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의 쎄라 뻬라다 금광에서 노동자들이 금을 채굴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 (작가 세바스티앙 살가도)
새사연
인디언 수콰미쉬족 추장이었던 시애틀(미국의 도시 이름 시애틀은 그의 이름을 본따 지었지만, 그가 죽은 후 얼마 안 지나 시애틀에는 인디언이 살 수 없다는 법안이 통과되었다.)의 연설을 조금 인용하겠다. 백인들이 땅을 자신들에게 넘기고 보호구역으로 들어갈 것을 제안(?)하자 그에 맞대응하여 한 연설의 일부분이다(류시화의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에서)
"우리는 대지의 일부분이며, 대지는 우리의 일부분이다. 들꽃은 우리의 누이이고, 순록과 말과 독수리는 우리의 형제다. 강의 물결과 초원에 핀 꽃들의 수액, 조랑말의 땀과 인간의 땀은 모두 하나다. 모두가 같은 부족, 우리의 부족이다… 세상의 모든 것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대지에게 일어나는 일은 대지의 아들들에게도 일어난다. 사람이 삶의 거미줄을 짜 나아가는 것이 아니다. 사람 역시 한 올의 거미줄에 불과하다. 따라서 그가 거미줄에 가하는 행동은 반드시 그 자신에게 되돌아오게 마련이다… 사람이 땅을 파헤치는 것은 곧 그들 자신의 삶도 파헤치는 것이다. 대지는 인간에게 속한 것이 아니며, 인간이 오히려 대지에게 속해 있다… 우리가 어떻게 공기를 사고 팔 수 있단 말인가? 대지의 따뜻함을 어떻게 사고 판단 말인가? 우리로선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일이다. 부드러운 공기와 재잘거리는 시냇물을 우리가 어떻게 소유할 수 있으며, 또한 소유하지도 않은 것을 어떻게 사고 팔 수 있단 말인가?"그렇다. 인간은 자연의 하찮고 우연한 일부이다. 돌이나 물, 나무와 새와 마찬가지로 대지의 자식들이다. 진화의 긴 여정에서 사소한 해프닝만 있었어도 인간은 이 지구 위에 명함조차 내밀지 못했을 지도 모른다. '어류→ 양서류→ 파충류→ 포유류→ 영장류'라는 진화의 진보적 도식은 허구라고 한다. 진화의 테이프를 다시 돌렸을 때 인간이 똑같이 출현할 확률은 거의 없다고 한다(스티븐 제이 굴드의 <Wonderful Life>에서). 따라서 성서가 이야기하듯이 "땅을 정복하라, 바다의 고기와 공중의 새와 땅에 움직이는 모든 생물을 다스리라 하시니라"는 잘못된 표현이다.
인간은 자연에서 필요한 물건을 <잠시> <빌릴> 뿐이다. 자연을 해치지 말고, 자연의 흐름을 거스르지 말고 잠시 빌려 쓰고 제 자리에 돌려놓아야 한다. 그런데 인간은 마치 자신이 이 대지의 주인인양 마음대로 자연을 약탈하고 변화시키고 파괴한다. <잠시> <빌려> 쓰기로 한 자연과 약속을 어기고 <거짓>을 행하고 있다.
그래서 叚에 사람 亻을 덧붙인 假(가)는 '잠시', '빌리다', '거짓'의 뜻을 함께 가지고 있다. 假飾(가식), 假借(가차)
시간을 의미하는 日(일)을 덧붙인 暇(겨를 가)는 '잠시'라는 의미를 강조하여 쓴 것이다. 休暇(휴가)
구슬을 뜻하는 玉(옥)을 덧붙인 瑕(티 하)는 옥을 갈고 닦기 전의 티가 있는 상태를 말한다. 막 채굴한 옥을 이른다. 瑕疵(하자)
'가다'는 의미를 갖는 辶(착)을 덧붙인 遐(멀 하)는, 잠시 동안의 지구별 여행을 마치고 멀리 저 세상으로 간다는 의미로 보인다. 昇遐(승하)
다시 이 정권이 4대강 정비사업이라는 명목으로 대운하 건설을 추진하려고 한다. 물고기를 비롯 온갖 수중 생물이 사는 강바닥을 파헤치고 보를 만들고 물길을 바꾸려 한다. 짐 좀 나르겠다고 한반도의 생태계를 파괴하려 한다. 제발 모두가 어우러져 사는 이 산하를 해치지 않았으면 한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http://saesayon.org)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김점식 기자는 새사연 운영위원입니다. 한자 해석은 일본의 독보적 한자학자 시라카와 시즈카 선생의 문자학에 의지한 바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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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 가(假)'로 풀어본 '4대강 정비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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