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살 농장 노동자와 13살 병사 이야기

<나는 8살, 카카오 밭에서 일해요>

등록 2009.06.12 16:57수정 2009.06.12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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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노동자의 실태 보고서

나는 8살, 카카오밭에서 일해요 아동노동자라 불리는 2억 1800만 명의 아이들에 대한 실태 보고서
나는 8살, 카카오밭에서 일해요아동노동자라 불리는 2억 1800만 명의 아이들에 대한 실태 보고서서해문집

IMF가 터졌을 때 내 달동네인 상계동에서는 일주일이면 한 반에 두 어 명의 아이들의 엄마가 사라졌다는 우울한 소식이 들려오곤 했다.  길거리서 수근 대는 엄마들의 목소리에는 아픔을 넘어선 체념의 냄새가 배어있었다.


히말라야 산자락인 안나푸르나 봉 사진을 한의원에 걸어 놓고  꼭 그곳을 다녀오고 말리라던 한의사 분은 네팔을 다녀와서는 롯지에서 일하던 다섯 살 아이를 기억해내고는 다시는 가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다섯 살 여자 아이가 외국서 온 손님들을 위해 시커멓게 그을린 냄비를 닦고 양파를 깠다던 모습이 되살아났던가 보다. 사실 대한민국도 불과 몇 십 년 전만하더라도 고아 수출국 1위라는 불명예스러운 처지에 놓여 있었고 십대의 어린 소녀들이 공장에서 먼지를 마시며 일하다가 폐결핵 같은 직업병으로 죽어가기도 했다.

지금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아동으로서의 권리를 누리지 못하고 방치되거나 유기되는 아동들이 있을 것이다. 아동을 방치하거나 노동으로 내모는 것을 빈곤한 현실 때문이라고 핑계 댈 수 있을까?

<나는 8살 카카오 밭에서 일해요>는 아동노동자로 불리는 2억 1800만 명의 아이들에 대한 실태 조사 보고서다.  65억 인구 중 2억 1800만 명이라고 하면 숫자 감각이 없겠지만  그것이 세계 아동 인구 100명 중 14명의 아동에 해당된다는 사실을 알면 놀라움을 금할 수 없을 것이다. 2억 1800만 명의 아동 노동자 대부분이 아시아와 아프리카에 편중되어 있고 아동 노동자의 70% 이상이  농업과 수산업 현장에서 중노동에 시달린다. 공장 노동자가 아니라 농장 같은 농수산업 분야에서 일하는 아동일  경우 아동의 노동을 금지할 조항도 없다고 한다.

이 때문에 8살짜리가 학교도 못가고 농장에서 매를 맞아가며 노예처럼 일하고 겨우 다섯 살짜리 소녀가 인신매매로 팔려가 구걸을 강요당하고 8살짜리가 굶주림 때문에 자신의 성을 팔아 음식을 구하기도 하는 기막힌 현실이 지구촌 한 편에서 지금도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더욱 끔찍한 상황은 겨우 13살짜리 소년 병사들이 이웃 마을에 총부리를 겨누는 병사 노릇을 하기도 한다는 사실이다.


그렇게 인권의 사각지대에서 아무런  배려나 보호도 받지 못하고 피멍이 들다가 죽어가는 아동들,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권리도 지니지 못한 채 짐승처럼 상처 받으며 살고 있는 아이들을 돕고자 1997년 ACE라는 NGO단체가 설립되어 '세계 어린이에게 교육을'이라는 캠페인과 '방치할 수 없는 세계의 빈곤'이란 캠페인을 벌여 아동노동자들을 노동의 현장으로부터 교육의 현장으로 끌어내고 있다.

잔혹한 노동에서 시달리다가 NGO 단체의 도움으로 구출되어 '발 아슈람'에서 생활하고 있는 인도 소년 스만은 엠네스티 인터내셔널 저펜(Amnesty International Japan)의 초대를 받아 일본을 방문하여 수많은 어른들에게 이렇게 물었다.


"지금 이 시각에도 세계 각지에서 일하고 있을 수많은 아이들을 대표해서 여러분에게 묻고 싶습니다. 우리는 언제까지 일을 계속해야 하나요? 어릴 때부터 일만 해 온 우리는 언제쯤이면 공부하고 놀고, 인간으로서 평범한 생활을 할 수 있나요? 정부는 우리에게 무엇을 해 줄까요? 우리는 그저 누군가의 도움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건가요? 어른들은 빈곤, 빈곤이라는 말만 합니다. 그렇지만 빈곤은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일을 시키기 위한 핑계가 아닐까요?"-책 내용 중-

만일 국가가 민생이나 인권보다 자본이나 경제 논리를 앞세운다면  빈곤의 악순환의 고리는 결코 끊어지지 않을 것이다. 어디 국가뿐이랴. 아무 생각 없이 학교도 못가고 방안에 갇혀 고사리 같은 손으로 꿰맨 공을 차고, 8살 소녀가 하루 종일 딴 카카오로 만든 초콜릿을 먹는 행위야말로 간접적으로 지구 저편 어린 아동들의 노동을 강요하는 행위에 동참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인도 소년 스만의 말처럼 인권의 사각지대에서 피멍드는 아이들, 학교에 갈 수도 다른 아이들처럼 자유롭게 뛰어 놀 수도 없는 아이들을 방치하는 것은 빈곤 때문이 아니라 어른들의 멈추지 않는 사악한 욕망 때문이 아닐까.

덧붙이는 글 | <나는 8살, 카카오밭에서 일해요>는 서해문집에서 발간한 아동노동을 생각하는 NGO모임인 ACE 보고서입니다. 한달에 1만원만 지속적으로 기부를 해도 한 명의 아동노동자를 학교에 보내고 미소를 되찾아 줄 수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나는 8살, 카카오밭에서 일해요>는 서해문집에서 발간한 아동노동을 생각하는 NGO모임인 ACE 보고서입니다. 한달에 1만원만 지속적으로 기부를 해도 한 명의 아동노동자를 학교에 보내고 미소를 되찾아 줄 수 있습니다.

나는 8살, 카카오밭에서 일해요 - 아동노동자라 불리는 2억 1800만 명의 아이들

미즈요리 도모코 외 지음, 이영미 옮김,
서해문집, 2009


#아동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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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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