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iPhone) 3GS가 일본에 발매된 지 이틀 만에 휴대폰 단말기 판매량에서 1, 2위(32Gb, 16Gb)를 석권한 것으로 드러났다.
마케팅 전문기업 GfK 재팬이 7월 3일 발표한 휴대폰 단말기의 주간 판매실적(6월 22일~28일)을 보면, 소프트뱅크 모바일이 6월 26일 발매하기 시작한 iPhone 3GS 32Gb, 16Gb가 각각 1, 2위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iPhone 3GS(이하 3GS)는 작년 여름 출시된 iPhone 3G(이하 3G)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라는 인식과 함께 3GS가 출시되기 전에 진행된 3G의 저가격 판매가 호조를 보이는 바람에 3GS의 판매량은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었다.
유저들의 반응도 작년 여름 3G가 발매되었을 때를 비교해 본다면 그렇게 뜨겁지 않았다. 1000여 명이 새벽부터 줄을 늘어섰던 작년에 비해 올해는 200여 명이 줄을 섰다.
무엇보다 이벤트 및 매스컴 전략에 있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소프트뱅크 모바일의 마케팅 전략도 작년과 비교해 보았을 때 평범하다면 평범했다.
손정의(孫正義、일본명:손 마사요시) 대표 역시 지난달 26일 오모테산도 숍에서 열린 오프닝 세리모니에서 "3GS를 며칠 전부터 사용하고 있지만 너무나 대단하다"며 3GS를 추켜세웠지만, 정작 발언의 대부분은 3G에 대한 것으로 채워졌다.
"지난 1년간 iPhone 3G를 매일같이 사용하면서 라이프 스타일이 변했다. 3G를 통한 인터넷 엑세스는 3배 이상으로 늘어났고, 음악을 듣는 것도 사진을 찍는 것도 3배로 늘어났다. 앞으로는 3GS를 사용해 비디오 촬영 시간을 10배 이상 늘리려고 한다." (손정의)
스티브 잡스의 투병이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도 있다. 감성적인 측면을 중시하는 소프트뱅크 모바일의 홍보전략이나 충성심이 강한 애플, 아이폰 유저의 성향을 생각한다면 충분히 가능하다.
실제로 지난달 26일 손정의 대표는 "스티브 잡스는 인터넷을 우리 생활의 일부로 만들어 준 은인이다. 수술이 성공해 건강을 회복하고 있다니 이보다 더 좋은 뉴스가 없다. 모든 꿈을 현실로 만들어 준 iPhone의 세계를 만들어 낸 잡스에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며 다소 숙연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아무튼 이런 이유들로 인해 판매량이 그렇게 높지 않을 것이라 보았던 3GS지만, 뚜껑을 열고 보니 불과 이틀 만에 종합 캐리어(모든 단말기 합계)에서 원투 피니시를 기록했다. 놀라운 점은 다른 단말기들의 경우 일주일 누적 판매량이라는 것. 도대체 얼마나 팔렸던 것일까? 직접 전화를 걸어 보았다.
하지만 소프트뱅크 모바일의 홍보실 관계자는 "미안하지만 개별 단말기의 판매량은 공표하지 않고 있다"며 곤란한 기색을 내비쳤다. 이유를 물으니 "사내 방침도 있지만 우리가 발표해 버리면 다른 회사, 즉 NTT 도코모나 KDDI au의 판매량도 대강 예측이 가능해져서 우리끼리 (공표하느냐 마느냐를) 결정할 수 없는 게 좀 있다. 이해해 달라"고 한다.
한편 소프트뱅크 그룹은 2008년 10월 29일 브로드밴드 사업을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IR 설명회를 연 바 있다. 당시 일본 모바일 업계에서는 "세계적 경기불황의 여파로 일본의 3대 통신사업자 중 하나가 도산할 가능성이 있다"는 소문이 나돌았는데, 이를 진정시키기 위해 열린 자리다.
하지만 그 후로도 소프트뱅크의 자금사정은 나아지지 않아 결국 5월 26일 무려 5.1%의 고금리를 내세운 회사채 600억 엔(약 8천억 원)을 일반공모 방식으로 발행했다.
제로금리가 정착된 일본에서 연 5.1%의 약정금리라면 엄청난 고금리다. 소프트뱅크다운 공격적인 경영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역으로 볼 때 이런 고금리를 걸 수밖에 없을 정도로 현금사정이 좋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소프트뱅크에 드리운 암운을 iPhone 시리즈가 구원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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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부터 도쿄거주. 소설 <화이트리스트-파국의 날>, 에세이 <이렇게 살아도 돼>, <어른은 어떻게 돼?>, <일본여친에게 프러포즈 받다>를 썼고, <일본제국은 왜 실패하였는가>를 번역했다. 최신작은 <쓴다는 것>. 현재 도쿄 테츠야공무점 대표로 재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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