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경제학이다공병호 지음. 해냄
윤석관
'공병호의 신 경제학 산책' 이라는 부제와 함께 당당한 모습으로 웃음 짓고 있는 저자의 모습이 이 책의 앞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인생은 경제학이라는 의미심장한 제목과 함께……. 그리고 띠지는 책의 핵심을 암시한다. 그것은 바로 경제학적 사고.
나는 이처럼 제목이 주는 궁금증과 더불어 네이버 지식인의 서재에 올라와있던 그의 영상과 비교했을 때, 한층 젊어 보이고, 자신감에 차있는 모습이 지난달에 읽었던 그의 '소울 메이트'의 인생론과 맞물려 그에 대한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도록 했다.
책장을 하나하나씩 넘겨 나갔다. 하지만 책 속 그 어디에서도 '새로울 신' 이라고 불릴만한 신선하고 특별한 이야기는 없었다. 금리와 환율에 관련해서 경제상황을 바라볼 수 있도록 설명하는 내용은 실용 경제서적이라면 빠지지 않는 단골손님이었고, 그가 이야기하는 경제관념은 자유주의 성향을 띠고 있었다.
그는 작은 정부를 지지하고 있었고, 시장의 규제를 최소화 해야만 자유경쟁을 통한 성공적인 시장을 이루어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이 책이 간행된 때가 부동산 거품에 강력한 철퇴인 '종부세' 논란의 중심에 있던 노무현 정부. 그들의 사회자유주의 성향을 감안했을 때, 저자가 내세우는 규제 철폐, 부자 감세, FTA 찬성, 공기업 민영화, 대형마트 건설 등과 같은 경제정책이 바로 새롭다는 것이었을까?
어쨌든 이 책은 간략하게 이야기해서 이 시대의 부자들의 생각을 대변하고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래서 이 책은 한 마디로 이야기해서 '부자 스킬'이고 보너스로 그의 경제론이 포함되어 있다고 보면 정확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 책에서 배운 것이 딱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돈을 어떻게 하면 더 많이 벌어들일 수 있는지에 관한 이야기였다.
이 책은 대부분의 투자관련 서적들과 마찬가지로 노동력에 의한 소득과 저축만으로는 부자가 되기는 힘들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래서 저자는 '경제학적 사고'를 가지고 움직이는 것이 부자가 되기 위한 필수조건이라고 주장한다. 그래서 그는 금리와 환율과 기타 여러 가지 경제 지표들을 통해 그 나라의 사정이 어떤 상황인지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가 이야기하는 행간에는 우리가 스스로 그것들을 응용하여 투자하라는 의도가 깔려있다. 아마도 그가 우리들에게 제시하는 최소한의 목표는 아마도 우리가 콜금리와 환율만 보면 이 시대가 어떤 상황인지 그리고 가계를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지 알 수 있을 정도로 '경제학적 사고'에 익숙해지라는 것이리라.
그는 뿐만 아니라 교육에 관련된 조기교육, 사교육, 이민등도 모두 투자의 일부분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일생에 한번뿐인 투자 기회, 조기 유학', '사교육, 선택과 경쟁의 자유', '인생 최대의 투자, 이민'. 사실 책 속에서 그는 이것들과 관련해 매우 신중한 의견을 제시하고 있으나, 앞에서 쓴 것과 같이 의견 제시 전에 소제목으로 삼은 것들이 의미하는 것은 사실상 그것을 장려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이 그가 이야기하는 투자라는 것은 인생에서 선택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이 포함된다. 그래서 지금 우리들이 목도하고 있는 수많은 사회적인 현상들을 투자라는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다. 더불어 이 책을 통해서 부자와 빈자의 개념에 대해서 조금은 생각해 볼 수 있었다. 그가 이야기하는 부자와 소득의 개념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부자가 되려면 자신이 스스로 만들어낼 수 있는 가치를 남들은 도저히 생산해 낼 수 없을 정도로 큰 희소성을 가진 것으로 가다듬어 나가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하며, 자신의 만족보다는 상대방의 요구가 무엇인지 재빨리 파악해내어 값이 비싸도 충분히 지불 가능한 만족감을 줄 수 있는 창조물을 만들어내야 한다.
그로 인해 벌어들이는 소득은 일부 사회라는 울타리 속에서 얻어진 것은 사실이나, 상대적인 박탈감과 시기심을 이용하여 부자들에게 가혹한 세금폭탄과 상속세를 부여하는 것은 부당하다. 오히려 부자들은 성공적인 인생을 살았으므로 그들에게 손을 흔들어 환영해야 하는 것이 마땅하며, 우리 사회는 더 많은 부자들을 만들어내기 위하여 노력해야 한다.
어째……. 그가 새롭다고 외치고 있는 바로 그것들. 그것은 단지 현재 지구촌을 지배하고 있는 주류 경제학일 뿐이었다. 세계화를 외치고, 모든 것을 이익을 사유화시켜 개발을 장려하고, 그 후의 뒷감당은 나 몰라라 하면서 성장률만 극대화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는 정책들 말이다.
어찌되었건 간에 저자는 그가 믿고 있는 신념에 따라 성공을 거두었으며, 그만큼 자신이 있기 때문에 수많은 저서들과 강연회를 통하여 그의 성공학을 널리 알리고 있다. 그렇지만 나는 뭔가 약간 아쉽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꼭 부자가 되는 것이 경제학적 사고를 통한 수익의 극대화라는 관점에서만 바라봐야 하는 것인가? 최대한 리스크를 분산시키는 것이 성공의 방법인가?
이처럼 우리 사회에는 자신의 성공과 신념을 떵떵거리는 사람도 있는 반면, 비록 가진 것이 많지 않고, 그의 인생의 일부분을 빚을 갚기 위해 쏟아 부었지만 그래도 자신이 해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행복을 이야기하며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다. 그래서 나는 그에게 성공에 이르는 길은 돈에 국한된 한 가지만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가 있다는 것을 이야기해주고 싶다. 우리가 경제학적 사고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때로는 뚝심도 중요한 요소가 아닐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