려운 숙제를 한 기분이 드는 이유는 왜일까요. 솔직히 무슨 의미의 영화인지, 통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 이건 서로 우정이 짠~한 영화도 아니고. 저의 느낌은 한마디로 '어느 여고생의 객기'!!!"이주노동자와 결혼하고 5년 넘게 살고 있는 그녀 처지에서 볼 때, 영화 속 민서는 자신과 같은 처지의 사람들을 생각없는 여자들로 보이게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같은 여자로서 엔다는 주인공 카림과 민서 사이를 이렇게 이해한다고 했다.
"둘 다 홧김에 만나는 거예요. 사랑한 거 아니에요. 그리고 환경이 부족한 게 많잖아요. 뭐, 그냥 아쉬운 대로 만나는 거니까, 오래가지 않아요."<반두비>, 의미는 있지만 현실성은 부족이주노동자 자신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 속 두 주인공에게 호의적인 반응이 없는 데 대해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주노동자들이 영화 속에서 주인공들이 하는 대화의 의미를 잘 따라잡지 못해서 그럴 수도 있었겠지만, 기본적으로 촛불소녀의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민서의 소소한 행동이 갖고 있는 의미는 고사하고, 카림이 처한 현실에 대해서도 공감이 없는 것은 상당히 의외였다. 왜 이런 반응들이 나온 걸까.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국적이 다르다는 이유 때문에 주인공으로 나온 이를 시기해서 그런 반응을 보였을까? '나는 저들과 다르다'는 일종의 편 가르기 심리가 작용한 걸까? 아니면 자신들에게 익숙한 내용만 갖고 영화 전체를 판단해서 그럴까?
쉽게 판단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영화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서 그들을 비난할 생각은 전혀 없다. 영화를 같이 본 이들은 자신들의 삶을 통해 누군가에게 의미를 전달하고, 세상을 바꾸겠다는 의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아니다. 그저 하루하루에 충실하며 좀 더 나은 내일을 꿈꾸는 소박하고 평범한 젊은이들이다.
이주노동자들과 오랜 세월을 함께해온 내가 보기에도 영화 <반두비>는 아쉬운 점이 적지 않다. 이주노동자들과 한국인의 종교적, 문화적 차이 등을 좀 더 세심하게 배려했더라면, 이주노동자들이 처한 현실에 대한 조사가 좀 더 세밀했더라면 하는 부분에서 말이다.
그러나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이주노동자들의 다양한 삶의 모습을 통해 그들를 이웃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한국 사회의 편협한 인식을 꼬집고, 이주노동자도 우리 사회의 한 구성원임을 전달하고자 한 감독의 의도에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반두비>를 시작으로 더 많은 시도가 있길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 영화 제목인 '반두비'가 논란이 되고 있다는 말이 있어, 방글라데시 다카대학교에서 2년간 교수 생활을 한 경험이 있던 조원형 박사(수원대 강사)에게 반두비의 의미를 물어봤다. 조교수는 반두비는 '연인'이라는 뜻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답변했다. 한편 한국생활을 10년 넘게 하고 있는 방글라데시인 죤투는 그냥 친구가 아닌 '여자친구'라고 답해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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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 '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부설 용인이주노동자쉼터) 이사장, 이주인권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 『내 생애 단 한 번, 가슴 뛰는 삶을 살아도 좋다』, 공저 『다르지만 평등한 이주민 인권 길라잡이, 다문화인권교육 기본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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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두비> 본 이주노동자들 "내 얘긴 아닌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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