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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 유성호

▲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 유성호

12일(현지시간) 유엔안보리에서 만장일치로 채택된 유엔 대북제재결의 1874호에 대한 북한의 반응이 주목되고 있는 가운데, 대북제재결의의 효력에 대해 지나치게 환상을 가져선 안 된다는 경고 발언이 나와 주목을 끈다.

통일부 장관을 두 차례나 역임한 바 있는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13일 "대북제재결의의 표현이 아무리 강하다 할지라도 실제로 중국과 러시아가 결의안 통과 이후에 미온적으로 나오고 비협조적으로 나오면 그 제재결의는 솜방이일 수 있다"며 "지나친 환상은 금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번 1718호도 여러 가지 강력한 내용에도 불구하고 중국 러시아가 동참하지 않으면서 유야무야됐다"고 상기시키기도 했다.

정 전 장관은 "1718호가 유야무야된 이후 미국이 BDA  문제 갖고  압박하니까 북한이 초기엔 아파했지만 이후 핵실험으로 치고 나갔고 그 결과  BDA이고 PSI이고 전부 다 없었던 일로 하면서 미국이 북한에게 크게 양보를 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은 "북한 문제와 관련된 동북아 국제정치 역학구조가 결의안 문안대로 되기가 어려운 중국이나 러시아 입장 때문에 그런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고 대응해야 하는데 우리는 미국이 하고자 하는 대로 모든 것이 될 수 있다고 믿는 경향이 있다"고 쓴소리했다.

이날 평화방송 라디오 시사프로 <열린 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에 출연해 이같은 견해를 밝힌 정세현 전 장관은 다소 이례적으로 북한 김정일 정권을 향해서도 충고의 메시지를 던져 관심을 끌었다. 그 요지는 '오바마를 부시처럼 만드는 어리석은 행동을 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그는 "북한이 조급하다고 해서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 강수를 두면 결국 '오바마의 부시화'를 초래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경제적으로 어렵고 외교적으로 고립된 북한입장에선 득이 될 게 없다는 인식을 갖고 좀 기다려야 한다"고 쓴소리했다.

정 전 장관은 "현실적으로 미국이 (국내 경제 문제나 중동과 아프칸 문제등으로부터) 한 숨 돌리고 대북 대화할 수 있는 여지를 스스로 만들어야지 계속 자기(북한)는 강수를 두고 미국이 굴복하고 들어올 때까지 기다린다? 이것은 비현실적인 접근"이라고 충고했다.

한편 이날 정 전 장관은 한미정상회담차 미국 방문길에 오를 예정인 이명박 대통령에게 6·15 공동선언 9주년 기념일을 앞두고 한반도 문제 관련해 한 가지 제안을 했다.

그는 "이 대통령이 이번 6·16 한미정상회담에서 6·15에 대해 얘기하든지 9·19 공동성명체제에 대해 좀 더 전향적인 자세로 애기하면 그때부터 남부관계의 새로운 반전의 기회가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 빨리 북한이 6자회담으로 돌아와서 9·19 공동성명 체제를 이행해 나가도록 하자, 한국 정부도 확실하게 그쪽으로 나가고 싶어한다, 김정일 위원장도 결단을 내려달라"는 점을 밝히길 주문했다.

그러면서 "(한미정상회담 마치고)돌아오면서 6·15 공동성명에 대해 그동안 여러가지 얘기가 있었는데 우리 뜻이 지금까지 잘 전달되지 않았다. (우리가)(6·15를)부정한 적이 없다고 얘기하긴 했지만 사실 그게 다 이행을 전제로 하는 것인데 자꾸 북에서는 확실히 얘기하라고 하니까 말귀를 못 알아듣는다면 이번에 내가 분명히 얘기한다. 6·15 공동선언을 존중한다, 그리고 10·4 선언은 어차피 사업 우선 순위나 규모는 자체 조항에 의해 협의하게 되어 있으니까 이행 문제를 협의해나가자, 그런 식으로 걸고 나가면 되리라 생각되는데 (이 대통령이)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