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씨가 시각장애인을 안내하고 있다.
유지성
첫날부터 이틀째까지는 피쉬리버캐년 지역을 달리는 코스다.
첫날 코스 브리핑에서 날씨가 더울 수 있으니 물이 부족한 사람은 계곡 물을 마시라는 공지사항을 전달한다. 우기가 끝나서인지 아니면 청정지역이라 그런지 계곡물을 정수장치 없이 마실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기만 하다.
피쉬리버 깊은 계곡의 바닥까지 내려오는데 몇 시간이 걸렸다. 자칫 잘못하면 수백 미터 절벽 아래로 떨어지는 위험 천만한 험로의 연속이라 모두가 긴장하고 한발한발 힘이 잔뜩 들어간다. 계곡 밑 바닥은 허리까지 오는 강물이 세차게 흐른다. 모래사장 이어 뛰기 수시로 강 건너기… 여기까지는 일반적인 대회의 모습이라고 볼 수도 있었다.
그러나 코스가 강에서 다시 계곡 위로 올라가며 문제가 생겼다. 우기가 끝난 지역답게 태양이 지면을 달구는 시간이 되자 음지에 숨어있던 습기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습도를 가득 머금은 영상 40도의 더위는 한 순간에 우리의 신체를 마비시킨다.
결정적으로 체크 포인트까지 남아있는 거리가 예상보다 멀어서 모든 참가자들이 물 부족에 시달린 것이다. 등반 장비도 없는 우리에게 절벽을 기어서 올라가는 코스가 연속으로 주어진다. 때로는 기어서, 때로는 로프를 잡고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는 코스는 공포감이 저절로 생긴다. 탈진해서 쓰러지는 참가자들도 가끔 보인다. 그래도 나눠줄 물이 없다 보니 스스로의 운에 맡길 수밖에 없었다.
힘들었던 하루의 구간을 마치고 캄캄한 밤에 골인을 하니 온몸이 아프다. 절벽을 오르다 여기저기 부닥쳐서 타박상이 생긴 것이다. 다른 이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라 옷이 찢어지거나 찰과상, 타박상을 입은 부상자들이 꽤 있었다.
김경수씨도 시각장애인을 안내하며 첫날 구간을 통과했다. 모두가 놀라며 기적이라고 말 한다. 뼈와 살이 타는 코스를 지나온 우리들은 김경수씨가 오늘 하루 몇 번의 죽을 고비를 넘겼는지 상상이 되면서도 믿어지질 않는다. 한 사람의 자기 희생을 떠나 정말 기적 같은 일이 눈 앞에 펼쳐지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