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교육위원 가운데 강관희·최운용·한상국·유옥희·전영수·정헌모··조돈창 위원은 23일 추경예산안 처리에서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의 주요 정책인 초등학교 무료급식, 혁신학교, 청소년 인권조례 관련 예산 삭감에 찬성했다. 박원용·강창희 위원은 불참, 이철두 의장과 조현무 위원은 기권, 이재삼·최창의 위원은 삭감에 반대했다. (사진에서 이철두 의장은 빠졌음)
경기도교육위원회 홈페이지 갈무리
[논점 ①] 왜 300인 이하 학교만 무상급식이고 그 이상 학교는 아닌가예산 삭감에 찬성한 교육위원 7명의 논리는 이렇다.
"300인 이하인 학교에서도 형편이 되는 학생은 돈을 내게 하고, 300명을 초과하는 학교에서도 가난한 아이들을 지원하자. 지원 기준을 학교가 아닌 학생 개인의 처지로 맞추자."지역구가 안양·군포·안산·과천·의왕인 유옥희 교육위원은 "우리 안양에는 300인 이하 학교가 하나도 없는데, 이곳에 있는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합니까?"라고 말했다. 그래서 29일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이 물었다.
"현재 안양시에서 급식비 못 내는 학생들에게 급식비 지원이 되나요, 안 되나요?"교육위원들은 "다 지원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더 이상 기자들은 묻지 못했다. 몇몇 기자들은 "그럼 됐네, 다 지원되는데 뭐가 문제야"라며 실소했다. 교육위원들 역시 본인들 기자회견문에 구체적으로 적시했다.
현재 교육청과 지방자치 단체의 도움으로 무상급식을 하고 있는 초중고 학생은 21만4159명이며 이들을 위한 예산은 800억 원이 넘는다고 말이다. 교육위원들이 이런 근거를 든 이유는 간단하다. 이미 어려운 학생은 다 지원하고 있고, 그래서 예산도 깎았다는 것이다. 그래서였을까? 26일 기자와 만난 교육위원 5명은 이런 말을 했다.
"요즘 굶는 학생들이 어디 있습니까?"과연 그럴까?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2009년도에만 전체 초중고 학생중 7952명이 급식비를 내지 못했다. 그 금액은 9억6000만 원에 이른다. 이뿐이 아니다. 올해 생활이 어려워 무상급식을 신청한 학생은 19만4748명이다. 이중 신청이 받아들여진 학생은 15만9719명뿐이다. 탈락한 3만5029명은 굶거나 밥을 먹으려면 어떻게든 급식비를 내야 하는 학생들이다.
[논점 ②] 무상급식 했다가 경제가 어려워지면 어떻게 하나교육위원들은 29일 기자회견을 통해 "무상급식은 한번 시작하면 계속 해야 하는데, 내년에 경제가 어려워지면 어떻게 하느냐"는 근거를 들었다. 즉 경제가 어려워지면 그만큼 저소득층이 늘어날 텐데 어떻게 감당하느냐는 것이다.
이 근거에 대해 경기도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참으로 어이없고 황당한 근거다"며 "어려울수록 아이들에게 최소한 밥을 먹어야 하는 것 아닌가, 어른들도 밥을 먹어야 일을 하듯이, 아이들도 밥을 먹어야 공부를 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경제가 어려워질지 아닐지 그걸 어떻게 아느냐"며 "미국 금융위기가 터질 걸 과연 몇 명이나 예상했느냐"고 따졌다.
[논점 ③] 전체 무상급식 이전에 급식시설부터 확충하라현재 경기도 내 약 140개 학교에는 급식시설이 없다. 이 학교에서는 만들어진 음식을 다른 곳에서 가져오거나, 교실과 급식실을 함께 이용한다. 이 때문에 교육위원회는 "무상급식 전체 확대보다 먼저 급식시설을 확충하는 게 순서다"며 "이제는 밥을 먹는 자체보다는 어떤 밥을 먹느냐 그 질이 중요하다, 다른 곳에서 음식을 해오면 국 등이 다 식어 맛이 없다"고 주장했다.
충분히 생각해 볼 수 있는 문제다. 어쨌든 교육위원들은 이런 근거를 들며 예산을 깎았다. 그렇다면 이들이 깎은 예산 85억 원은 과연 급식시설 확충에 쓰일까? 문제는 그렇지 않다는 점이다.
교육위원들이 삭감한 예산은 다른 곳에 사용되는 게 아니다. 이 돈은 예비비로 굳어버린다. 예비비는 천재지변 등 예상 못한 사고가 발생할 때만 사용할 수 있는 돈이다. 정리하면 무상급식도 시설 확충에도 쓰이지 못하고 그냥 통장에 남아 있는 돈이다.
이 때문에 도 교육청 관계자는 "진짜 시설확충비로 쓰이길 바랐다면 그쪽으로 예산을 배정해주면 될 것 아닌가, 하지만 교육위원들은 그렇게 하지도 않았다"며 "한 마디로 교육위원들은 궁색한 변명과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논점 ④] 왜 형편 좋은 아이들까지 공짜로 밥을 주나교육위원들은 "돈을 낼 수 있는 아이들은 내게 하자"는 기본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 그래서 가난한 학생을 먼저 돕자는 것이다. 이 생각의 바탕에는 급식은 의무교육 요소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하지만 예산 삭감에 반대한 최창의 교육위원의 생각은 다르다. 최 위원은 "생활이 어려운 농산어촌 지역 초등학교에서 돈 있는 아이와 없는 아이를 가르는 것 자체가 폭력에 가깝다"며 "친구는 돈을 내고 밥을 먹는데, 자신은 생활이 어려워 공짜로 먹는다고 생각하면 그 자체로 상처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재삼 위원 역시 "문제의 핵심은 돈 있는 아이든 없는 아이든 공평하게 똑같이 밥을 먹고 공부를 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라며 "교과서와 등록금도 공짜인데 도대체 왜 급식은 무상이 될 수 없느냐"고 따졌다.
어쨌든 경기도 교육위원들은 "우리들도 무상급식 자체를 반대하는 건 아니다"고 강조하고 있다. "단계적으로 천천히 하자"는 게 이들이 표면적으로 내세운 주장이다.
하지만 김상곤 교육감 역시 "단계적으로 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그래서 올해는 농산어촌과 300인 이하 초등학교에서 먼저 무상급식을 하고 내년 2학기 때 전체 무상급식을 실현하자는 계획을 갖고 있다.
300인 이하 학교도 괜한 기준은 아니다. 경기도교육청 조사 결과 08년도 기초생활수급 대상 학생은 도심 변두리 300인 이하 학교에서 4.2%를 차지했지만, 그 이상 학교에서는 0.8%를 차지했다.
단계적으로 무상급식을 하자는데 도교육청과 교육위원회가 동의하는데, 왜 오늘과 같은 사태가 벌어졌을까. 이 때문에 도교육청 관계자들은 이렇게 고개를 흔든다.
"알 수가 없어, 예산이 삭감된 진짜 이유를 알 수가 없어."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
공유하기
요즘 굶는 아이들이 어딨냐고? 올해만 3만5천명 무료급식 탈락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