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경찰>참사 현장인 용산 남일당 건물 분양소를 지키고 있는 철거민 한분이 나를 불렀다. 그림 좀 그려 달라는 거셨다. 무슨 그림요? 하니까, 나를 경찰차로 데려갔다. 그리곤 경찰차 옆면에 새겨진 "보다 신속하게 국민여러분께 달려가겠습니다" 라는 사진과 글귀를 가리켰다. "저게 뭐요?" 물으니, 뭐라구 뭐라구 설명하시는데 이야기인즉슨 철거민이 경찰을 부르면 안 오는데 용역이 부르면 그렇게 빨리 경찰이 올 수가 없단다. 저 문구를 어떻게 패러디해서 그걸 표현해 줄 수 없냐는 것이었다. 아, 그러셨구나. 그런 게 그렇게 분하신 거구나. 이명박이 보다도 경찰청장 보다도, 철거민들은 아주 가까이에서 그들을 괴롭히는 용역과 경찰의 어처구니없는 협잡과 차별이 더 싫고 더 열 받고 이가 갈리시는구나. 충분히 이해가 되는 일이었다. "예. 알았어요"하고 그렸다.
이윤엽
없어서 사글세 살고 길거리에서 장사하고, 판자때기로 집 짓고, 산속에다 비닐집 짓고 사는 건데 그게 뭐 잘못된 건가. 공부에 재능이 없어서, 집안이 없어서 영어를 못하고 좋은 학교 못 가 높은 학벌이 없는 게 잘못된 건가. 그래서 좋은 직장 취직을 못하고 월급이 없는데 그게 뭐 잘못된 건가.
그런데도 열심히, 부지런히 살아 나름 행복한 방법도 찾았고, 그렇게 사는 게 행복도 한데, 그 행복이 뭐 잘못된 건가. 돈이 없어서 돈이 없는 건데 돈 없는 행복이 범죄인가.
잘못됐다.
없는 건 깡그리 일단 범죄로 보는 법이 잘못되었다.
가난한 행복은 행복이 아니야, 개 무시하며 저 높은 꼭대기에서 불 켜놓고 사는 이상한 인간들이 잘못되었다. 그들이 떨어뜨리는 콩고물이나 쪼아 먹으면서, 그 콩고물에 전력을 다하는 놈들이 잘못되었다. 그들의 높은 벽에 걸린 행복이 오로지 행복이라 믿으며 그쪽만으로 열심히 할보하는 길거리 대다수의 눈들이 잘못되었다.
그런 것들이 간신히 쌓은 우리의 행복을 철거를 한다. 간신히 발견한 우리의 행복을 또 뭉개 버린다. 짓밟힌 행복 위에 무식한 공구리를 치고 "없는 것들은 오지 마. 무식한 것들은 오지 마"한다. 근접할 수 없게 그들이 더 높이 올라가는 것이 개발이고, 재차 확인사살하곤 더 높이 달아나는 것이 재개발 아닌가.
그게 잘못되었다고 용산에서 가난한 철거민들이 망루에 올라갔다. 여섯 사람이 죽었고, 도리어 그들은 범죄자가 되었다. 그게 잘못되었다고 진상을 말하라고 하는 것이 다시 범죄로 취급 되고 있다. 쩍하면 구속한다고 한다. '돈 없으면 말하지 마. 소리 내지 마. 법대로 하겠어' 한다. 저들이 만든 법으로 남일당 망루에서 내려 온 철거민들이 또 철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