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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인 시위 지난 5월 지리산 천왕봉에서 케이블카 반대 1인 시위를 펼치고 있던 함태식 선생 ⓒ 전재완
▲ 1인 시위 지난 5월 지리산 천왕봉에서 케이블카 반대 1인 시위를 펼치고 있던 함태식 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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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4일 지리산 천왕봉에 한 노인이 나타났다. 그는 올해 여든 두 살의 함태식 선생. 40년 가까이를 지리산 대피소에서 살다 지난 봄 하산한 '지리산의 전설'이 노구를 이끌고 다시금 산에 오른 것이다.
고령의 그가 굳이 산에 오른 이유는 케이블카 허용 논란 문제 때문. 케이블카 반대 기자회견 및 1인 시위에 참여하기 위해 천왕봉까지 올라야 하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다시 천왕봉에 선 지리산 호랑이
지리산 호랑이 함태식 선생은 요즘 케이블카 반대의 상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환경수호의 최전선에서 각종 선언이나 서명에 단골로 참여하고 있다. 지리산의 산 증인으로 통하고 그의 경력 탓에 4대강 개발과 케이블카 등 환경 훼손에 대한 문제가 불거지면서 상징성이 더욱 높아지는 분위기다.
팔순의 노인은 천왕봉(해발 1915m)에 직접 오르면서 일각에서 주장하는 케이블카 찬성 논리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노약자를 배려하기 위해 케이블카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을 비웃으며, 두발로 직접 지리산에 오르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케이블카에 대한 그의 생각은 언제 어디서든 단호했다. 또 다시 걸어서 천왕봉을 오르지 못 할지언정 자연을 훼손하면서까지 오르려 해서는 안 된다는 것.
"산은 걸어서 올라가야 하는 곳이지, 케이블카 같은 것을 타고서 올라 다녀서는 안 되는 곳이야. 그런 식으로 산을 훼손시켜서는 안 돼"
지난 27일 피아골 탐방 안내소 옆 숙소에서 만난 함태식 선생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그간 살아온 삶이 그러니 나설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지난 22일의 케이블카 반대 1만인 선언에 이어 7월 2일 발표된 사회인사 100인 선언에도 그 이름은 빠지지 않았다.
"내가 평생 자연보호와 환경보호 떠들면서 살았잖아. 나는 어려서부터 자연보호파야. 그런데 자연이 훼손되려는 것을 어찌 그냥 보고 있을 수 있겠는가. 그리고 우리나라 국립공원 처음 만들 때 내가 한 몫을 했는데, 국립공원 어떻게든 지켜내야 할 것 아닌가. 4대강도 그렇고 케이블카도 그렇고 자연을 훼손하고 파괴하려는 것은 하면 안 되는 일이야. 왜 그렇게 정신 나간 짓을 하려는지 모르겠어."
"환경부가 제 역할 못한다면 없애야 마땅한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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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케이블카 반대에 동참하는 등산객들이 인사를 하고 가겠다며 근무 중인 그를 찾아왔다 ⓒ 성하훈
▲ 케이블카 반대에 동참하는 등산객들이 인사를 하고 가겠다며 근무 중인 그를 찾아왔다
ⓒ 성하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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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모습은 산악인들에게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천왕봉 1인 시위가 이어질 때는 그를 찾던 등산객들이 많았고, 지금도 일부러 그를 찾아와 인사하고 가는 등산객들도 꾸준하다고 한다. 팔순 노인이 나서는 것에 후배 산악인들 또한 케이블카 반대 운동에 더욱 적극적인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그와 함께 천왕봉에 올랐던 구례의 서문용씨는 "힘들어서 중간에서 포기할 줄 알았는데, 끝까지 오르시더라"며, "그 모습에 다른 사람들도 기운이 난다면서 다들 감동한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함 선생은 "힘들지 않았느냐"는 물음에 "하산 문제 때문에 맘고생을 많이 해서인지 몸이 많이 약해졌더라"고 말했다. "그래도 산에 오르니 좋더라"면서 "4년 전인 78세 때 마지막 종주를 할 때 천왕봉에 올랐는데, 케이블카가 다시금 천왕봉에 오를 수 있게 해 준 것 같다"며 웃어 보였다.
지난 봄 그는 고령을 이유로 국립공원관리공단이 피아골 대피소 운영권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면서 지리산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했었다. 산을 떠나서는 살 수 없는 처지인데 거처가 마련되지 않자 고민이 많았던 것.
하지만 산악인들을 비롯한 여론의 반발이 거세지자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지리산 호랑이'에 대해 예우를 갖췄고 계속 지리산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그래서 현재는 피아골 탐방안내소에서 탐방 안내 업무를 맡고 있다. 함 선생은 "집도 좋게 꾸며주고 신경도 많이 써주고 있다"면 생활에 만족해했다.
케이블카 반대 시위에 나선 것에 대해 불편해 하는 반응이 있기는 했지만 개의치 않는다고 했다. "내가 그렇게 살아온 사람인데 누가 뭐란다고 달라질 수 있겠냐"는 것.
그래서인지 함태식 선생은 환경부가 케이블카를 부추기는 모습에 대해 잘못된 것이라며 단호하게 한마디 했다.
"환경보호에 앞장서야 할 곳이 그런 이야기를 한다면 환경부가 있어야 할 이유가 없는 것 아니겠어. 맡겨진 본분을 다하지 못하면 있으나 마나한 것이잖아. 환경부라면 이름에 맞게 환경을 살리는 역할을 해야지. 알프스나 다른 선진국도 케이블카를 안 하는데 우리가 하면 안 되는 거지."
그는 젊을 적 인천에서 연탄 공장을 운영했던 것도 산의 영향 때문이라고 했다.
"예전에는 땔감을 위해 산에서 나무 해다가 숯을 만들었는데, 산을 아끼려면 그래서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드는 거야. 그런 이유도 있어 소싯적 연탄사업을 했던 것이고."
그는 "등산 운동은 돈 들이지 않고 할 수 있는 국민보건운동이고, 체력은 국력이라고도 하는데, 산에다 케이블카를 놓겠다는 것은 이런 것을 막는 잘못된 행동"이라면서 "절대 용납돼서는 안 되는 일"이라 강조했다. 하이힐 신은 채로 케이블카 타고 산에 올라 오물 버리고 하면 산이 엉망진창이 된다는 것이다.
'케이블카 허용' 환경부가 함태식 선생에게 준 표창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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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태식 선생 피아골 대피소에서 내려온 그는 현재 피아골 입구에서 근무하고 있다 ⓒ 성하훈
▲ 함태식 선생 피아골 대피소에서 내려온 그는 현재 피아골 입구에서 근무하고 있다
ⓒ 성하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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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의 가치에 대해 길게 설명하던 그는 '지리산은 삼신산과 하나의 영산이기에 더더욱 함부로 손대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옛 말에 일(一)봉래 이(二)방장 삼(三)영주라 했거든. 그래서 삼신산이야. 봉래는 금강산이고 방장이 지리산이야. 영주는 한라산이지. 왜 영산이냐 하면 산꼭대기에서 물 나오는 곳은 드문 데 지리산은 산 정상부에도 물이 있거든. 그러다 보니 지리산에서는 수도하는 사람들이 많았어. 그래서 신산이야. 이런 곳에 철탑을 세우고 말뚝을 박겠다는 것인데, 절대 용납해서는 안 돼."
환경단체 관계자들은 "국립공원관리공단 직원 신분으로 있으면서 개의치 않고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가져주시는 함태식 선생이 고맙다"고 말한다. 나이도 있으셔서 몸을 사리실 만도 한데, 꿋꿋한 모습을 보여주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함 선생은 지리산에서 반평생 살아온 사람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는 반응이었다.
"내가 나이가 있어 전면에 나서서 적극적으로 할 수는 없지만 내가 지켜온 산인데, 나 편한 것만 신경 쓸 수 있겠는가. 건강이 허락하는 한 동참할거야. 그리고 내가 박정희 때부터 체질적으로 반골이잖아"
한편 함태식 선생은 지난 6월 5일 환경의 날을 맞아 그간 환경보호에 쏟은 공을 인정받아 환경부 장관 표창을 수상했다. 상은 지난 29일 국립공원 관리공단을 통해 그에게 전달됐다.
올 봄 그가 떠밀리듯 지리산을 내려올 위기에 있을 때, 잘 알지 못하는 몇 몇 산악인이 정부에 청원을 넣었다는 것이다. 지리산을 지키는 일에 공이 큰 사람인데, 공로라도 치하해야 할 것 아니냐면서. 객관적 공이 인정되는지라 정부도 지리산에서 보인 그의 환경 보호 노력을 인정한 것.
케이블카를 허용하려는 환경부 장관이 이를 반대하는 함태식 선생에게 준 표창장을 준 셈인데, 그 과정을 설명하던 그는 이렇게 말했다.
"부상도 없이 표창장만 주는 것은 받고 싶지 않아. 부상으로 케이블카 안하겠다는 약속이나 해달라고 할까? 허허허"
나이 여든의 어른이었지만 그의 표정은 어린아이처럼 순수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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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케이블카 반대하는 사회 인사 100인 선언 기자회견이 2일 오전 국회에서 있었다. ⓒ 성하훈
▲ 케이블카 반대하는 사회 인사 100인 선언 기자회견이 2일 오전 국회에서 있었다.
ⓒ 성하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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