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참사 희생자 고(故) 윤용현씨의 아내 유영숙씨가 큰아들이 아버지에게 쓴 편지를 낭독하고 있다.
조호진
저에겐 올해 스물한 살, 열여덟 살 되는 두 아들이 있습니다. 당연한 소리 같지만 저는 두 아들을 사랑하고 두 아들 또한 저를 사랑합니다. 그래서 두 아들이 잘 성장해서 결혼도 하고 자식도 낳으며 오순도순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그런 소박한 행복을 위해, 오붓한 미래를 위해 자식을 키우는 수고를 기쁘게 감내하고 있습니다.
오늘(17일) 용산참사 현장을 찾았다가 저와 같은 소망을 품었던 아버지와 제 아들 또래인 아들을 만났습니다. 하지만 소박한 소망을 빼앗긴 아버지, 용산참사 당시 희생된 고(故) 윤용헌(51)씨는 영정 속에 있었고, 그의 아들 윤현구(19)군은 아버지와 못다 나눈 사랑을 애타게 그리워했습니다.
고인의 아내 유영숙(48)씨는 이날 열린 '용산참사 희생자 및 노동열사 추모미사'에서 아들 윤현구군이 쓴 편지를 낭독했습니다.
윤군은 편지에서 '아버지의 시끄럽던 코골이 소리가 그립다'고 했습니다. 아르바이트해서 번 돈으로 '아버지 양복도 맞춰드리고, 낚시도 가고 싶다'고 했습니다. '사랑한다는 말 한 번도 못해드리고 보내드렸다는 게 너무나 억울해서, 죄송해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 지 용기가 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아들의 그리움이 저러할진데 고인은 그 화염 속에서 자식에 대한 그리움으로 얼마나 몸부림치다 끝내 숯덩이가 되었을까요? 저 청년의 억울함과 죄송함이 제대로 풀어지지 못한다면 고스란히 원한이 될 텐데 어찌하면 좋을까요? 권력의 힘으로 아버지를 빼앗으면서 가족에게 천추의 한을 품게 한 MB정권은 그 죄의 대가를 어찌 감당하려고 오만의 칼을 거두지 못하는 것일까요.
아버지를 빼앗긴 아들의 아픔을 가슴에 담고 귀가했습니다. 집안엔 일상의 평온이 신발처럼 잘 정돈돼 있었지만 여느 때처럼 감사하지만은 않았습니다. 그래서 용산참사에 대해 대략 알고 있는, 올해 고2인 둘째아들에게 물었습니다.
"아버지가 만약 공권력에 의해 억울하게 불에 타 죽었다면 넌 어떨 것 같으냐?"
아버지의 질문에 아들은 멍한 표정을 지을 뿐 답하지 못했습니다. 당연했습니다.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질문인데 어찌 대답할 수 있겠습니까. 그렇듯이 고인 또한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죽임을 당해야 했고, 그 아들은 아버지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어 고통스러워하고 있는 것입니다.
삶의 현장과 참사의 현장을 오고 가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