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무형문화재 제63호 북메우기 장인 박균석(1919~1989)
김대벽
"평생 편안한 생활 한번 해보지도 못하고 허리 디스크도 생겼지만 외고집 하나로 북메우기 전통 기예를 끊이지 않고 이을 수 있다는 것에서 보람을 느낀다."북만들기 일생을 이렇게 회고한 박씨는 '술 한 방울 입에 대지도 못했고 화투 끝도 모르는, 그저 북만 만들면서 춘향가 한 대목 흥얼거리는 것이 유일한 취미였다'고 덧붙인다. 옆에 있던 그의 부인은 "참으로 고집불통으로 살아온 일평생"이라고 박씨의 삶을 표현한다.
박씨의 이야기 제목은 '모든 동네마다 동네북이 있어야 하듯이'다. 오늘날 우리에게 동네북은 만만한 신세한탄이나 섭섭한 대접을 표현하는 말-이를테면, '내가 동네북인가? 아무나 툭툭 건들게 정도?-로 회자되고 있지만, 박씨의 북 이야기를 읽다보면 이제는 별 볼일 없는 동네북이야말로 한때 우리 민중사에 반드시 필요한 존재였던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러고 보면 섭섭한 동네북 신세와 오늘날의 전승 공예(가)들의 처지가 좀 닮긴 닮았다는 생각도 든다. 한때 어느 동네에나 반드시 갖췄던 동네북처럼 우리 생활에 꼭 필요한 전승 공예품들이 이제는 필요 없어진 터, 역사의 뒤안길 속에 사라져 가고 있으니 말이다. 이들이 언제 다시 어느 마을에나 반드시 갖추던 동네북처럼 반드시 소용될 수 있으랴!
박씨의 이야기와 함께 만날 수 있는 것은 북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들이다. 장구, 설장구, 소리북(고장북) 메구북(줄북), 소고(小鼓), 대고(大鼓), 법고(法鼓)…. 형태와 용도에 따라 북이 이렇게 여러 가지라는 것도 놀랍다. 기껏 서너 가지 과정만 거치면 될 것 같았건만 북메우기를 비롯하여 북통 깎기나 가죽 메우기, 단청 입히기 등 여러 단계를 거치는 북 만들기의 과정이나 북의 특성에 따라 달라지는 재료 이야기는 흥미롭다.
태고나 법고에는 소가죽을 쓰는데 장구는 개나 염소, 노루의 가죽을 쓰기도 한단다. 또한 북의 특성에 따라 특정 부위를 쓰는데 좌고처럼 큰 북에는 궁둥이 가죽을 쓴단다. 이는 단단하고 여문 소리를 내기 위해서란다. 배·다리·겨드랑이 쪽 가죽은 연하면서 높은 소리를 내는 용고, 목 쪽의 가죽은 고장북처럼 낮은 소리를 내는 북을 만드는데 적합하단다.
여하간 큰 북 하나를 만들려면 1년은 걸린다는데, 북 만들기의 핵심은 문화재지정명인 북메우기이다. 이는 계속 소리를 들어보면서 가죽을 조이는 기술인데 이론적으로 어찌 설명할 수 없단다. 오직 장인의 손놀림과 감각에 의존할 뿐이란다. 북메우기에 따라 몇 단계의 공정을 거친 북이 영영 쓸모없는 폐물로 전락하기도 한단다. 어쨌거나 북 만들기에서 가장 중요한 기술이다. 때문에 문화재 지정명칭이 됐었다. 하지만 박균석씨가 별세한 1989년 이후 중요무형문화재 제63호 '북메우기'는 중요무형문화재 제42호 '악기장'으로 편입되었다.
가시더라도 손은 남겨두고 가시오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