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꽃잎을 열지않은 낮달맞이꽃
이안수
먼 산의 뻐꾸기 울음소리를 뒤로 하고 집을 나섰습니다. 저는 두 달째 뻐꾸기의 울음을 듣고 있습니다. 5월에서 8월은 뻐꾸기의 짝짓기 철입니다. 헤이리에서는 이른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뻐꾹 뻐꾹' 울음을 우는 애절한 숫뻐꾸기의 사랑 찾는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숙주새를 감쪽 같이 속이고 남의 둥지에 알을 낳아 포란을 맡기고 부화에 성공해서 겨울이 오기 전에 따뜻한 남쪽나라로 가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오랫동안 뻐꾸기는 울음을 그칠 수 없을 것입니다.
저는 뻐꾸기의 울음소리를 들을 때마다 이들은 왜 스스로 둥지를 짓고 포란을 하지 않는지가 궁금합니다. 자연에서 일어나는 일 치고 순리에 어긋나는 것을 보지 못했으므로 이것도 필시 자연계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섭리일 것이라 믿습니다.
번식력이 뛰어난 뱁새(붉은머리오목눈이)나 딱새의 과잉번식을 이 탁란조가 아니면 어떻게 통제될 수 있을까요. 만약 지구상 모든 새의 1% 정도에 해당한다는 탁란조의 탁란 행위가 보름 동안 포란을 하고 한 달 가까이 벌레를 잡아 육아를 해야 하는 어미의 수고를 아끼기 위한 행위라면 얌치없고 비정하다는 비난을 받아 마땅할 것입니다. 하지만 생태계의 질서를 유지키 위한 창조주의 역할을 부여받은 의무행위라면 이 뻐꾸기는 사람들의 오해에 따른 누명을 감수하면서도 자신의 역할을 팽개치지 않는 희생자인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