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도 대북 민간지원은 하라는 것 아니냐"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창립13주년 기념식... "남아공월드컵 공동 응원단 구성" 제안도

등록 2009.06.23 22:41수정 2009.06.23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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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인명진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상임공동대표

인명진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상임공동대표 ⓒ 황방열

인명진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상임공동대표 ⓒ 황방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대북제재안을 결의했다. 우리도 유엔 회원국이니 지켜야겠지만, 유엔은 인도적 지원은 제외한다고 했다. 결국 인도적 지원은 해야 한다는 것 아닌가. 우리 정부도 잘 새겨야 한다."

 

23일 저녁 서강대 곤자가컨벤션에서 열린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창립13주년 기념식을 겸한 후원의 밤에서 이 단체의 인명진 상임공동대표(목사, 전 한나라당 윤리위원장)는 이렇게 말했다.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제기될 정도로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된 상황이지만, 그럴수록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것이다.

 

그는 또 "대북지원을 퍼주기라고 비판하지만, 북한에 가서 보니 우리가 지원한 식량과 의료품이 몇 사람에게나 도움이 됐을까라는 생각을 했다"고 '퍼주기론'을 비판하면서 "정부는 핵문제와 개성공단, 민간대북지원을 각각 분리대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주한 EU대사 "경제 곤란 야기로 체제 붕괴시킬 수 있다고 믿는 것은 환상"

 

브라이언 맥도날드 주한 EU대사는 빌리 브란트 서독 총리의 핵심브레인이자 '동방정책'의 설계사로 불린 에곤 바르의 1963년 연설문 '접촉을 통한 변화'를 인용하면서 대북지원의 중요성을 강조해 큰 박수를 받았다.

 

"정권전복을 목표로 하는 어떤 정책에도 희망을 걸 수가 없다…경제적인 곤란을 야기해서 체제를 붕괴시킬 수 있다고 믿는 것은 환상이다…중요한 문제는 공산정권이 이러한 (체제유지에 대한) 불안감에서 벗어나, 변화에 대한 위험을 감당할 수 있다는 판단하에 국경감시와 장벽을 완화함으로써 점진적으로 변화할 기회가 있냐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접촉을 통한 변화'라는 정책이다."

 

맥도날드 대사는 그러면서 "국제사회는 미사일 발사대의 뿌연 연기를 뒤로하고 한반도에서 중장기적으로 중요한 이슈인 평화와 번영문제에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는 6자회담이 조속히 재개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며, 북한 주민들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지속해야 한다"고도 했다.

 

우리민족서로돕기 상임공동대표인 영담스님(불교방송 이사장)은 '평화'를 호소했다. 그는 "한반도에서 전쟁의 위험이 지금보다 컸을 때가 없었다"면서 "남과 북 양측 모두 서로에 대한 군사적 위협을 감추고 위협적인 언사를 그만 두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그는 이와 함께 "남북한이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 동반진출했으므로, 공동응원단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현인택 "북, 대화 응하면 인도주의 문제 본격 논의"... 입장 변화 없어

 

현인택 통일부 장관도 참석해 축사를 했다. 현 장관은 "순수 인도적 지원은 정치·군사적 상황에 연계하지 않고 중단없이 추진할 것"이라면서 "동시에, 모니터링의 확대를 통해 분배투명성을 확보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현 장관은 이어 "북한이 진정성있는 대화에 호응해 올 경우 남북간의 인도주의 문제에 대하여 본격적으로 논의해 나가고자 한다"면서 "또한 최근 북한 핵실험과 이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로 인해 남북간의 교류협력도 다소간 영향을 받고 있지만 인도적 지원단체의 필요한 물자지원에 대해서는 보다 적극적으로 검토해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행사 참석자들 사이에서는 현 장관의 발언에 대해 "통일부가 선별적,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는 대북 민간지원의 폭을 넓히겠다는 뜻"이라는 해석이 나왔으나 이전 통일부 입장과 차이가 없는 것이었다.

 

통일부 관계자는 "정부 차원의 대규모 쌀, 비료 지원은 북한이 진정성 있는 대화에 응해올 경우 논의하겠다는 뜻이며, 민간단체들의 지원에 대해서는 상황을 봐가면서 적극적으로 그 폭을 넓히는 방향으로 검토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a  이날 기념식에서는 한마음장학재단 등 8개 기관이 감사패를 받았다.

이날 기념식에서는 한마음장학재단 등 8개 기관이 감사패를 받았다. ⓒ 황방열

이날 기념식에서는 한마음장학재단 등 8개 기관이 감사패를 받았다. ⓒ 황방열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은 북한의 '고난의 대행군' 시절인 1996년에 발족한 대표적인 대북지원 민간단체로, 식량지원 등 긴급구호 사업과  의료분야, IT교육사업 등 10여 개 분야 지원사업을 해왔다. 지난해까지 방북횟수는 370회, 방북 연인원은 6천 명이 넘는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은 향후 5년간 중점추진사업으로 ▲북한 식량난 해소를 위한 토대 구축과 취약계층 지원 확대 ▲시민사회의 통일론 정립과 북한 변화에 대한 대응역량 강화 ▲북한 자활지원 사업의 추진과 개발지원 시스템의 구축 ▲재외동포 자립 역량구축 및 재외동포사회와의 연대 강화 ▲시민참여확대를 통한 안정적 조직기반 구축 등 5대 핵심과제를 제시했다.

 

방송인 정재환씨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행사에는 김덕룡 민화협(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상임의장, 조건호 현대아산 사장, 김근태 전 의원, 단체공동대표인 한나라당 정의화, 민주당 천정배 의원과 최규성, 최철국, 김춘진, 이윤석 의원,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 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 최병모 이사장 등 400여 명이 자리를 함께 했다.

2009.06.23 22:41ⓒ 2009 OhmyNews
#우리민족서로돕기 #통일부 #인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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