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윈에는 열대 지방에서 볼 수 있는 난 종류도 흔하다.
이강진
이왕 이렇게 더운 지방에 온 김에 호주에 흔히 있는 누드 캐러밴 파크에 가 보기로 하였다. 다윈에서 차로 1시간 정도 떨어진 누드 캐러밴에 용기를 내어 찾아가니 주인 여자가 반갑게 맞아 준다. 간단하게 헝겊으로 몸을 가린 차림이다. 안에 들어서니 여느 캐러밴 파크와 다른 것이 없다. 단지 옷을 입지 않은 사람들이 수영장에서 수영하고 있으며 몇몇 사람은 소파에 앉아서 담소를 나누고 있다. 우리도 옷부터 벗어 버리고 텐트를 친다. 조금 쑥스럽다.
더운 날씨를 핑계로 수영장에 들어가 몸을 식힌다. 수영복도 입지 않고 물속에 들어서니 무언가 허전하면서도 홀가분하다. 조금 지나니 나 자신도 자연스러워진다. 같이 수영을 하는 사람이나 의자에 앉아 책을 보는 사람이나 너무나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누드 캐러밴 파크가 특징 중의 하나는 늦은 오후, 저녁 시간 전에 모두 모여 담소를 나눈다는 것이다. 물론 옷은 입지 않고 있으나 큰 목욕수건 하나씩 가지고 다니면서 의자에 깔고 앉는다. 사람들이 모여 앉아 맥주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곳에 나도 끼어들었다.
다윈에 대해 자부심이 강한, 그리스에서 이민 온 사람은 다윈이 무역항으로 발전할 가능성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서부 호주(Western Australia) 퍼스(Perth)에서 왔다는 부부는 자신들이 52일 동안 걸어서 여행 다니던 경험을 이야기한다. 미국에서 왔다는 부부는 자기 나름대로 호주에 대해 느낀 점을 이야기하는 등 이야기가 끝이 없다.
토요일에는 각자 조금씩 돈을 거두어 음악을 틀어 놓고 춤을 추며 바비큐로 저녁 식사를 같이 한다. 물론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이곳에서 느낀 점은 이곳에 온 사람들이 특별한 사람들이 아니라는 점이다. 정년퇴직 후 이곳저곳 여행을 하는 사람, 다윈에 있는 전기 회사에 다니면서 종종 이곳에 들른다는 사람, 인도네시아에서 외국인 학교 선생을 했다는 노부부, 천주교 신자인지 식사 때마다 성호를 긋는 부부, 캐나다의 추운 날씨를 피해 호주의 누드 캐러밴 파크를 찾아다니는 젊은 부부 등….
다른 캐러밴 파크에서 느끼지 못하는 것 중 하나는 이곳 사람들이 친절하다는 것이다. '끼리끼리'라는 의식이 있어서일까? 아니면 자연주의자(Naturalist)라는 이름에 걸맞게 인위적인 것을 벗어 버리려는 사람들이기 때문일까?
흔히 생각하기 쉬운 엉큼한(?) 생각은 들어설 자리가 없다. 일주일을 이곳에서 지내고 떠날 준비를 한다. 옷 입는 것이 귀찮아진다. 고정관념이 바뀌어서일까?
세상 사는 방법에는 정답이 없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