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김치.
임현철
사람들은 한국 음식의 맛이 좀 "독특하다"는 것을 잘 인지하고 있지만, 지난 15년여간 유럽과 미국에도 한국 음식이 많이 보급되었다는 사실은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 이제는 김치도 서양의 수퍼마켓에서 쉽게 살 수 있는데, 외국인은 김치가 뭔지 모를 것이라고 짐작하는 것 같다. (많은 외국인들은 김치가 건강에 좋다는 얘기도 알고 있다.)
나도 오랫동안 한국에 살았음에도 사람들은 아직도 김치 먹냐?고 물어본다. 내가 음식점에서 오징어덮밥을 먹고 있는데 사업차 만난 사람이 "그거 먹을 수 있냐?"고 물어본 적도 있다.(이미 먹고 있는 거 보였을 텐데)
김치 먹냐는 물음에 대한 내 대답은 이거다.
"여기 오래 살면서 김치 못 먹는 게 더 힘들어요!"# 항상 듣는 질문4 "한국 여자들 좋아해요?"왜인지는 모르겠지만, 한국에서 알게 된 모든 남자들에게서 이 질문을 듣는다. 일단 잘 모르는 사람이 물어보기엔 좀 개인적인 질문이다. 그리고 대답하기가 좀 난처할 수도 있다. 생각해보자, 뭐라고 말해야 할까?
"아뇨, 한국 여자들 다 싫어요!"라고 한다면 어떤 대화도 그걸로 끝나버릴 것이다. 그렇다고 "당근이죠, 한국여자들 너무 좋아요!"라고 하면 그것도 아주 이상하고 어색하다.
그래서 나는 보통 "그럼요, 다른 나라 여자들보다 더 좋아요..."등으로 대답하곤 한다. 나도 모호하다는 건 알지만 뭐라 달리 말해야할지 모르겠다.
그건 그렇고, 흥미롭게도 그 뒤에 "그럼 여자친구 있어요?" 등의 질문은 거의 나오지 않는다. 이건 좀 덜 흥미로운가 보다. 한국남자들이 어떤 자부심을 갖고 "한국 여자들 진짜 예쁘지, 사실 최고야, 맞지?"란 말을 하고 싶어 그렇게 묻는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 항상 듣는 질문5 "고향 음식 그립지 않아요?"한국인들은 한국음식을 정말 사랑한다. 한국음식의 맛과 거기서 느끼는 향수 등을 사랑하는 듯하다. 음식에 자부심과 감성을 담기 때문에 해외에 나가면 한국음식을 더 그리워하는 것 같다.
15년쯤 전, 한국인들이 유럽에 올 땐 김치와 컵라면을 꼭 짐에 넣어서 왔다. 그게 안타까우면서도 감동이었다. (첫째, 그 사람들 중 대개는 2주 미만의 일정으로 온 것이었고, 둘째, 어딘가에 가서 외국음식을 먹는 것은 여행의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하며, 또한 그 당시에도 유럽 슈퍼마켓에서 한국음식을 살 수 있었다.)
그래서 한국에 있는 외국인을 볼 때면 한국인들은 그 사람도 그런 기분일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나 보통 거기에 대한 나의 대답은 (차갑게 들리지만) 별로 그리운 음식이 없다는 것이다. 어쩌면 한국인들의 김치와 달리 유럽인들은 매 끼니마다 먹는 특별한 음식이 없어서이거나, 서양음식은 서로 영향을 받아 많이 섞였기 때문에 미국음식이 무엇인지 독일 등 중앙유럽의 음식이 무엇인지 확실히 말하기가 어렵기 때문일 수도 있다.
여기 쓰지 않은 "정형화된 질문"들이 몇 가지 더 있지만,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 다섯 가지만 추려보았다. 같은 질문을 계속 듣다보면 조금 짜증이 날 때도 있지만, 대개는 처음 만난 사람이 궁금해서 물어볼 수도 있지 않나 생각하려 한다. 다만, 가끔씩 너무 개인적인 질문을 하기 전에는 입장을 바꿔서 다시 한 번 생각해줬으면 한다. 그 질문들은 사실 대답하는 사람보다 질문하는 사람에 대해 더 많은 것을 말해주기도 하니까 말이다.
덧붙이는 글 | 마티아스 슈페히트 기자는 독일에서 태어나 10여 년 전 첫 방한한 후 거의 매년 한국에 오다가 2006년 서울로 이주했다. 독일 유러피안 비즈니스 스쿨에서 경영학 학위를 2008년엔 연세대에서 MBA를 취득했다. 그 후 서울에서 '스텔렌스 인터내셔널(www.stelence.co.kr)'을 설립하여 유럽 라이프스타일 제품 등을 수입판매 중이다. 최근 한국에서의 경험을 쓰기 시작한 개인 블로그는 http://underneaththewater.tistory.com/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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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자 좋아해요?" 이런 거 묻지 말아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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