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산종주.
유태웅
무거운 발걸음을 움직여 도봉산 자운봉을 거쳐 우이암 체크포인트에 도착하고 보니 시각은 오전 11시 10분. 원통사를 거쳐 우이동매표소로 하산해 우이동 버스종점 부근에 이르니 11시 50분이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일단 식당에서 시원한 열무국수를 시켜 점심을 해결했다. 식당주인이 전해주는 시원한 매실음료 한 잔까지 더불어 마시니 속이 다 시원해 지는 느낌이었다.
이제 이곳에서 삼각산 위문까지 오르는 구간은 체력보다는 그야말로 극기, 정신력이 더 요구되는 구간이다. 마음을 다잡고 도선사를 오르는 구간. 햇살이 그대로 내리쬐는 아스팔트 길을 오르는 참가자 가운데 한 명은 다리 경련을 호소하기도 한다. 자세히 보니 종아리에 핏줄이 솟아있고 근육이 뭉쳐있는 모습이다. 한마디로 고행인 셈이다. 사실, 종주를 포기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구간에서 종주를 포기한다.
마음을 비우고(?) 오르막길을 오른 끝에 삼각산 도선사 입구 가게에서 얼음생수 한 병과 역시 캔커피와 캔콜라를 한 병씩 사서 배낭에 넣었다. 마지막 탄환인 셈이다. 백운산장과 위문에 오르는 구간은 역시 등산객들로 붐볐다. 매번 경험하는 곳이지만, 이곳 산행길은 병목현상이 발생해 산행에 속도를 내지 못하는 구간이다.
우여곡절 끝에 위문 체크포인트에 도착하니 시각은 오후 1시 20분. 사전계획인 12시간 완주 페이스로는 오후 1시에 도착해야하는 구간이었다. 고갈되는 체력과 무더위, 발 디딜 틈없이 붐비는 등산객들로 인해 속도를 내지 못하는 요인들은 결국, 13시간 제한시간 내 완주라는 목표로 자연스럽게 타협하게 되었다.
비좁은 등산로와 수 많은 등산객들 사이를 요령껏 피해 북한산성 주능선 동장대 체크포인트에 도착하니 시각은 오후 2시 20분. 이제는 제한시간내 완주라는 목표가 가시거리에 놓인 것처럼 보였다. 칼바위능선 초입과 보국문, 대남문 체크포인트를 거쳐 마지막 의상봉 능선이 한눈에 펼쳐보이는 나한봉에 도착하니 시각은 오후 3시 20분. 제한시간까지 1시간 40분이 남은 시각이었다.
▲오산종주의상봉 능선
유태웅
그동안 두 번의 제한시간 내 완주에 실패했던 가장 큰 요인이었던 이 마지막 의상봉능선 코스. 지난 두 번의 대회에서 이곳 시각을 체크해 보면 겨우 1시간 남짓 남은 시각 밖에 없었다. 경험으로 볼때 이곳에서 의상봉 능선을 이루는 5개 봉우리를 오르내리며 최종 12번 째 체크포인트인 의상봉 정상까지는 1시간 정도 시간이 걸렸던 기억이었다. 의상봉에서 최종완주지점까지 하산하는데 걸리는 시간 30분 정도를 더 감안하면 제한시간 내 완주는 가능할 것 같았다.
그래도 마지막 의상봉 능선길은 역시 극한의 정신력을 요구하는 힘든 구간이었다. 마지막 남은 체력을 바탕으로 '목숨같은' 생수 반 병과 '파워젤' 하나에 의지해 위험구간을 조심스럽게 종주했다. 드디어 마지막 체크포인트인 의상봉 정상에 도착하니 시각은 오후 4시 25분. 최종완주지점까지 하산해야 하는 시간은 이제 35분만 남아있을 뿐이었다.
마지막 통과확인 날인을 받고 가파른 하산길을 시간계산을 하며 조심스럽게 쉬지 않고 내려왔다. 산에서 나와 완주지점에 이르는 평탄한 도로에 들어서는 마지막 힘을 다해 달렸다. 몸은 땀에 절여 피곤하고 체력은 완전히 고갈된 상태였지만, 완주지점을 향해 달리는 두 다리는 가볍게만 느껴졌다.
▲오산종주오산종주는 각 체크포인트에서 감독관의 통과확인 날인을 받아야 한다. 참가자 배번표에는 12개 체크포인트 날인을 받아야 하는 숫자가 표시되어 있다.
유태웅
최종 완주 기록은 12시간 54분 30초. 두 번의 제한시간내 완주에 실패한 '삼수'끝에 드디어 나만의 작은 목표를 이룬 셈이었다. 마치 지난 3년 동안 해결하지못한 '까탈스러운 숙제'를 드디어 풀어낸 느낌이 들었다. 완주기록증을 받아들고 근처 계곡물에서 간단하게 몸을 씻고 미리 준비한 새옷으로 갈아입었다.
일년 중 낮의 길이가 가장 긴 하지. 비 내린 다음 날 몰려든 습한 무더위와 능선 정상에서도 바람 한 점 불지 않던 날씨 속에 하루종일 산(山)사람이 되었던 날. 비록 체력은 고갈되고 몸은 힘들었지만, 산 속에서 온종일 보낼 수 있어 행복(?!)했던 날이었다.
전날 내렸던 많은 비는 산행내내 사우나처럼 높은 습도로 진땀 흘리게 만들었지만, 완주지점인 북한산성매표소 옆 계곡가를 풍성하게 넘쳐 흐르게 하고 있었다. 5산종주산행을 마친 후 시원하게 흐르는 계곡물에 잠시 몸을 담그니, 온 몸의 독소가 모두 씻겨 나가는 기분이 들었다.
'런다 오산종주 산악울트라 마라톤대회'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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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제7회를 맞이한 런다 오산종주 산악울트라 마라톤대회는 서울 강북권을 둘러싸고 있는 불암산(507m), 수락산(638m), 사패산(552m), 도봉산(739m), 삼각산(북한산, 836m)을 이어 종주하는 대회다. 마라톤을 즐기는 동호인들로부터 명품대회로 잘 알려져 있다.
대회 진행은 대회 당일 새벽 4시에 불암산 청록약수터를 출발해 다섯 개 산을 종주해 마지막으로 삼각산 의상봉능선을 거쳐 북한산성 매표소로 오후 5시까지 하산해야 한다. 완주제한시간은 13시간으로 걸어서는 제한시간내 완주가 불가능하다. 일반 등산객들은 보통 18시간에서 21시간 사이로 종주산행하는 코스다.
대회는 매년 6월 중순경 신청 선착순 최대 500명으로 참가를 제한한다. 참가비는 별도로 없다. 대회는 서바이벌 방식(식수, 식사 모두 참가자 준비)으로 진행되고, 제한시간 내 완주자에게는 완주기록이 인쇄된 완주증이 제공된다.
5개 산 정상부위에 마련된 각 체크 포인트와 능선 주요 길목에 마련된 총 12개 체크 포인트에서 감독관들의 통과확인 도장 날인을 받아야 한다. 제한시간내 완주해도 이 날인이 하나라도 빠지면 완주로 인정받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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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시간 54분 30초 동안 다섯 산을 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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