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은 정부에서 자신의 추도사를 반대했을 때 연민의 정을 느꼈다고 밝혔다.
안홍기
- 그때 마음 속으로 준비했던 추도사의 가장 핵심적인 것은 어떤 것이었습니까. "내가 하려고 했던 것은, '노무현 대통령 당신, 죽어서도 죽지마라. 우리는 당신이 필요하다. 그래서 우리들의 마음 속에 살아서 이 3대 위기국면을 헤쳐 나가는데 당신이 힘이 돼 달라. 당신은 저승에서, 나는 이승에서. 우리 모두 힘을 다해서 하자, 그것이 우리가 인생을 살았던 보람이 아니냐' 이런 얘기를 하려고 했어요.
또 '내가 당신같이 유쾌하고 용감하고 그리고 탁월한 두뇌를 가진 그런 좋은 친구와 같이 일했던 것을 아주 큰 보람으로 생각한다, 저승이 있는지 모르지만 저승이 있다면 거기서도 끝까지 만나서 지금까지 하려다 못한 얘길 하자. 그동안 제발 저승에서도 끝까지 우리 국민을 지켜다오. 이 위기에 있는 민족과 나라를 지켜다오. 나도 당신이 없으니 손 뗄 수가 없을 것 같다. 나는 미력이나마 힘을 쓸 생각이다' 그런 내용을 생각했어요.
-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접한 국민들이 엄청난 충격을 받았는데 조문객이 500만에 이를 정도로 많은 것을 보고 국민 스스로 놀란 것 같습니다, 왜 그렇게 많은 국민들이 조문을 하고 눈물을 흘리고 뒤늦게 자책을 했다고 보시는지. "그것은 한과 한의 결합이에요. 한이라는 것은 누명을 쓰고 억울한 일을 당하면서도 벗지 못하고 몸부림 치는 거잖아요. 노무현 대통령 조사 과정을 보더라도 가족이 안 걸린 사람이 없고, 매일같이 사건이 (검찰에서) 새나오고, 완전히 일순간에 범죄집단 같이 이렇게. 그래서 내가 노무현이라 해도, 한 나라의 대통령으로서 그래도 비교적 깨끗하게 양심적으로 살았던 노무현 대통령이 일시에 몰릴 때 그 얼마나 원통하겠어요. 열 번을 죽고싶다는 생각이 날 거예요.
근데 우리 국민들도 50년 피흘리고 감옥 가고 고문 당하면서 민주주의 회복해서 지난 10년 지냈으니 이제는 민주주의가 안심이 되겠지, 또 남북관계도 평화적으로 되겠지, 그렇게 생각했는데 전혀 아닙니다. 국민들이 거기에 대한 억울함, 한 이런 것이 말할 수 없이 많아요.
한마디로 노무현 대통령의 '분하다'. 국민들의 '분하다'. 이 '분하다'가 결합한 거예요. 물론 노무현 대통령 개인에 대한 국민들의 존경이 있어서 가능했지만 서로 분한 것, 그 한이 결합해서 5백만 명 조문객이 생긴 거예요."
"행동하지 않으면 악의 편... 아무 것도 안 하면 지니까"- 6.15 행사장에서도 행동하는 양심을 강조하셨고, 행동하지 않으면 악의 편이라고 강하게 발언하셨습니다. 행동하는 양심을 강조했는데, 노 전 대통령은 임기 말 인터뷰에서 "각성하는 시민이여야 산다"고 말했습니다. 또 "시민이 지도자가 될 정도로 돼야 한다"고 말했는데, 행동하는 양심과 각성하는 시민이 연관이 있는 것 같습니다. "같죠. 노무현 대통령은 나와 같이 상업학교를 나왔지만, 변호사까지 했으니 학식이 나보다 훨씬 더 높고, 나는 국민들이 쉽게 알아듣게 하기 위해 그렇게 한 거죠.
그런데 사람의 마음 속에는 천사와 악마가 있어요. 그거 없는 사람이 없어요. 기독교 입장에서 보면 예수님 빼놓고 다 있어요, 천사와 악마가 있는데, 악마가 유혹을 해서 이기면 나쁜 사람이 되고, 악마를 굴복시키고 천사가 이기면 좋은 사람이 되는 거예요. 우리 모두가 좋은 사람이기도 하고 나쁜 사람이기도 한 가능성을 갖고 있는 거예요.
내가 중요하게 얘기하는 것은 막 들고 일어나서 주먹 휘두르고 몽둥이 들고 그 얘기가 아닙니다. 자기가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저항하라는 겁니다. 투표장에 가서 투표하는 것 누가 합니까. 인터넷 같은데 글 올리는 것 누가 합니까. 여론조사에서 이런 정부 안 된다고 하는 것 누가 합니까. 하다못해 누가 이 정부 잘한다 말할 때 아무 소리 안 하고 대답 안 하는 것도 도와주는 거예요. 어렵게 생각하면 안돼요.
그래서 결국에는 행동하라는 겁니다. 행동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것은 악의 편입니다. 입다물고 있는 국민들이 독재자에게는 얼마나 편한가. 협박하면 벌벌 떨고 그 다음부터 손 떼면 얼마나 편한가. '함부로 떠들지 마라, 재미 없다'라고 할 때 꺾여버리면 얼마나 편한가.
내가 말하는 것은 행동하는 양심만이 이기는데, 행동하는 양심은 꼭 모험을 하면서, 감옥 가면서, 고문 당하면서 안해도 할 길들이 있다는 거예요. 투표도 있고 여론조사도 있다 이거예요. 그것조차 못한다면 이 나라 국민이라 하겠나. 그것조차 하지 못하면 좋은 나라와 민주국가 이런 말을 우리가 할 수 있겠냐. 내 얘기는 그거예요. 악의 세력과 다퉈서 이기는 것도 아주 쉽고, 지는 것도 아주 쉬워요. 아무것도 안하면 지니까."
-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를 엮어서 한나라당에서는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말하는데, 그런 표현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50년 동안 독재 치하에서 잃어버린 민주주의, 잃어버린 공명한 경제, 잃어버린 남북 관계를 우리가 10년 동안 찾은 거예요. 역사를 거꾸로 얘기하고 있어요. 노 대통령과 내가 10년 동안 나라를 이만큼이라도 만든 거예요.
제일 중요한 것은 외환위기 때 나라가 가난해졌잖소. 그때 외환보유고가 37억불 아니오. 나라가 갑자기 망하게 됐어요, 그런데 국민들이 금모으기 하는 그런 정성, 국제적인 신임, 정부의 리더십 이런 등등으로 국제적 지원을 얻어서, 내가 나올 때 37억불이 1400억불 됐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1200억불 보탰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남북관계 나와 똑같이 했어요, 안한 것이 없다고 할만큼 나와 똑같이 했어요."
"국민 지지 받고 싶으면 자기 양심이 하라는 대로 하라"- 국민들이 노무현 전 대통령 돌아가시고 나서 상당히 허전해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나 다음 대선 때 민주 정권을 다시 세워야 하지 않겠는가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러려면 국민의 사랑을 받는 정치인들이 하나 둘 커가야 할 텐데요, 정치인들이 사랑 받는 거목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준비하고 실천해야할까요. "행동하는 양심이 돼야 합니다.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라고 생각해야 돼요. 행동하는 양심은 손해를 볼 때가 많아요. 그 손해를 보면서 행동할 때 국민들이 알아준단 말이에요. 국민은 바보가 아니에요. 속지 않아요.
가령 내가 사형선고 받은 뒤 '살려줄테니 우리하고 협력하자'고 했을 때, 내가 '나라를 위해 협력하고 국가 안전을 위해' 뭐 이런 식으로 했다면 국민들이 나를 대통령 시킬 사람으로 생각했겠어요? 국민에게 지지받고 싶으면 자기 양심이 하라는 대로 하라는 겁니다.
양심이 하라는대로 해서 성공할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지만, 바르게 살았다면 그것만은 무덤에 갈 때도 자랑할 수 있지 않겠어요? 자식들은 '우리 아버지가 이렇게 훌륭한 태도를 갖고 살았다' 이렇게 할 수 있단 말예요. 그게 성공이고, 나쁜 일 하면 출세는 하겠지만 죽을 때는 '내가 이 나쁜 짓도 하고 저 나쁜 짓도 했는데' 하면서 속으로 양심의 가책을 느낄 것 아니에요. 또 죽은 다음에는 어떻게 될 것인가 걱정도 될 것이고.
제일 중요한 것은 누차 말하지만, 행동하는 양심이어야 해요. 그것은 참 어려워요. 일생동안 노력해야 해요.
민주화 과정에서 광주에서 얼마나 죽었고 박종철, 이한열 학생 등 또 얼마나 죽었습니까. 그런 사람들 죽은 일 생각하면, 민주주의가 위기인 지금이 꿈 같애. 꿈 같애.
내가 몸도 이렇고 하지만 그래도 민주화를 위해 죽은 사람들이 허무하게 생각하지 않도록 마지막 날까지 뭔가를 해야 할 것 아니냐, 그런 얘기를 간혹 하는데, 여러분들이 맡아서 뒷일을 잘해주세요. 내가 자랑이 있다면 어떤 억압에도 굴하지 않고 민주주의, 서민경제, 남북 평화를 위해 일했습니다. 후배 여러분들 잘 부탁합니다."