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란 옛이야기가 있습니다. 임금님 귀가 당나귀 귀임을 알고 있는 임금님 전속이발사가 그 사실을 말 못하고 끙끙 앓다가 대나무숲속에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외쳐 "답답한 속을 풀었다"는 내용입니다.
119현장대원들의 경우 계급이 있는 제복공무원이라는 이유로 인사상 불이익이나 징계를 받을까 바, 끙끙 앓기만 했으니 사실을 말 못하고 끙끙 앓았던 옛이야기의 임금님 전속이발사와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소방의 현실과 처지, 불합리함을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발설하지 못하는 소방관들의 마음이 얼마나 갑갑하고 답답하였겠습니까? 그러나 비록 남의 입을 통했지만 소방의 이야기를 풀어 낼 기회를 맞았으니 아주 조금은 속이 후련했을 것입니다.
지난 23일 오후 2시부터 서울 여의도 대우증권빌딩 컨퍼런스홀에서 전국민주공무원노동조합(위원장 정헌재, 이하 '민공노')이 출범 2주년을 맞아 '공무원 노동포럼' 1차 토론회를 가졌습니다. 총4일간에 걸쳐 진행되는 토론회 첫날인 이 날 '공무원노동자의 단결권, 제대로 보장되고 있나'란 주제토론회에 제가 소방발전협의회 회장의 자격으로 토론문을 발표했습니다.
기회를 주신 '민공노'정헌재위원장님을 비롯한 관계자님들과 본 토론회를 후원, 전국 생방송TV중계를 해주신 오마이뉴스 오연호사장님을 비롯한 관계자분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이날 소방이 생긴 이래 처음으로 소방관들의 처지를 개략적이나마 이야기 할 수 있었습니다. 그날 제가 말한 요지는 이렇습니다.
국민들은 소방공무원들에 대해 호의(好意)를 갖고 있습니다. 희생과 봉사의 공무원, 안전의 대명사가 바로 119현장대원들입니다. 모두가 피하는, 가기 싫어하는 화재, 재해, 재난의 현장에서 자신의 목숨을 도외시한 채 불나비처럼 현장에 뛰어드는 게 119소방대원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다보니 10년간 204명의 소방관이 순직했습니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소방공무원의 애환에 대해 모르고 있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을 '현대판노예'라고 격하하여 부릅니다. 그 이유를 일부나마 말하여보겠습니다. 첫째, 주40시간 주5일근무제가 정착화 됐음에도 소방관들 대부분은 지금도 24시간 맞교대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어쩔 수 없이 근무해 발생하는 주84시간이라는 근무시간은 주40시간의 배 이상 되는 근무시간입니다. 그러나 그들이 받는 시간외 수당은 주40시간 근무자와 거의 비슷합니다. 이를 해결해달라고 요청해도 재정경제부와 행정안전부는 서로 미루고 있습니다. 공무원노동조합 등에서 파업을 하면 '무노동 무임금'을 외치는 정부가 '유노동무임금'을 당연하듯이 행하는 것입니다.
둘째로 24시간 맞교대근무로 인한 폐해는 소방공무원 평균수명이 58.8세라는 통계에서 나타납니다. 년초경 행정안전부차관이 과로사로 순직했고 그로 인해 행정안전부에서는 휴게실을 만들어 수시로 눈을 부칠 수 있도록 하라는 공문을 내려 보냈고 실행이 됐습니다. 그러나 출동대기업무로 화재출동을 30초 내에 해야 하는 소방관들에게 당연한 필요한 대기실을 "3교대가 되면 없애야한다"는 일부 소방소뇌부가 있습니다. 또 일부지만 이미 언론에 보도된 바처럼 소방수뇌부들이 119현장대원들의 처우개선이나 근무환경개선에는 '나 몰라라'하던 게 소방입니다.
셋째, 소방관들은 법에서도 보호받지 못했습니다. 작년에 부산에서 순직한 고 김종귀 대원의 경우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고 김종귀 대원의 경우 24시간근무 후 쉬어야할 다음날 쉬지 못하고 해수욕장 개장에 따른 인명구조시범을 보이느라 연속 30여 시간을 근무하고 퇴근하다가 교통사고로 순직했습니다. 당연히 위험직무관련 법률과 보훈관련 법률의 혜택을 받아야함에도 공무원연금법의 공무상사망으로만 처리됐습니다. 법상 국가가 책임져야함이 마땅함에도 그러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누가 자신의 목숨을 내놓고 위험한 업무에 뛰어 들겠습니까?
사정이 이렇다보니 소방공무원이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없음을 이유로 '공무원노조법상 공무원노조가입법위가 위헌'임을 헌법재판소에 소송 청구했지만 특정직공무원이라는 이유로 기각됐습니다. 저의 생각에 특정직공무원에 속한 군인은 대포를 갖고 있고, 경찰과 교정직공무원은 총을 갖고 있지만 소방공무원은 국민에게 희생과 봉사라는 자긍심과 관창만이 있습니다. 따라서 소방관들에게 단결권을 보장하지 않는 것은 정부 스스로가 국민의 안전을 무시하는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저는 지난 6월15일부터 무기한으로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소방직장협의회 보장하라'는 일인시위를 하고 있습니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란 우화처럼 소방관들이 사실을 말 할 수 있도록 "법에서 보장하는 창구를 만들어 달라"는 요구입니다. 소방관들의 처지가 너무 어렵습니다. 이미 앞서가신 노동운동의 선배님들이 소방공무원들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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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처럼 막혔던 속 풀어낼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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